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ss
- 구르는돌
- 2016
-
- 고병권, <살아가겠다> 발췌독.
- 구르는돌
- 2014
-
- 박재순, <다석 유영모> (현...(1)
- 구르는돌
- 2013
-
- 여왕의 교실 (2013.07.19)
- 구르는돌
- 2013
-
- 나부터 행복하고 보기. (201...
- 구르는돌
- 2013
1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
1. 무너지는 모기지시장
○ 금리 시대의 마감 : 04년 6월까지 1년간 물가상승률은 약 3%. 기준금리가 1%였으므로 실질이자율은 -2%. 이자까지 주면서 돈을 빌려주는 상황. 이후 FRB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17차례 상승시켜 06년 6월 말에는 5.25%까지 올림.
○ 어느 모기지 업체의 몰락
┖→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모기지 이자율도 상승.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자율이 급격히 상승.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상당수가 변동이자율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
┖→ 이자율 상승에 따라 모기지 연체율이 늘어나면서 MBS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에게 흘러가야 하는 현금흐름이 줄기 시작. MBS 가치 하락. 06년 5월 4일 중소규모의 메리트파이낸셜이 최초로 파산보호신청.
○ 모래위에 쌓은 성
┖→ 06년 초부터 미국 주택 가격 상승세의 중단. 그러나 FRB는 기준금리를 계속 올렸고, 모기지 대출시장도 여전히 활발한 상태.
┖→ 모기지 대출회사는 주택구입자에게 모기지 대출을 해주고 이렇게 대출한 모기지의 풀(pool)을 도매로 투자은행에게 매각하는 것이 주요 영업 방식. 모기지 대출회사가 주택 구입자들로부터 30년간 이자를 받고 매년 받는 이자가 5억 달러라고 했을 때 4억을 투자은행에게 넘겨주면 1억은 모기지 대출회사의 수입. 이들은 앞으로 매년 들어올 1억 달러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계산하고 모기지를 매각한 시점에서 이 현재가치를 모기지 매각이익으로 회계처리함. 미래에 발생할 현금흐름을 모두 모아서 현재의 이익으로 계산하는 방식.
┖→ 투자은행은 MBS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를 하는데, 모기지의 부실화로 투자자들이 이자를 지급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모기지 풀을 모기지 대출회사가 다시 사가는 계약을 하게 됨. 06년에 모기지 연체와 부도가 증가하면서 이는 실제 상황이 됨. 그런데 이때 모기지 연체와 부도가 증가하였으므로 되산 모기지 풀의 가치는 처음 투자은행에게 매각했을 시점의 가치보다 떨어졌음. 그러나 모기지 대출회사들 중에는 이런 손실을 장부 기록에 누락하여 가치를 부풀리는 경우가 많음.
┖→ 대출자의 신용상황에 대한 조사 없이 모기지 판매에만 몰두.
○ 뉴센추리파이낸셜의 파산
┖→ 07년 2월 7일 손실장부 조작 문제로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음.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의 붕괴를 우려하는 버냉키 FRB의장의 우려 제기됨.
┖→ 신용평가회사들은 MBS채권의 신용등급을 하락시키기를 꺼려함. 신용등급 하락은 채권가격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채권발행회사들이 다른 신용평가회사를 찾아가 고객을 잃을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
┖→ 뉴센추리파이낸셜은 모기지 풀에서 충분한 수익이 나지 않을 때에는 이를 되사간다는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정도로 파산보호신청을 냄. (07년 4월 2일)
2. 신뢰의 위기
○ 베어스턴스의 묘책
┖→ 07년 5월 9일, 에버퀘스트파이낸셜이 베어스턴스를 발행기관으로 하여 1억 달러의 IPO(비상장회사가 주식을 일반에게 팔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추진. IPO이후에는 그 회사의 주식이 증권거래소에거 거래됨.
┖→ 에버퀘스트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만제도에 설립된 페이퍼회사. 여기서 에버스턴스가 운영하고 있던 헤지펀드로부터 2/3의 CDO를 매입. CDO발행시 채권의 일부를 발행자가 갖는데 이는 대개 우선순위가 가장 낮은 위험한 트랜치를 갖게 됨.(지분 트랜치) ⇒⇒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가 갖고 있던 CDO를 에버퀘스트에게 넘겨 이를 일반투자자에게 팔아 부실자산을 털기 위한 묘책.
○ 레버리지의 함정
┖→ 공매도(short-sale) : 남에게 금융상품을 즉시 빌려 매도하는 거래.
|
연간 20% 수익률이 확실한 투자기회가 있다고 가정. 그런데 10%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9억원을 빌려 자기 돈까지 더해 모두 10억원을 투자한다. 1년 후에는 12억원이 됨. 빌린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지급(9억 9천만원)하고 나면 2억 1천만원이 남음. 자기 돈만 따지만 1억 1천만원, 즉 110%의 이익을 본 셈. 공매도는 이러한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를 노린 것. 그런데 수익률이 반대로 -20%라면? 총투자금액 10억원이 나중엔 8억원이 됨. 자기 돈 1억은 이미 날린 것이고 빌린 돈에서도 1억 9천만원의 자기 돈을 보태야 원금과 이자 9억 9천만원을 갚을 수 있음. 자기 원금에 대해서 -190%만큼 손해를 본 것. |
⇒⇒ 공매도에 의한 투자손실로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들의 부실화 초래 ⇒⇒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특히 CDO 시장이 냉각됨.
○ 번지는 신용위기
┖→ 알트에이(Alt-A) 모기지 대출 전문회사에도 연체금이 쌓이기 시작. 07년 7월 31일, 독일 중소기업은행 IKB가 미국 모기지 대출 관련 금융상품 투자로 인해 손실 발생 사실을 밝히면서 위기가 유럽으로 퍼져나갔다는 사실이 공론화됨. 이 은행은 결국 주식의 91%를 겨우 1억 5천 유로를 받고 론스타에 매각하면서 부실을 처리.
┖→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 파리바의 자금인출 중단 사태 : 이 은행은 펀드 투자자금의 3분의 1이상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투자하였고, 07년 8월 9일 전 2주간 20%의 손실을 봄. 인출중단 이유는 ‘유동성의 완전한 증발’로 인해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 계산을 중단했기 때문.
