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타인의 정리해고

어제 인터넷으로 MBC스페셜 <타인의 정리해고>편을 봤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와 이를 둘러싼 해고 대상 노동자와 명단에서 제외된 '살아남은' 노동자들의 갈등을 섬세하게 다룬 다큐멘터리의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참... 기분이 그렇다.

왜냐하면 해고 대상자 명단이 발표되고 나서 '한솥밥' 먹던 노동자들이

둘로 갈라지고 나서, 그들은 순식간에 극한 대립 관계로 돌변했다.

그런데 파업하는 노동자들의 주장과 그것에 반대하는 쪽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논리가

사실상 똑같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놀라고 말았다.

 

사측은 해고 명단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파업반대 결의대회를 조직한다. 그리고 이에 불참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파업투쟁 가족대책위는 결의대회가 열리는 운동장 앞에서 바로 어제까지 '동료'였던 사람들을 향해

울분을 토한다.

 

"여러분들도 처자식이 있으시다면, 우리 맘 이해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어떻게 이러실수가 있어요? 어떻게 여길 와요?"

 

한편 결의대회가 끝나고 인터뷰에 응한 결의대회 참가 노동자는 말한다.

 

"처자식이 있는데 어떻게 안와요. 불이익 준다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쩔 수 없죠."

 

해고자 명단이라는 종이쪼가리에 의해서 갈린 두 집단의 운명이지만, 어찌되었건 양쪽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하나다. '처자식'. 아니  이건 논리라고 할 수 없겠지. '처자식'이라는 한마디로 모든것을 압도하는 이 한국사회의 집단적 심리구조. 쌍용차 파업투쟁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왠지 허전한 마음을 달랠길이 없다. 파업중인 노동자들이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들도 지금 그들이 비난하고 있는 이들이 한 행동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했을 테니까... 그게 우리 모두를 둘러싼 단일한 논리이니까...

 

 

______________________

덧붙임) 오늘 사측에서 공장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외친 구호가 '비폭력, 파업중단' 이랜다. 절묘하게도 당시 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조는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중이었다고 하고... 공중파를 타고 시시각각 날라드는 시각이미지에 중독되어버린 이나라 국민들은 비장한 각오로 스크럼을 짜고 비폭력을 외치며 행진해 들어온 사측 직원들에게 동정표를 던지겠지? 아, 머리가 지끈지끈 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