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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써도 되는 걸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에 서울행 기차를 탔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사회복지사 시험 때문에 기차 안에 몸을 실은 2시간 동안

계속 1주일 내내 정리한 요약노트를 보고 있었다는게 서울역으로 향하는 사람의 태도로서

좀 민망하긴 했지만, 여하간에 난 그날의 학살이 일어난 지 1년이 되어서야 그들을 만나러 왔다.

 

원래 계획은 노제까지 가서 용산 참사 현장을 내 눈으로 보고

형식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날 그렇게 아팠던 분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거였는데, 그냥 영결식만 보고 돌아왔다.

 

뭐 어디 깃발 밑에 있기도 뭐한 형편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아는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재빨리 얼굴을 돌리고,

엉겹결에 또 얼굴을 마주친 사람들과는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뭐 이런 일들을 3시간 넘게

하고 있으려니 그것도 참 불편한 일이었다.

 

3시간동안 만난 사람중에 어색한 사람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바로 옆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두더지'를 만났는데, 그 놈은 아직 졸업을 안 하고 있댄다.....는 말에 좀 반가웠다. ㅋㅋㅋㅋㅋ 1년 동안 여행을 다녔다고... 그래서 아직 졸업하려면 1년이나 남았단다. 이런식으로 '젊음'의 기간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부류가 나 말고도 또 있다는 사실에 오랜만에 누군가와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는 것도 나름 소득이라면 소득이겠지...

 

집에 다 와서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

장군님이었는데, 아까 서울역에서 나를 봤댄다. 너무 멀리 있어서 부르지는 못하고....

그래서 답장을 해줬다. 뻘쭘해서 일찍 내려왔다고. 다들 슬픈데 나만 바람쐬는 기분으로

와 있는게 민망하기도 했다고...

그랬더니 장군님은 그래도 내가 그런데 안 오는 놈들보다는 낫댄다.

 

이거 그냥 칭찬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말이겠지?

요즘 너무 외부의 감정적 자극으로부터 극도로 민감해진 상태여서

나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평가를 담은 말을 들을때는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

어쨌든 한 5분쯤 생각한 뒤 장군님에게 고맙다고 생각했다.

 

이제 9개월 가량 남았다.

거의 3분의 2가 지났다. 힘든건 없었지만 엄청남 지겨움과 살짝 느껴지는 외로움 정도가 그 기간동안 나와 함께 했다. 9개월 뒤, 나는 장군님의 말에 어떤 방식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 어쨌든 1월 9일같은 상황에서 그런 어색함은 다시 느낄 일이 없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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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시험이 끝나면 읽어달라고 줄 서 있는 책들이 너무 많다.

일단 소문만으로도 너무 사람을 긴장시키는 이갑용의 <길은 복잡하지 않다>부터 읽어야겠다.

앞으로 노동조합 활동가를 할지 말지 뭐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은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형편

이지만, 어쨌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문제들로부터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독서 목록 1번에 들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그 동안 숙원사업을 해결해야겠다.

신영복의 <강의>와 기세춘의 <예수와 묵자>를 시작으로 동양고전 독파에 들어간다.

올 해 안에 기세춘 선생이 완역한 <묵자>, <장자> 등도 완독해야 겠다.

올 해가 지나가면 아마 손도 못댈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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