○ 첫 번째 국제공조
┖→ 유럽은행들의 유동성 위기 : 유럽시장에 신용경색이 오면서 새 ABCP를 팔기 어려워지고, ‘돌려 막기’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됨. 독일 IKB는 ABCP가 자산의 25%sk 되어 위기가 발생한 경우.
|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 자산담보부어음) ABS의 일종. 그러나 ABS가 장기채권형태로 발행되어 만기가 긴 데 비하여, ABCP는 만기가 수개월 정도로 짧음. ABS는 동일한 자산의 풀에 대하여 시니어, 주니어처럼 우선쉬이가 다른 트랜치를 뽑아내지만, ABCP는 우선순위가 없음. ABS는 만기가 되면 채권을 상환하고 특수목적회사를 청산하지만, ABCP의 경우에는 특수목적회사가 같은 일을 반복하여 새 ABCP를 만듦. 새 ABCP를 발행하여 만기가 돌아오는 ABCP를 갚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니, 소위 ‘돌려막기’를 하는 셈. |
┖→ 오버나이트론 이자율 상승 : 자금 여유가 있는 금융기관이 다른 금융기관에게 이자를 받고 하루 동안 돈을 빌려주는 초단기 대출을 말하는데, 신용경색 국면에서 이것의 이자율이 상승함.
┖→ 이에 07년 8월 9일과 10일, 유럽중앙은행은 각각 950억, 610억 유로를 오버나이트론시장에 공급. 미국은 240억 달러, 일본은 1조 엔 공급.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첫 번째 국제공조. 다른 나라의 금융기관들도 주택담보대출을 가지고 MBS, CDO를 만들었기 때문에 신용경색이 자국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공동대처는 필연적. 그러나 오버나이트론 이자율의 변동성은 다시 급격해짐.
┖→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려오던 FRB가 다시 금리를 인하하였으나, 금융위기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
○ 멈추지 않는 악순환
|
공정가치회계(Fair value accounting)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들의 가치를 현재의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는 회계처리. 즉 시가평가(market-to-market).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모기지 채권들의 가치가 하락했을 때 원래 매입한 가격이 얼마인지에 관계없이 현재시점의 가치로 평가. 기업의 재무상태를 고정하게 나타내기 위한 목적. |
┖→ 공정가치회계에 따르면, 금융자산의 가격이 하락한 만큼 은행의 자본이 줄어들게 됨. 부채를 떠받쳐 줄 자본이 줄게 되어 은행의 건전성 악화.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떨어짐. 국제결제은행 규정상 자기자본비율을 8%로 유지해야 함.)
┖→ BIS비율은 위험 자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그 비율이 악화되는 방식으로 계산됨.
○ 골드만삭스의 미소
┖→ 06년 말 골드만삭스의 모기지사업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CFO 비니아르는 자사 보유 자산들의 위험을 검토한 뒤, 모기지 관련 채권들을 상당부분 매각하고 남은 채권들에는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을 사야 한다고 주장. 블란크파인 회장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행함. 당시 다른 투자은행들은 모기지채권에 대한 투자에 열성을 보였기에 매각은 순조로움. 이후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한 직격탄을 피해갈 수 있었음.
3. 베어스턴스의 위기
○ 피투성이 은행들 :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이 08년 4/4분기에도 엄청난 평가손실 발생. 자구책의 일환으로 인권감축 단행(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씨티그룹은 중동의 아부다비 국부펀드에 전환사채1) 발행.
○ 모노라인의 위기 : 대표적인 모노라인 회사인 Ambac과 MBIA의 주가가 각각 52%와 31% 폭락하면서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락. 이에 따라 이들이 보증하고 있는 채권들의 신용등급도 하락. 이들 모노라인이 ABS나 CDO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이 발행한 채권들도 보증하고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파장.
○ 베어스턴스의 몰락
┖→ 07년 7월 베어스턴스가 운용하는 헤지펀드 두 개가 파산하면서 CDO시장 급냉각. 케인 회장이 CEO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유동성위기에 대한 우려가 번짐.
┖→ 08년 3월 11일, FRB가 MBS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유입 정책 발표. 이제 사람들은 미국 정부가 MBS채권을 직접 매입할 것이라 생각하게 됨. 이는 국민 세금으로 부실한 은행을 살리는 것으로,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함.
┖→ 그러나 이 조치는 베어스턴스를 살리기 위한 조치라는 인식에 쐐기를 박으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유동성 위기를 확인시킴. 베어스턴스의 단기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감. 이에 폴슨 재무장관의 중재 하에 베어스턴스는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됨.
○ 대마불사(Too big to fail; 大馬不死) : 미국정부가 금융기관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정책을 쓰는 것을 보고, 이들은 무조건 덩치를 키워야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됨. 실제 자동차 회사 GM과 포드는 엄청난 영업손실을 보고 있었지만 정부의 구제조치만을 믿고 자산규모를 줄이지 않음. 결국 이들은 미국 의회에 25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당당히’ 요청.
1) 다른 채권과 마찬가지로 미리 정해 놓은 이자율에 따라 소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데, 채권소유자가 원할 경우에는 주식으로 전환가능. 회사의 주가가 크게 뛸 경우에는 주식으로 전환하여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주곡
1. 서브프라임의 요람
1)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탄생
- 대공황이 진행 중이던 1930년대 당시, 은행들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모기지 대출을 늘리지 않아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이 늘어남.
- 은행들의 모기지 대출 인센티브 부족 : 자산(대출금)과 부채(예금, 채권)의 만기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져 자금 순환이 되지 않는 신용경색 발생.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기업은 도산위기에 빠짐.
- 공황상황에서 은행들은 대출자산의 만기가 부채에 비해 과도하게 길어지기 때문에 모기지 대출과 같은 초장기대출을 할 인센티브가 없음.
- 루즈벨트의 해결책 : 패니매의 설립
┖→ 모기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
┖→ 정부보증을 받은 모기지들을 금융기관들로부터 매입하여 은행에 자금을 공급.
- 패니매의 문제점 : 국민세금으로 은행 장사를 시켜준다는 비난, 관료주의, 베트남전에 따른 재정압박 ⇒ 패니매의 주식회사화. 그러나 여전히 정부후원(GSE; 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하에 있음.
- 패니매의 독점화를 막기 위해 또 다른 GSE인 프래디맥 설립.
2) 1980년대의 규제완화
- 모기지 대출 이자율 상한선의 모순 :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은 이자와 원금을 제대로 갚지 않을 확률이 높아 은행은 이를 높은 이자율로 상쇄시키려 함. 그러나 이자율을 제한하면 금융기관들은 저소득층에게 모기지 대출을 할 인센티브가 없어짐.
