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왜냐면'에 투고한 글. 과연 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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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MB판 ‘복불복 게임’인가?
- 평택에서 재연되는 죽음의 버라이어티 쇼를 중단하라
요즘 예능 프로그램 중에 최고의 인기는 단연 ‘1박2일’이다.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저녁식사와 잠자리가 걸린 복불복 게임. 자신의 노력 여하와는 상관없이 전적으로 운에 맡기는 이 게임은 ‘1박2일’의 30%를 넘는 시청율의 수훈장이다.
그런데 여기 ‘1박2일’의 아성에 도전하려는 복불복 게임이 있다. 그것은 웃음과 재미를 주는 ‘1박2일’의 복불복과는 차원이 다른, ‘운명의 장난질’에 가깝다. ‘1박2일’에선 결과를 알 수 없긴 해도 운명의 선택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출연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가? 이들은 전적으로 타의에 의해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된 무리의 일부에게 어느 날 갑자기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에 ‘해고’라고 적혀있으면 야외취침, 그렇지 않으면 실내취침.
이것은 지금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하드코어 복불복 게임에 걸린 것은 하룻밤 잠자리 같은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 강제로 섭외되어 해고 편지를 받은 노동자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서 보여줬듯이, 생존의 문제를 두고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물론 이 게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올해 초 용산에선 철거 계고장 한 장에 의해 결판 난 복불복 게임의 결말이 어떠했는지, 우리는 가감없이 보고야 말았다. 좀 더 멀리는 2006년 같은 평택의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이전 결정에 의해 평생의 삶의 터전이 삽으로 흙을 퍼내듯 들려나간 농민들이 있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이상희 현 국방부장관은 대추리에 총기로 무장한 군인을 투입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한다. 그 때는 단지 계획에 그쳤던 것을 이젠 실행에 옮기려는 것일까? 현재 쌍용차 주변엔 살인무기라 할 수 있는 테이저건으로 무장한 경찰 병력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선진화’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세워 노사 모두가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선진화든 경쟁력 강화든, 좋다. 그러나 이런 무작위적 인종청소를 연상시키는 정리해고 복불복 게임이 당신들이 말하는 경쟁력 강화인가? 심지어 사측에선 이번 갈등의 초기부터 비해고대상 노동자들을 동원하여 해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시키려는 악날한 행태를 보여왔다. 당신들은 혹시 일본 영화 ‘배틀로얄’이 현실이 되길 바라는가?
얼마 전 MBC 스페셜에서 방영된 ‘타인의 정리해고’편을 보니 평택 시민들은 대부분 이번 노조의 파업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파업 때문에 평택 경제가 마비된다는 우려도 들린다. 그러나 시민들의 두루뭉실한 바람처럼 파업이 파괴되고 나면, 그리고 경제위기의 후속 여파가 더 밀려든다면, 여지없이 평택 시민들도 이 ‘죽음의 복불복 게임’의 다음 출연자가 될 것이다.
정부와 쌍용차 사측에게 묻는다. 국내의 어떤 시청자도 즐겁게 볼 수 없는, 이 죽음의 버라이어티 쇼는 누굴 위해 만들고 있는 것인가? 혹시 해외 투자자의 투자 유인을 만들기 위한 전시용인가? 그런 식으로는 투기자본의 경제를 살릴 수는 있을 지언정,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중도강화론을 이야기하면서 목청을 높인 ‘서민경제’를 살릴 순 없다. 언제까지 이 무고한 노동자 서민들의 죽음을 전 세계에 전시할 텐가? 죽음의 버라이어티 쇼를 중단하라.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당신들의 권력을 내려놓는 것 외엔 방법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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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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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런 글로 스스로를 어루만지고 있는 내 자신이 좀 짜증나긴 한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