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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증 따지 않기로 결심하다.
얼마 전 학교를 졸업(정확히 말하면 수료. 아직 나에겐 토익시험이라는 장벽이 남아있다. ㅠ.ㅠ)하고 집에 내려와서 지내면서 가족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아온 게 하나 있다. 그건 다름아닌, 수능끝난 고3 수험생들이 제일먼저 자신이 '성인'임을 인증받기 위해 치르는 '운전면허시험'이다. 난 다른 친구들이 하나둘씩 운전면허 학원으로 달려가던 고3 수능 이후, 오전엔 영어회화학원을, 오후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는 친구를 따라 택견을 배우러 다녀서 사실상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호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데모'하는데만 쫓아다녔으니 운전같은거 배울 세가 있을리 만무하고...
'인생 살아가는데 운전면허는 필수다', '나중에 직장생활 어떻게 할라고 그러냐?', '차 한대는 있어야 살 수 있는거 아니냐?' 등등... 빨리 운전면허를 취득하라는 압박의 수단은 다양하다. 우리 가족들도 서서히 이런 말들로 나를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맨날 주차 문제 때문에 이웃들과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 운전하면서 온갖 짜증 다 부리는 운전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운전같은거 진짜 재미없겠다고 생각해오고 있던 터라 최대한 이런 요구들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토익학원을 다니는 것을 핑계로 운전면허 취득은 내년초로 미뤄 놓은 상태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그 계획을 '취소'했다. 나는 내 소유의 차를 가지는 것은 물론 운전면허도 갖지 않을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내키지 않은 일이긴 했지만, 이제 아예 가슴속에 도장을 찍었다. '지구 천연자원을 파헤쳐 자연생태계가 그간 쌓아온 저금통장을 순식간에 까먹으며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나의 숨통을 조여오는 자동차 따위' 타지 않겠다고!! 나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안티-오토모바일리스트다!!!
자본주의의 '화석 에너지 동맹'과 결별을 선언하다!
물론 이런 개인적 선언은 뭇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 딱 좋다는 것 정도, 나도 잘 알고 있다. "당신의 힘으로는 아프리카의 기아를 없앨 수도 없고, 지구 온난화도 막을 수 없지만..."으로 시작되는 대기업 홍보 광고따위가 이미 나를 비웃고 있질 않은가? "너 하나가 운전 안한다고 조그만 도시 하나의 대기 오염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으냐?"라고 비웃을 지 모른다. 또는 "너 그런 생각이라면 아예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마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대중교통과도 결별할 만큼의 배짱은 없다. 하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조금씩 그것들과 결별할 것이다. 지금 나는 충분히 운전면허증과 결별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래도 내 삶에 하등의 지장이 없다. (사실 나 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런데 실천을 안 할 뿐이다.) 이를 통해서 나는 지구 탄생 역사 45억년 중에 단 1%도 차지하지 않는 자본주의 근대 역사가 벌이는 화석에너지 강탈 동맹에서 조금이라도 빠져나오겠다는 것이다. 비단 자동차 뿐만이 아니다. 전기, 가스 사용량도 현격히 줄여서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에펠탑 꼭대기에서 땅에 있는 자동차를 끌어올리는 힘과 같은' 이 정신나간 근대 에너지 동맹에서 서서히 탈퇴할 것이다. 난 이제 그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나 자신도 못 바꾸면서 무슨 세상을 바꾸냐?" 내가 예전에 학교 후배들 갈굴 때 자주 쓰던 말이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나도 이걸 실천에 옮기는 셈이다.
내가 왜 이렇게 극단적이고 황당하게 들릴 법한 생각을 하게 되었냐구? 그것은 거의 <<잔치가 끝나면 무엇을 먹고 살까>>(박승옥 저, 녹색평론사, 2007)의 책임이다.
잔치는 끝났다! 햇빛 에너지로 먹고 살자!
내가 이런 생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2008년 5월, 온 나라가 촛불로 타오를 때, 나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겠다고 거리에 섰다. 그러면서 광우병 문제 뿐만 아니라 당시 이슈로 떠오르던 전 세계 식량 위기의 문제도 함께 공부했었는데,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 자본주의에 의한 생태계 순환 파괴에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생태위기에 관련된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한가지 단점부터 말하자면, 지겨우리만큼 비슷한 얘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각의 글들이 이 책을 내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여러 다른 지면을 통해 발표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거의 모든 장에서 '피크오일'문제가 등장한다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 또한 피크오일 문제는 아무리 입에 쉰내가 나도록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로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 동의하고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현대 자본주의 문명은 화석연료 문명, 즉 석유에 중독된 문명이다. 현대산업의 원동력은 값싼 석유이다. 20세기 들어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석유는 자동차문명 사회를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의식주 모든 분야에서 석유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게끔 만들었다. (...)
인류는 수억년 전 만들어진 자연의 보물 석유와 각종 천연자원을 단 몇백년 만에 마구 퍼다 쓰고는 또 쓰레기로 마구 내다버리고 있다. 이는 미래세대의 저금통장을 몽땅 털어먹는 도둑질이자 미래를 소비하는 파렴치한 범죄행위이다. 호모 사피엔스, 즉 '슬기로운 동물'이라기보다는 재생 불가능한 쓰레기를 만드는 동물, 눈먼 소비중독의 동물이라고 말하는 것이 차라리 정확할 듯싶다.