- 예금기관 규제 철폐 및 통화 통제법(1980) : 모기지 이자율 규제 철폐. 주택을 담보로 하기만 하면 은행이 모기지 대출을 할 수 있게 함.
- 대안 모기지 거래 동등법(1982) : 주택담보대출에 변동이자율 적용. 처음 몇 년 동안은 원금을 한 푼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는 방식도 가능하게 됨.
- 조세개혁법(1986) : 모기지 대출금 지급이자에 대해서 소득공제 적용.
⇒⇒ 금융기관 간 경쟁 심화로 모기지 이자율이 신용카드 대출금 등의 이자율보다 낮아짐. ⇒⇒ 이미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도 모기지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기존 신용대출금을 갚는 것을 택함. ⇒⇒ 모기지 시장의 과잉 활성화
3) 저축은행의 위기
- 1980년대 초반의 이자율 상승 → 저축은행이 이미 낮은 고정이자율로 대출한 모기지 채권의 가치 급락
- 만기가 짧은 예금들은 높은 이자를 찾아 이동
⇒⇒ 모기지 대출 비중이 큰 저축은행은 수익성 악화. ⇒⇒ 뱅크런 발생.
- 미국 정부는 은행의 자기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해결하려 함(저축은행의 자본금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도록 회계제도를 전환). 또한 예금보험한도를 4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늘림(뱅크런 가능성 축소). ⇒ 저축은행 건전성 악화
4) 금융 연금술
- 지니매 : 패니매와 프레디맥과 같은 정부가 보증해 주는 MBS채권 발행 기관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자기 채권의 신용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적인 보증기관에 수수료를 내고 MBS안정성에 대한 보증을 받는데, 지니매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 자산 유동화에 기여
▷ MBS를 만드는 과정 ◁
2. 날아오르는 서브프라임
1) 대통령의 꿈
-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발행하는 채권들은 최악의 경우 정부가 대신 갚아줄 것으로 모든 사람이 믿었기 때문에 사실상 위험이 없었음. (신용등급이 정부와 동일한 AAA) 게다가 낮은 이자로 얻은 자금을 가지고 더 비싼 이자를 주는 모기지 자산을 은행으로부터 사들임으로써 손쉽게 이자율 차익을 실현함. 모기지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득을 상당부분 정치권에 대한 로비활동에 쏟아 부음.
- 클린턴 행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MBS를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 그러나 서브프라임에 대한 위험 요인 때문에 시장은 확대되지 않음.
- 반면 전문 모기지 회사들은 서브프라임 대출을 늘리기 시작. (90년대 중반 주택가격 상승의 영향) 월가 투자자들의 서브프라임 MBS 구입이 서브프라임 확대에 기여.
- 97년 자산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율 인하 등에 힘입어 거주목적을 넘어선 투자목적의 주택구입의 인센티브가 생김. ⇒ 미국발 ‘부동산 불패신화’
2) 모노라인과 신용평가회사
- 서브프라임 MBS의 이점 :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자체가 위험이 크기 때문에 프라임 모기지 대출보다 높은 이자를 받음. 여기에 수수료를 받고 전문적으로 채권을 보증해주는 모노라인(monoline)의 보증에 의해 같은 위험의 다른 금융상품보다 훨씬 큰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됨.
- 모노라인은 원래 주정부를 포함하여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채권들을 보증하는 것이 주 업무. 그 때문에 원래 최상위 신용등급(triple-A)을 갖고 있었고, 서브프라임 채권 보증을 한 이후에도 좋은 신용등급 유지. 그러나 모노라인이 보증하고 있는 채권이 모두 지급불능상태가 된다면 갚아야 할 금액이 3조 달러 이상이 되고, 모노라인의 총자본금은 이것의 1/150에 불과.
- 신용평가회사의 등장 : 파생금융상품이 복잡하게 발전하면서 그 위험을 판단하는 것도 어려워짐. 그래서 신용평가회사들에게 수수료를 지불하고 자기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를 맡김. 그러나 신용평가회사는 채권 발생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이들과 유착관계가 형성됨. 특히 발행회사들은 더 높은 신용등급을 줄 수 있는 신용평가회사를 골라 평가를 맡기는 ‘등급쇼핑’을 하기도 함.
- 일부 서브프라임 업자들은 고객이 모기지를 꼬박꼬박 갚아 나가도 이를 국가 신용기관에 의도적으로 알리 지 않음. 이들이 신용도가 높아져 이자율이 낮아지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것. 이러한 행위는 형사 및 민사 소송의 대상이 됨.
3) 새천년의 우울한 시작
- 유럽의 불경기, 닷컴버블 붕괴, 9.11 테러, 엔론 회계부정 스캔들로 인해 미국 경제의 불경기 심화.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
- 한때 6.5%까지 올라갔던 기준금리를 부시 취임 직전부터 내리기 시작하여 2001년 12월 1.75%까지 내림. 2003년 6월에는 1%까지 내림. 이에 힘입어 모기지 대출도 증가. 신용평가기관의 대출기준심사 기준도 완화됨.
- 패니매와 프레디맥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MBS로 시장을 확대. 2002년에 패니매는 씨티그룹에 이어 미국 제2위의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 함.
- 2004년엔 대형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됨.
※ 낮은 금리와 금융공학의 발달이 주택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킴.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주택에 대한 수요를 더욱 크게 만드는 순환구조가 형성. 이 과정에서 각 경제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가세하여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급증.
■2008년 9월 15일
1.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
1) 서브프라임 모기지
- 부동산담보대출 : 주택을 살 때 사고자 하는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은행으로부터 장기대출을 받는 것. 프라임(prime), 알트에이(Alt-A), 서브프라임(subprime)으로 구분.
- 미국 주택가격은 규제완화와 낮은 이자율에 힘입어 1990년대 중반부터 상승세. 이에 기대어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수준까지 담보대출 확대함. 그러나 2006년부터 미국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면서 위기 발발.
2) 모기지 금융상품
-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 부동산담보대출금은 주택 구매자에게는 부채,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 그러나 이미 대출해 준 상태이므로 은행이 마음대로 쓸 수는 없음. 그래서 별도의 유동화 회사를 차려 모기지를 넘겨받게 한 후 이를 담보로 새로운 증권을 만듦. 매도받은 금액은 원래의 은행에 넘겨주어 은행이 쓸 수 있는 현금 조성. 이 외에도 학자금, 자동차 구입대금 등에 기초한 다양한 방식의 ABS(Asset-backed securities)도 개발됨. MBS는 ABS의 일종.
