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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우주최강 찌질이들

최근 민주대연합, 진보대연합과 관련된 논의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10년 넘게 재탕 삼탕되는 이 난제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민주당을 뺀 진보대연합' 발언과 이에 대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의 반론, 그리고 여러 학자들의 논쟁이 있었다. 논쟁의 당사자인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당내 미묘한 입장 차이들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는데, 그 때문에라도 나 같이 두 당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별 영양가 없는 말이라도 보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BS 주말 드라마 중에 <그대 웃어요>라는 게 있다. 자동차 재벌 회장집 아들이었다가 사업을 쫄딱 말아먹어 빈털털이가 된 서정길(강석우 분)의 가족들이 자기 아버지 개인 기사로 일했던 강만복(최불암 분)의 집에 얹혀살게 되는(사실상 가택침입에 상습적인 기물파손과 사생활 침해)게 주요 스토리다. 그런데 서정길은 빈털털이 된 주제에 아직도 자기가 회장님댁 왕자님인줄 알고 자기 아버지뻘 되는 강만복에게 꼬박꼬박 '강기사'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 자기 아버지가 지금까지 강기사 먹여 살렸으니까 강기사가 나 먹여살리는 건 당연한 거라고 뻔뻔스럽게 말한다. 그래서 심지어 강만복이 운영하는 카센터도 자기한테 물려줘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 내가 설명한 서정길의 모습이 민주당하고 완전 닮았다고 말하면 당사자들께선 많이 기분이 나쁘시려나?

 

 

'묻지마 연합'의 꼬라지들

 

민주당이 진보정당들을 향해 '민주대연합'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딱 그렇다. MB정권이 독재정권이고 한국사회를 과거로 회귀시키려 하기 때문에 반MB로 뭉쳐야 한다는 말은 슬로건일 뿐이다. 사실 속내는 '2010지방선거 승리'와 '2012대권탈환' 딱 두마디로 요약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왜 진보정당들이 민주당에게 힘을 보태야 하는가? 언제 돈 꿔준 적 있나? 당사자들은 또 노발대발 하시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세력에게 '트로이의 목마'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노무현이 집권했던 5년은 그야말로 '배신의 세월'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07년 대선에서 참패했다. 그런데 그들은 또 남 탓을 하고 싶은걸까?

 

민주당 세력이 지난 10년간 개혁에 실패한 것이 진보정당이 안 도와줬기 때문인가? 왜 자기들이 무능력해서 '자멸'해 놓고서는 엄한데서 삽질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때리는 시애미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여기다 대고 민주당을 거들고 나선 정상호 교수는 노회찬의 발언이 연합정치의 산통을 깨는 거라는 식으로 말한다.

 

자, 그럼 다시 앞의 드라마 얘기로 돌아가보자. 강만복이 서정길과 힘을 합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 강만복이 서정길네 식구한테 잘못한 것도 없을 뿐더러 지금껏 할만큼 했다. 자린고비 정신을 바탕으로 자수성가하여 알부자가 된 강만복의 상황은 지금 진보정당과 좀 다른 면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비슷한 처지다.

 

진보세력은 민주당-자유주의 세력에게 딱히 잘못한 것도 없고, 할만큼 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권영길 의원이 스스로 증명하지 않았나? 97년 대선때 자기가 당선될 가망이 없는 걸 진작에 알고 마음 속으로 김대중이 당선되길 바랬다고... 대통령 후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이야 오죽 했겠는가? 솔직히 그 당시 진보세력들 중에 겉으로는 권영길 지지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김대중 되길 바라고, 실제 김대중 찍었던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었다는 건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렇게 '자기 존재 근거 까지 부정'해 가면서 도와줬으면 그 쯤해서 고마운 줄 알고 자기 힘으로 먹고 살 생각해야지 어디와서 또 행패냐 이거다. 초등학교 반장선거 할때 뭣도 없는 놈이 나와서 "야, 작년에 우리 같은 반이었잖아. 그러니까 나 찍어"하는 것만 같다.

 

 

곗돈 갖고 날른 놈한테 돈을 빌려주라고?

 

4대강 사업 반대하니까 힘 합쳐야 한다고? 이 말이 뻥카라는 사실을 최근에 자신들이 예산안 타협과정에서 폭로해 버리고 말았다. 난 지금까지 4대강 반대한다는 사람 중에 보의 높이만이 문제였다고 말하는 사람 한 명도 못봤다. 어디서 사기질이야?

 

오늘 기사를 보니 추미애 의원이 한나라당과 문 걸어 잠그고 노조법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프레시안 기사) 이쯤 되면 민주당에서 추미애 의원을 제명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만약 그렇게 한다면 민주당에 그나마 희망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희 의원처럼 민주당과 '묻지마 연합'을 해야 한다면, 그거야 말로 강만복이 서정길에게 카센터 물려주는 꼴이다. 드라마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서정길은 강만복이 삼시세끼 밥 먹여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기다 대고 '내가 부도난건 당신들 책임도 있어. 왜냐면 우리 옛날에 한 솥밥 먹었으니까'라고 말하는 꼴이다. 서정길이 지가 흥청망청해서 부도낸 걸 강만복에게 갚아달라고 하는 꼴이다.

 

민주당은 한반도 남녘에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세상에 그런 찐따들을 제1야당으로 모셔주는 국민들인데, 참 너그럽기도 하셔라.

 

오늘 레디앙에 기고된 박노자의 글에 100% 동감하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명박이 독재라고 하려면 박정희처럼 자기 지시 한 마디로 국회의원 뱃지를 뺏을 수 있어야 한다. 국회도 해산하고... 지금 그게 가능하다고 보나? 아니, 박노자 말대로 이명박이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나? 민주당이 이명박보고 그의 '야당을 무시하는 통치' 때문에 독재라고 하려면, 예전에 김영삼이 YH노조 농성 때문에 두드려맞고 의원직 박탈 당했을 때 만큼의 탄압을 받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뭐하냐고 대체? YH노조 사건과 맞먹는 용산참사가 일어났어도, 용산에 가는걸 마치 시장통 민생탐방하는 것 정도로 여기고 있다. 고작 한명숙이 고소 당하니까 벌떼처럼 일어나서 거품 물고 앉았고... 혹시나 김영삼이 91년 3당 합당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그를 '반(反)민주 인사'로 치부한다면, 민주당은 무(無)민주, 몰(沒)민주 집단 쯤 되겠다.

 

이쯤되면 민주당은 우주최강 찌질이라고 할 만 하다. 그들의 속내는 그저 한나라당처럼 되고 싶은데 그러기엔 과거가 캥기는데가 있고, 그러다 보니 괜히 엄하게 자기보다 힘없는 군소정당 두드려 패서 반사이익이나 얻으려는 간신배들이다. 국민참여당이라고 해서 다를까?

 

민주대연합을 하고 싶나? 그러면 지금처럼 협박하지 말고 '유혹'해 보라. 달콤한 꿀과 향기가 있는 꽃이어야 벌과 나비가 꼬일 거 아닌가? 지금 민주당 꼬라지로는 열흘 굶은 소도 안 쳐다 볼꺼다. 근데 이런 찌질이의 러브콜을 받아주려는 민주노동당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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