- 64-65pp
이렇게 석유에 중독된 문명이 석유가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1956년 킹 허버트가 발표한 대로 1970년 이후 미국의 석유 생산은 정점을 지나고 있고, 다른 국가들도 거의 비슷한 길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 에너지 체제를 고집하는 것은 기름을 지고 불길 속에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령 지금 한국 정부가 하고 있듯이 바다 곳곳을 쑤셔대서 새로운 천연자원의 저장소를 많이 발견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석유를 비롯한 화석에너지로 인해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목숨줄을 쥐고 흔들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게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라는 점을 아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은 워낙 많은 이들의 노력에 의해 대중들에게 알려져서 새삼스러운 면도 없진 않지만, 이런 사실을 경제학의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기존의 주류 경제학은 자연자원을 '무상의 선물'로 여기기 때문에(이에 대해서는 존 벨라미 포스터의 <<환경과 경제의 작은 역사>>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석유 에너지의 '공급'을 변하지 않는 사실로 고정시켜 버린다. 그래서 주류 경제학에서는 자본주의의 성립과 석유 체제의 확립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이 없다. 석유를 이용해 달리는 자동차를 보급하기 위해 철도를 매입해 철도 노선을 없애버렸던 석유메이저들의 만행은 그저 자유로운 시장경제 활동의 하나로 인식될 뿐이니 말이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석유 메이저들이 아무리 주가를 올리기 위해 석유 매장량을 속일지라도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주장하는대로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햇빛 에너지를 비롯한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햇빛 에너지 뿐만이 아니다. 우리에겐 '똥'으로 바이오매스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바로 "똥은 에너지다"라는 장인데, 저자는 이 글을 통해, 자본주의 근대 문명이 우리 사회에 이식되면서 도입된 수세식 화장실은 사실상 퇴비나 동물 사료로 쓰일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원인 '똥'을 폐기물로 인식하게 하면서 물질의 자연적 순환을 가로막는 '퇴보'의 상징이라고 말한다.(예전에 <<소금꽃 나무>>의 저자 김진숙 지도위원이 강연할 때 수세식 화장실은 초국적 자본의 개수작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러나 볏집이나 왕겨등을 같이 넣어 똥을 썩히면, 여기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전기로 이용할 수 있고, 남는 찌꺼기는 유용한 퇴비가 된다. 나는 유럽 몇몇 나라의 사민주의적 시스템을 동경하진 않지만, 이들 나라로 부터 배울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똥'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자연친화적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하루 빨리 이들 나라들 처럼 국가가 재생가능 에너지를 고가에 매입해 주는 전기매입법이 도입되어야 할텐데 말이다.
생태적 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사실 기존 체제에 대한 비판과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이 중요하다는 말은 하는 것은 쉽지만, 그 길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말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 나야 일단 운전면허 안따기 부터 시작한다지만 이걸로만 그친다면 그냥 쇼에 불과하지 않겠나? 저자가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체제는 지금과 같이 한전과 국가가 주도하는 에너지 독재체제가 아니라 동네에 마련된 소규모의 발전소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에너지 자립체제여야 한다. 제주도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 바다에 해저케이블을 깔아놓는 해괴망측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즉, 에너지 체제의 생태적 전환은 대부분의 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첨단 기술 개발 여부에 달렸다기 보다는 석유 에너지 체제를 유지하려는 거대 자본과 국가의 권력을 민중들의 운동을 통해 얼마나 약화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저자는 자연스럽게 노동운동, 농민운동의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그저 신사회운동, 부르주아 시민운동의 하나 쯤으로 생태운동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금융위기/생태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노동운동, 농민운동도 생태적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고민되는 지점은 바로 '폭력시위'에 대한 것인데, 저자는 단호하게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폭력시위는 그만두고, 차라리 전경들 먹는 식단 재료들을 유기농으로 바꾸는 운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잘라 말하기도 한다. 말의 뉘앙스로 봐서는 기존 운동방식을 비판하고 생태적 전환이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든 비유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현재 농민운동, 노동운동이 폭력적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조건에 대해 너무 쉽게 간과하고 보수언론과 비슷한 방식으로 일갈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올 해 초 민주노동당이 분당하고 진보신당이 결성될 시점에 '녹색'인사로 박승옥씨가 참여하는 문제를 두고 노동운동 진영에서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들의 논지를 대략 요약하면 '박승옥은 너무 우파 아니냐?'라는 거였다.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생태운동에 무게중심이 가 있는 사람을 '우파'라고 지칭하는 것도 그렇고, 그 반대편에서 노동운동의 행동양식을 무조건 '폭력적이다'라는 말로 몰아세우는 것도 보기 안 좋긴 마찬가지다. 서로의 조건을 이해하면서 변화의 지점들을 찾아갈 수는 없을까? 한국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해 넘어서야할 또 하나의 벽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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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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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잘~ 읽었습니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