-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여러 ABS와 채권들을 함께 묶어 하나의 풀(pool)을 형성하고 이 풀 전체를 대상으로 우선순위가 서로 다른 새로운 증권들을 만들어 냄. CDO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CDO 배경에 있는 자산들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음.
3) 흔들리는 리먼브러더스
- 2006년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인해 모기지 관련 MBS와 CDO를 대량 보유한 리먼브러더스(자산규모 4위)는 재무상태의 악화에 직면. 2008년 상반기에만 주가가 69% 하락. 자산규모 3위의 메릴린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함.
2. 리먼브러더스의 몰락
1)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 08년 9월 12일 긴급회의 : 뉴욕연방은행장 가이스너(Timothy F. Geithner)가 소집. 리먼브러더스의 구제방안 모색을 위한 회의.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영국계 바클레이즈(Barclays)와 HSBC가 리먼 인수에 관심을 가졌으나 부실 규모를 가늠할 수가 없어 정부가 손실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게 됨.
- 08년 3월 JP모건체이스의 베어스턴스 인수 당시에도 미국 정부가 300억 달러를 지원했고, 회의 직전 9월 7일에는 패니메와 프레디맥 구제에도 2,000억 달러가 투입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들보다 자산규모가 큰 리먼도 정부지원을 기대함.
- 정부는 국민세금을 투여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인수 의향을 밝히던 회사들이 모두 포기를 선언함으로서 리먼은 최종적으로 법원에 파산호보신청을 함.
2) 축복받은 자와 저주받은 자
- 메릴린치의 경우 : 리먼 구제방안 논의 과정을 지켜 본 메릴린치의 테인(John A. Thain)회장은 위기를 직감. 리먼 문제 처리 이전에 행동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여 뱅크오브아메리카와 협상 끝에 500억 달러 인수에 합의. 이로서 BOA는 투자은행으로의 진출 가시화.
- 리먼브러더스의 경우 : 07년 5월 당시 글로벌채권붓서 책임자 겔반드는 풀드 회장에게 리먼이 과다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경고를 했으나 그를 해고해 버림. 그는 ①리먼의 회생 가능성을 믿었을 만큼 당시 상황에 둔감했으며, ②정부가 세금을 통해 구제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고(도덕적 해이moral hazard) ③기업의 소유주체인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경영인의 도덕적 해이의 한 유형인 대리문제(agency problem)1) 발생. 실제로 풀드 회장은 회사가 휘청거리고 있던 2007년에만 3천4백만 달러를 받았고 당시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 총액은 57억 달러.
3. 파산보호신청 이후의 리먼브러더스
- 08년 9월 15일 파산보호신청은 리먼 전체가 아니라 ‘리먼브러더스홀딩스’라는 지주회사만 대상이 되는 것. 전 세계에 걸친 자회사, 손자회사는 제외.
- 미국 파산법 제11장 : 회사가 재무적으로 위기에 직면하면 채권자들이 자기 몫을 챙기려고 쇄도하게 되는데 이 순간 회사가 순식간에 공중분해되는 것을 막고 회사의 회생가능성을 따져볼 기회를 갖는 것을 목적으로 함.
1) 시체를 둘러싼 경쟁
- 영국 바클레이즈 : 파산보호신청 다음 날, 17억 5천만 달러에 리먼의 미국과 캐나다 자본시장부문을 인수하기로 합의. 그러나 바클레이즈 자체도 부실자산을 안고 있던 상태라 인수를 위한 재원조달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투자자들은 인수에 호의적이지 않음. 바클레이즈의 주가가 이 날 2.5% 하락.
- 일본 노무라홀딩스 : 9월 22일 리먼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업 인수 합의.
|
주식의 시장가치와 내재가치 |
|
|
시장가치 |
내재가치 |
|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 결정되는 가격 |
투자자가 주식을 샀을 때 앞으로 나올 현금배당의 흐름을 ‘적절한 방법’으로 모두 합한 값. 여기서 ‘적절한 방법’이란 미래에 나올 돈들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할인discount)하는 것. |
|
글래스스티걸법과 그람리치블라일리법 |
|
|
글래스스티걸법(1933) |
그람리치블라일리법(1999) |
|
1929년 대공황 이후 안정적인 금융시장 형성을 위해 제정. 은행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으로 분리하여 각자 고유 영역에서만 영업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 상업은행의 예금자 보호를 위한 수단이 됨. |
미국과 달리 유럽 여러 나라들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영업을 모두 할 수 있는 유니버설 은행 성장. 유럽계 은행과 경쟁에서 밀리게 된 미국계 상업은행들의 상황을 반영하여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병행할 수 있게한 그람리치블라일리법 제정 됨. |
※국부펀드 : 정부나 중앙은행이 소유하는 투자펀드. 국제수지 흑자나 원자재 수출 등을 통해 확보된 외화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 국부펀드의 규모는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아 증궈이나 원자재 시장의 가격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많은 국가들이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투자공사(Korea Investment Corporation)가 한국의 국부펀드이다.
※국가간 통화스왑 : 두 나라의 중앙은행이 일정기간 동안 두 나라 화폐를 교환하는 계약. 약속한 기간이 지나면 다시 교환하여 원래 상태로 회복시킨다. 08년 10월 29일, 미국 연준은 한국, 싱가포르, 브라질, 멕시코의 중앙은행들과 각각 300억 달러 규모의 스왑라인을 6개월 동안 열기로 합의했음. 통화스왑을 이용하여 달러 보유고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달러가 일시적으로 부족할 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1) 갑이 을에게 갑을 위해 일해 달라고 계약을 맺었을 때, 을이 갑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기 보다는 을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현상. ex) 갑이 홍길동을 고용하여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구멍가게의 운영을 맡겼다고 하자. 장차 이 동네 지방의원이 될 꿈을 품고 있는 홍길동은 가게의 이익을 높이기보다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물건을 공짜로 주어 자신의 미래를 위한 친분을 쌓고자 노력할 수 있다. ==> 도덕적 해이를 계약관계에 적용한 개념.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
1. 현대판 상인법
1) 중세 상인법 성립의 배경
- 중세 유럽은 법적 제도의 일관성이 없는 파편화된 사회. 이는 12세기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상업의 발달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감당할 수 없었음. 그래서 중세 상인들은 스스로 상인법을 만듦.
- 유럽의 주요 교역로와 상업 중심지 곳곳에 상인법을 시행할만한 재판소를 세우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는 장치를 만듦. 여기서 판사는 오랜 장사꾼 경험 속에서 상업의 온갖 관행과 실제 사례에 정통해 있고 상인들 사이에서 신용과 명망을 쌓은 사람. 그는 ‘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양쪽이 조속히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중재함.
- 상인법 재판의 특징 : ①재판소의 선택, 증거의 종류나 제출방식, 사용되는 법적 원천은 전적으로 분쟁 당사자에 의해 결정됨 ②판결이 강제력을 통해 집행될 수 없음. 영주 등 당시 물리력을 보유한 이들이 상인법에 관여하지 않음. 다만 판결에 복종하지 않는 상인은 상인 공동체에서 ‘왕따’가 됨.
2) 주권국가 등장 이후
- 베스트팔리아 체제 등장 이후 근대적 영토-주권국가의 등장. 이 국가들은 자국 영토 안에서는 오로지 자국만이 법을 정할수 있는 권력인 주권을 가지며 그 밖의 다른 어던 법적 권위도 인정하지 않음. 이에 따라 이전 상인법은 국가의 법제화를 거쳐 각국에서 통일적으로 시행되는 민법과 상법으로 흡수.
- 국가간 법체계 수립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 이에 20세기에 들어 일정한 구속력을 갖는 국제법 체계가 성립됨. 이 국제법 체계 하에서 의미있는 구성원은 오로지 국가. 국가를 제외한 주체(ex: 투자자)는 국제법적으로 국가의 상대가 될 수 없음.
- 이런 경직된 국제법 체계는 세계적 차원에서 상거래를 펼치는 이들에게 인기 없는 것. 그래서 19세기 들어 공식적인 국제법 체계의 가장자리에서 옛날 ‘상인법’의 정신이나 관행에 따라 국제상거래 관계에서 상인들 스스로가 분쟁을 해결하는 중재절차에 호소하는 일이 많아짐.
3) 국제 중재절차의 제도화
- 1923년 국제상공회의소 주도로 유럽 17개국 대표들이 제네바에 모여 민간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쟁의 해결을 구속력 있는 중재심판에 넘기기로 합의하고 이를 각국이 법적으로 인정. 중세 상인법 관행의 부활. 그러나 국제상공회의소는 중재심판의 대상이 민간인들 사이의 상업적 사안으로 제한돼 있다는 것에 불만.
- 1965년 투자분쟁조정회의 : 기존의 사적인 국제중재절차제도를 국가와 외국 투자자 간의 분쟁에까지 적용하기로 함. 세계은행 산하에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라는 포럼을 설립하여 국가와 외국 투자자들 사이의 분쟁에서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중재심판을 하는 역할을 맡김.
- ICSID의 한계 : ICSID의 심판이 개별 국가에 국제법적 효력이 있는 구속력을 가지려면, 그 국가가 “이 건은 우리나라의 법적 권한에 속하지 않으며 ICSID의 중재심판 대상이 된다.”는 식의 명시적인 의사표명을 해야 함. 외국 투자자는 해당 국가와 계약 당시 이 조항에 합의를 해야 ICSID 중재심판에 대한 구속력을 갖게 할 수 있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투자협정(BIT)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2. 국제법 체계를 뒤엎은 자본의 공세
1) 잠에서 깨어난 국제 중재절차
- 특정 국가가 어떤 특정한 외국 투자자와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특정 국가와 협정을 맺는다면, 그 협정은 국가와 국가간에 맺은 조약이니 흠결 없는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다.(BIT) 이 경우 ICSID는 투자협정의 양 당사국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외국 타자자 대 국가의 분쟁에 대해 구속력 있는 중재심판을 할 수 있게 됨.
- 이런 투자협정은 국가 주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간헐적으로만 이루어져 왔을 뿐. 그런데 1980년대 말부터 지구화가 본격화 되면서 양자간 또는 다자간 투자협정이 봇물처럼 터져나와 ICSID의 중재심판 건수도 증가.
2) 2차 대전 이후 ‘지구화’ 3단계
- 1단계(70년대 초) : 고정환율제 붕괴와 오일쇼크. 영미권에서의 보수화와 제3세계 외채 증가.
- 2단계(80년대) : 통화주의자들의 금리인상에 따른 제3세계 국가들의 외채위기. 제3세계 시장개방과 구조조정.
- 3단계 : 워싱턴 컨센서스에 후속하는 지구화의 단계
3) 전세계에 강제되고 있는 ‘신헌정주의’
- 타자자의 권리와 이익이 제일의 우선성을 가진다는 신헌정주의는 투자협정과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를 통해 몇백년 동안 유지되어 온 국제법의 체계를 무너뜨린다. 투자 수익성에 장애가 되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장벽들에 따로따로 싸울 필요 없이 국가를 책임자로 몰아 소송으로 국제법정에 불러낼 수 있게 된 것.
■‘투자자의 보호’란 무슨 의미인가
1. 보호용 방패가 공격용 창으로 변하다
1) ‘물건’이 아닌 ‘자산’이 사적 소유의 대상이 되다
- 미국 헌법상의 ‘사적 소유 보호’ 개념 : “정부는 개인의 사적 소유물을 가져 갈 수 있지만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만 그렇게 할 수 있고,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그 개인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소유의 대상은 ‘토지’와 같은 가시적인 물건에만 해당.
- 미국 남북전쟁을 거쳐 1870년대부터는 소유의 대상이 사물이 아닌 온갖 자산, 즉 소득을 창출해주는 모든 것으로 전환. 땅투기와 온갖 신종 금융기법들의 출현으로 사적 소유의 법적 정의는 ‘화폐가치’쪽으로 기울게 됨.
- 1890년 미네소타 주정부의 철도건설 과정에서 토지의 가치변동을 겪은 땅주인에게 보상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문제. 주정부 입장 “정부에서 토지 소유권을 가져간 것이 아니며 단지 토지의 가치 삭감만 일어났으니 사적 소유가 침해된 것이 아니고, 따라서 이 문제는 헌법적 사안이 아니라 주정부의 재량 아래 있는 것” 땅주인 입장 “정부에서 소유권을 가져가지 않았다 해도 토지의 화폐가치가 떨어졌으니 주정부가 사적 소유물을 수용한 것이나 마찬가지” ==> 대법원 판결은 땅주인 입장 승소. 소유개념이 20년만에 단순한 사물에서 ‘소득창출능력’으로 바뀐 것.
2) 레이건 시대의 ‘규제에서 파생된 수용’
- 1930년대 뉴딜 정부의 등장으로 사적 소유의 의미가 ‘국가가 허용하는 만큼의 소득을 취득할 권리’로 축소.
-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등장으로 ‘규제에서 파생된 수용’(regulatory expropriation)개념 등장. 1992년 판례에서 행정 규제라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 토지에 대한 수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
- 나프타 11장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에서는 이 ‘규제적 수용’ 개념이 이상적으로 펼쳐져 있음.
2. 나프타 11장에 나타난 ‘투자’와 ‘수용’의 의미
1) ‘투자’의 넓은 범위
- 나프타 1139조의 정의 : ‘투자’는 기업은 물론 각종 유가증권, 부동산, 유형 및 무형의 재산 등 사실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산’ 취득을 포괄하고, 더 나아가 각종의 이익을 낳는 자본기탁과 투자대상국 내의 각종 허가 및 특허권을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 자원의 취득도 포함.
- 나프타 1101조의 11장 규정이 적용되는 대상 : 투자자 및 투자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투자대상국이 취하고 유지하는 ‘조치들’. 여기서 ‘조치들’이란 ‘모든 종류의 법, 규제, 절차, 요건 및 관행’.(201조 1항)
- 1110조에서 수용의 의미 : ‘간접적 수용’(indirect expropriation)과 ‘수용에 맞먹는 조치’(measures tantamount to expropriation).
┖→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설명에 의하면 이것은 곧 ①‘점진적 수용’(creeping expropriation). 즉 소유자의 소유권에는 아무런 직접적 영향이 없지만, 국가의 개입과 조치로 인해 조금씩 장기간에 걸쳐 투자의 가치가 잠식되는 상황. ②‘규제에서 파생된 수용’(regulatory expropriation). 소유권의 화폐가치에 영향을 주는 법적 규제. 경찰력까지도 문제 삼을 수 있음.
3. ‘공공이익’은 어떻게 되는가
1) 매탈클래드 사건의 경우
- 각각의 국제 중재재판소는 서로 독립적으로 심사하고 판결하며, 사건 유형별로 구속력 있는 판례가 쌓이지 않음. 따라서 분쟁의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오게 마련.
- 매탈클래드 사건에 대한 중재재판소의 판결문 : “본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환경보호 조치와 같은 동기라든가 의도 등은 고려하거나 결정할 필요가 없다.” 고려해야 할 문제는 오로지 “투자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가” 하나뿐.
2) 정부를 쫄아들게 만드는 된서리 효과
- 투자자는 제소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만으로도 투자대상국을 쫄아들게 해 어떤 입법이나 행정조치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음. 제소 절차를 밟기 이전에 투자대상국 관청에 ‘의도 통지’를 보내는데 여기서 제소의 논리와 배상금의 크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 중재재판으로 가지 않고도 해당 국가를 굴복시킬 수 있음. (캐나다 필립 모리스 사건과 공공자동차보험 사건)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1. 국제 중재절차의 성격
- 국제 중재절차는 일정한 법적 효력의 근거와 원천이 명확하게 규정된 법체계 내에서 그 법체계가 정해놓은 절차와 규칙을 따라 행해지는 일반 법정의 재판과는 성격, 절차과 완전 다름.
- 상인법의 심판과정은 두 명의 분쟁 당사자들간에 ‘쇼부’치는 과정.
2. 소송은 누가 제기하는가
- 간접투자자, 소수 주주, 채권 보유자 또는 주식 이외의 투자자, 소유 구조가 외국 투자가들에게 넘어간 현지 법인 모두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음. 게다가 투자자에 따라서는 원하는 국적의 나라로 가서 자회사를 세우든가 아니면 그 나라의 회사를 인수해 ‘투자협정 쇼핑’을 할 수 있음. 즉 한미FTA 협정 하에서는 중국회사가 미국에 자회사를 만들거나 그 나라 회사를 인수하여 한국에 투자를 하고, 여기서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면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음.
- 이 많은 주체가 개별적으로 소송을 걸면 한국 정부는 하나의 동일한 사건을 놓고 여러 다른 주체들과 다른 곳에서 여러 다른 소송에 휘말리게 될 수 있음.
3. 국제 중재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1) 규칙과 절차는 양쪽 당사자들이 결정한다.
- 국제 심판소송을 주관하는 국제기구와 틀 : ICSID, 국제상공회의소의 중재법정 규칙(ICC Rule), 스톡홀름 상업회의소 중재 제도, 유엔 산하 국제연합국제무역법위원회의 중재규칙(UNCITRAL) 등.
- 그런데 투자협정은 대부분 투자자들이 이 가운데 몇 개를 동시 선택할 수 있는 ‘메뉴’로 제시. 그래서 투자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제도를 선택하여 투자대상국 정부를 공격하는 ‘규칙 쇼핑’을 감행할 수 있음.
2) 중재심판 과정은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된다.
- 규칙과 절차가 결정되면 양쪽은 각자의 변호사를 내세우고 중재인을 결정하여, 세 주체로 중재심판소를 구성. 중재인은 ICSID의 경우 ICSID기관에서 미리 작성해둔 명단에서 한 사람을 지명하여 선임. 그런데 이 과정은 철저하게 세 주체만 참여. 양쪽 당사자는 자신들의 문서나 의견을 공개할 의무가 없고, 변호사와 중재인이 누구인지, 심지어 판결문 자체도 비공개.
- 중재심판에서는 장사와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사업 기밀과 평판만이 중요할 뿐 공공의 이익은 전혀 논의대상이 아님.
- 단 투자자와 투자대상국 정부가 모두 동의할 경우 당사자 이외의 이해 집단들에게 심판소에 자신들의 의견과 입장을 전달할 기회를 줌.
3) 변호사는 물론 중재인도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
- 보통의 재판에서는 분쟁의 양쪽 당사자가 그 재판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됨. 판사가 분쟁의 양쪽 당사자와 금전적 관계로 얽혀있다면 완전 상식 밖의 일. 그러나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에서는 변호사는 물론 중재인도 보상을 받음. 상인법의 전통에서는 오히려 당연한 일. 법률 서비스에 대한 대가.
- 누구를 중재인으로 선정하느냐는 심판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침. 실제 국제 중재 관련 경험이 있는 법률가가 극 소수여서 일종의 ‘클럽’이 형성되어 있고, 이들에 대한 인적정보는 초국적기업이 더 많이 가지고 있음. 법률가의 입장에선 이 중재심판 시장에서 인정과 평판을 쌓아 계속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기업 쪽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음.
석돌이는 임용고시 준비생이다. 얼마전에 1차 시험을 봤고, 이달 말에 있을 2차 시험을 준비중이다. 그래서 석돌이는 어제 대구에 2차 시험 모의고사 및 문제풀이 강의를 들으러 갔다왔다. 이 초등임용계에도 사교육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다고 하는데 그 실태에 대해서 좀 폭로하고자 한다. 물론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어제 있었던 강의에도 모 고시학원에 500여명의 수강생이 몰렸단다. 이 강의는 11월 한달간 매주 한번씩만 진행되는데 수강료가 12만원이다. 그렇다면 대구에서만 6000만원을 버는거다. 그런데 이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가 전국 팔도 유랑을 해서 서울 대구 부산 광주 등지에서도 매주 이런 강의를 하는데 일단 4군데에서 모두 대구 수준의 수강생이 몰린다고 가정하면 한 달 동안 2억 4천만원을 버는 셈이다. 물론 서울은 이보다 수강생이 많고, 넘쳐나는 수강생을 감당하기 위해서 교실을 몇개씩 나눠서 강사는 한 교실에서만 강의를 하고 나머지 교실에서는 강사의 수업을 생방송으로 찍어 빔 프로젝터로 수업을 '시청'하도록 한댄다. 게다가 그걸로도 감당 안되는 인원은 녹화분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전문 초등임용 강의를 하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손을 꼽아도 3명 정도 밖에 안된단다. 어제 대구에서 강의를 했다던 배모 강사는 교육과정과목 전문인데, 이 '초등' 교육과정이라는게 사람들은 초등이라 우습게 보겠지만 '강의'를 할 정도의 수준이 되려면 거의 만물박사가 되어야 한다. 어제 내가 들은 문제 예시.
이 수식을 어떻게 초등학생이 풀 수 있도록 가르칠 것인가?
우리는 물론 알고 있다. 4/5의 역수를 곱한다. 그런데 이 때 우리의 초딩이 '왜'라고 묻는다면? 왜 역수를 곱해야 하는지를 초등학생이 알아듣게 설명하는 것, 그 방법을 주관식으로 쓰는게 2차 시험 문제의 유형이란다.
이런 문제가 수학에만 있을까? 여하튼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상식을 초딩들이 이해하도록 체계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그걸 수험생이 단기간에 습득하도록 정리해내는 작업은 거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난이도 작업인데, 이걸 해내는데 성공한 이들이 저 3인의 초등임용 사교육 재벌들이라는 거다.
(물론 위 문제처럼 가치중립적으로 보이는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자신이 지도하는 담임으로 있는 반에 학습부진아가 있을 때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고, 이를 1200자 내에 답해야 한다. 답은 그냥 딴거 다 필요없고 요새 교과부에서 나오는 온갖 브리핑 자료를 딸딸 외워서 쓰면 만점이란다. ㅋㅋㅋㅋ 위의 유형이 더 많은지, 이런 '정치적인' 유형이 더 많은지 해당 수험생이 아닌 나로서는 알길이 없지만....ㅋㅋㅋㅋ)
어쨌든 근래들어 급상승한 초등임용 경쟁률 덕분에 위 3인을 비롯한 초등임용 사교육 종사자들은 완전 대박을 쳤댄다. 그런데 여기서 '근래들어'라는 말에 주의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비단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1-2년 사이를 지칭하는 말이 아닌거다. 임용경쟁률이 이상조짐을 보인 것은 실제 2000년대 초반부터였고, 06년에 노무현 정부에서 학급총량제인지 뭔지 실시한다고 하면서 전국 교대가 한번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여튼 유재석 버금가는 일당벌이를 하고 계신 이들은 지난 민주정부 10년에 감사해야 한다. 어쩌면 이들이 김대중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신지식인'의 전형적인 유형이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어제는 정말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어쨌든 이로 인하여 매년 배출되는 수천명의 초등교사들은 모교 교수들에 의해서도 아니고, 3인의 임용전문 강사들에 의해 양성되고 있는 셈이다. 교과부 브리핑 자료 따위나 읽으면서... ㅠ.ㅠ

가끔 책을 읽고 안타깝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은 대부분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깊이가 너무 깊고 울림이 커서 나의 앎의 그릇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경우이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입장은 무엇이며, 동의할 수 있는 바와 그럴 수 없는 바에 대해 밝히면서 나름 쭈뼛거리며 '비판적 독해'를 펼쳐보이고 싶은데도 그럴 수 없는 책이 가끔 있다. 어제 다 읽게 된 전인권의 <남자의 탄생>이 그런 경우이다.
이 책에 관해서는 안타까운 점은 단지 이것 뿐만이 아니다. 간혹 책의 내용과 관련해서 더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하면 저자에게 메일이라도 보내서 물어보곤 하는데, 이 책은 저자가 이미 고인이 되신 관계로 그럴 수도 없다. 57년생. 우리 아버지가 50년생이신데, 동년배들에 비해서 결혼을 늦게 하신 것을 감안하면 저자를 정확히 내 아버지 뻘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 같은 분이 자신의 유년기에 동안, 자신어 어떻게 '남자'로 만들어졌는지를, 개인의 은밀한 속살까지 낱낱이 드러내보이면서 말한다는 것은 사실 독자로 하여금 좀 낯 뜨거우면서도 호기심 가는 대목이다. 난 그렇게 남의 과거 사생활을 엿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또 깊이 울었다.
이 책의 초반에서는 주로 저자 자신과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회고가 주를 이룬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프로이트의 외디푸스 컴플렉스에 대한 개념을 수용하는 듯 하면서도 거꾸로 뒤집어 버린다. 외디푸스 컴플렉스에서는 어머니와 결혼하고자 하는 아들의 욕망은 아버지 살해에 대한 충동으로 이어지지만 결국엔 아버지의 법을 수용하고야 만다는 좌절을 표현한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드러내는 한국 가족에서는 오히려 아버지 살해를 이루지 않고도 아들의 어머니와 결혼하고자 하는 욕망은 실현된다. 실제 내 경험에만 비춰봐도 아버지-어머니 사이보다 나와 어머니 사이가 백배는 더 가깝다. 심지어 예전부터 아버지는 나와 같이 있을 때는 어머니와 직접으로 대화하려 하지 않았다. 버릇처럼 나를 대변인 삼아서 자신의 말을 전달할 것을 요구했다. 셋이서 밥을 같이 먹고 있을 때 조차도. 저자의 말대로 그것이 마치 아버지다운 행동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내 사생활 깊은 곳에 들어와 있었다. 어머니는 나의 대부분의 일상과 하나로 묶여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저자의 말대로 아버지는 자신이 아버지라는 것을 나에게 확인시키려 할 때에만 나의 사생활에 등장했다. 학교 성적표가 나왔을 때, 용돈기입장을 썼는지를 확인 할 때(아버지는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는 것도 아니면서 항상 용돈 기입장을 써는지를 확인하려 했다. 바로 최근에 까지 내일모래면 서른이 다 되어가는 누나에게까지도!), 평일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는 것을 야단칠 때... 어쩌면 아버지는 그렇게 교도관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등장하는 것 이외에 나와 어떤 관계도 맺지 않았던 것만 같다.
그런데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결국 '나'라는 주체 안에 아버지의 법이 관철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설명으로 나아간다. 저자 자신이 회고하듯이 나 또한 집에 아버지만 혼자 계실 때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의 경우 그 반대다.) 이는 아버지가 법과 질서의 상징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법과 질서는 역설적으로 내 안에 '진선미의 구조'를 만들어내고,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계세제적 구조 속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가족 내에서 내가 따라야 할 가장 기본적인 롤 모델이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나는 아버지를 통하지 않고서는 사회 또는 국가와 만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자의 경우와 나의 경우는 약간 다른 것 같다. 저자는 아버지를 통해서 그 위의 또다른 아버지를 상정하여 '학교 선생님 - 파출소장 - 지역 군부대 소대장 - ... - 김종필 국무총리 - 박정희 대통령 - 존슨 미국대통령 - 우 탄트 UN사무총장'으로 나아갔다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적어도 우리 아버지는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나에게 아버지는 항상 우울한 존재였다. 예전부터 아버지가 나에게 아버지로서 들려줬던 이야기는, 언제나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존재였는지에 관해서였다. 국민학교 때 3일을 굶어서 학교에서 시름시름 앓았는데 딱하게 여긴 선생님이 일찍 귀가시켰다는 얘기. 집안 형편 때문에 국민학교를 5학년 1학기 까지 밖에 못다녔는데 학교에서 어찌어찌 졸업장은 만들어 줘서 국졸 학력을 갖게 되었다는 얘기. 기타 다른 이야기들도 이와 비슷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미제 포탄에서 나온 부속을 재떨이로 쓰는 아버지를 보고 상상했던 것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 나에겐 아버지를 무작정 부정하는 것 이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런 식이다. 이런 식으로...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성격, 말투, 대인관계를 형성하게 된 모든 배경에 대해 하나하나 캐물어 나가야만 했다. 결국 나 또한 저자의 말대로 '동굴 속의 황제' 였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 어쩌면 난 아버지를 그토록 부정했던 만큼 내 세계 안에서 황제가 되고 싶어했을 지도 모른다. 그다지 붙임성이 좋지도, 말주변이 좋지도 못했던 내가 학교 선생님들에게 그렇게 잘 보이려 노력하고 발표라도 하나 하라고 하면 기를 쓰고 손을 들어 댔던 것도 그래서 일 것이다. 저자의 경우와 전적으로 다른 경우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난 가족을 건너뛰고 학교를 나의 직접적인 아버지로 삼으려 했던 것 같다. 지금껏 내가 다른 욕심은 별로 없으면서도 허영심에 가득찬 지적 욕구로만 똘똘 뭉쳐있는 것도 그래서 일 것이다.
그렇게 동굴 속에 철저히 갇힌 나는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면 항상 나의 동굴을 이렇게 왜소하게 만든 가족을 원망했다. 그럴 수록 난 더 깊은 동굴을 파댔다. 아...
* * *
얼마 전에 알튀세르의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를 보면서 그처럼 내 자신에 대한 정신분석학 적인 해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전인권의 <남자의 탄생>은 알튀세르의 그것보다 내 지금 욕망에 더 적합한 정신분석학적인 해부의 모형을 제시해 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만큼 그의 책은 사람을 더 울렁거리게 만드는 데가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
일부 발췌
순수한 사랑이 자신이 도달해야 할 성스러운 성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면, 음담패설적 성 관념은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를 필요로 하는 동굴 속 황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성은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할 수도 없었다. 권위적인 사회일수록 여성은 '성녀 아니면 창녀'의 양극적인 이미지로만 나타난다더니, 나야말로 그런 성 관념을 갖고 있었다.
그 같은 성 관념은 음란서적을 탐독하고 못된 그림책을 본 데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그 뿌리는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 집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여자 또는 남자로 행동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코 서로 성적 표현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일을 하고 아버지는 직장에 다니는 사라밍란 의미에서 부부유별의 성적 표현은 많았다.
그러나 서로 사랑하고 질투하며 싸우고 다시 화해하고 기뻐하는 성적 표현은 하지 않았다. 두 분은 하나의 사랑이 시작되고 유지, 발전되어 기쁨을 얻기까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햇빛과 영양이 필요한지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남녀로서 상호작용하기보다는 각자에게 주어진 길, 여자의 길과 남자의 길을 분담해서 걸었다.
지금도 두 사람은 그렇게 다툰다. 특히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당신은 왜 나를 좀 더 사랑하지 않느냐?"라고 항의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당신은 여자가 그게 뭐냐?"라거나 "니 아버지는 그게 틀렸다."라고 비난한다. 마치 선생님이나 목사님이 말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은 남녀로 맺어진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그것보다 더 숭고한 목적이 있다는 듯이 살아왔다.
한마디로 우리 집은 성의 무풍지대였다. 우리 국토의 허리를 가로질러 남북한의 대결을 피하기 위한 비무장지대(DMZ)가 있듯이, 우리 집은 마치 그곳에 성적 접촉을 하면 안된다는 '성의 비무장지대(DSZ)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댓글 목록
관리 메뉴
본문
너무 많이 도움이 됩니다. 직접 작성하신건가요? 제가 이쪽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실례가 안된다면 덧붙여 설명 가능한가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