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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비오는 광주를 다녀왔습니다.
이날은 노동부비정규직지부 동지들의 광주전남지역 동지들의 모임, 교육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또 공공노조 내에서 지역운동을 강화하기위한 노력으로 조직되고 있는 "(초업종)지역지부"인 광주전남지역지부가 출범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만두겠다고 생각한 이후에 광주동지들은 꼭 만나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마침 영섭동지는 "그만두려면 광주가서 허락맡아오라"를 발언을 하기까지 했지요. 그래서 갔습니다.
그나마 공공노조의 지역본부 중에서는 운동역량이 많다고 생각되는 광주지역이지만, 어려운 것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광주시청 청소용역 조합원들의 투쟁이 두달이 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번주에는 7보1배, 518까지 광주시내 전역을 행진하고 있습니다. 현안 투쟁도 투쟁이지만 서울'지역'에서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지역에서의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날, 광주전남지역지부 출범은, 1시간 전 "광주전남공공서비스지부"의 해산 총회에 이어졌습니다. 공공연맹 안에서 지역연대운동, 업종을 넘어선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에 모범을 보였던 조직입니다. 그러나, 이어진 광주전남지역지부 출범에서 지부 임원도 선출하지 못했고, 결국 지부는 결성했지만 집행부가 공백이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광주전남공공서비스지부 임원들이 지부 해산과 함께 자동적으로 사퇴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단지 형식적인 이야기일 뿐이겠죠. 지난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다음 번에는 현장에서 임원을 배출한다는 것을 전제로 활동가 동지들을 중심으로 집행부를 어렵게 구성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제 그것도 불가능한 조건이 된 것입니다. 또한 재정적으로도 상근활동가를 부양할 수 없는 조건, 그나마 (산별전환 이전) 연맹 시절 지원하던 인력과 예산의 지원마저도 오히려 축소되는 상황..
지역동지들의 진단을 들으면서 산별노조 안에서 지역으로부터 연대운동을 강화하고, 사회운동과 접합한다는 우리의 시도가 하나의 매듭을 지났다는 것을, 이제까지의 시도들에 대해서 근본적인 반성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붕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최근 1년여 동안 노조활동을 안타깝게 중단한 지역동지들이 많았습니다만, 그것은 역시 개인들의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적인 혹은 사적인 문제들은 개인에게 있어 상호작용되겠지요.)
우리는 지역일반노조와 어떤 점에서 다른 시도를 하는가, 달라야하는가를 많이 고민해왔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시작하는 운동이라면 이전에 진행되었던 시도를 평가하고, 한 걸음 더 나가야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지역공공서비스노조 운동의 몇가지 고민, 쟁점들" 참고
그러나 광주에서, 우리는그런 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산별노조(공공노조)로 전환 한 후에도 여전히 전국적인 산별노조의 지역골간인 지역지부라기 보다는 지역노조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이 속에서는 산별교섭 혹은 산별노조에 걸맞는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조직이 많은 특성상 투쟁사업장은 언제나 끊이지 않는데, 이런 조건에서 지역노조 형태로는 지역일반노조의 한계들로 지적되는 철새형 조직화와 투쟁, 활동가를 남기는 데 있어서의 한계, 일상사업의 부재, 사회운동과의 결합의 난점.. 등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지역공공서비스노조 형태를 고민했던 주체들은, 산별연맹-산별노조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준다면 그것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기대한 산별노조 건설 이후에는 역설적으로 연맹 수준에서 제도적 틈새를 지속적으로 벌이면서 지원되었던 자원의 지원도 봉쇄되고 더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물론 현재 상황에서도 집행부가 매우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으나, 이미 그렇게 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보다 문제는,
여전히 지역지부가 "지역노조"와 다를 바 없는 조직 내에 "섬"으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아직 기업별 운영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공공노조가 가지는 조직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구체적으로 지역차원에서도 정규직 노조의 책임있는 결합도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현장 출신의 간부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하고 지역운동의 책임있는 활동가-임원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여튼, 이런 조건이다보니
활동가들이 봉착하는 고통(운동의 전망도 전망이지만, 아, 누가 그들의 '고통'에 주목할 수 있을까요!)은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과는 또 다르게 제가 느낀 것은
지역의 활동가들이 대중들과 가지는 정념의 거리가 매우 좁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조합원과 정서적으로 깊이, 직접적으로 교감한다는 것을 뜻하고 또 한편으로는 필요한(?) 거리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서 서울에서는 조직과 활동가의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좀 더 제도화되어 있고, 투쟁 시에도 조직 내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고, 따라서 필요한 거리를 유지하는 데 용이합니다.)
현장의 구체적인 조합원들에 대한 애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서울지역의 활동가들에게선 보기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지역운동이 봉착한 한계 속에서, 그 때문에 멈칫거리는 대중들을 항상 직접적으로 교통하면서 정념의 거리가 매우 좁아진 활동가들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이란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갖고 있는 문제가 그것들과 얼마나 관계되어 있는지는 저도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나의 고통의 일부임은 분명하지요. 우리가 가졌던 희망 혹은 미망을 평가하고 무언가 현재 봉착한 벽을 돌파할 가능성을 찾지 않으면 더 많은 지역 활동가들이 더 어려운 조건에 처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보입니다. 그 징후는 지역에서부터, 열심히 활동하던 활동가들로부터 이미 시작되고,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저 역시, 이 과정에서 붕괴중이기 때문에(그래서 쉬려는 것이지만) 할 말이 많지는 않지만 말이죠. 다만 그들과 함께 그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조직되는 대중들은 거의 대부분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따라서 앞으로 노동자운동의 모습이 어떨지를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을 다시 한번 느끼는 오늘 집회의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공공부문비정규직 집중투쟁 기간의 일환으로 진행된 노사발전재단분회 집회가 있었습니다. 집회에서 발언한 한 조합원의 말이, 오늘 서울에서 오래된 고등학교 동창을 십년 만에 만났답니다. 오전 집회에서 말이죠. 바로 KTX 승무원으로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이었습니다.오랜된 친구를 만나도 비정규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입니다. 대부분의 신규채용이 비정규직 이상,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그리고 이 동지들은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공공노조 안에 지역노조 형태의 지부에 속해 있습니다. 이 동지들이 노조가입을 상담했을 때, 이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조직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공간은 지역지부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이어진 집회는 학교비정규직 지부의 투쟁이었는데 이 역시 지역지부로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단위입니다. 이런 조건은 분명한 하나의 경향을 보여줍니다. 지역연대운동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하고 있고.. 이것이 분명한 현실의 경향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존 노조운동의 지원과 결합이 여전히 난점을 겪고 있는 가운데 조직이나 활동가 개인이나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 특히 조직과 운동을 지키기 위해서도 자리를 지켜야할 활동가들이 가장 고통받고 좌절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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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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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이래저래 어려운 조건이군요. 많이 힘드신 것 같은데, 힘내시라는 말밖에는...부가 정보
겨울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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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어찌되든 대중들이 스스로의 전진하는 과정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함께 할 수 있겠죠. 말 그대로 "대중운동들의 우위"..를 생각해야하지 않겠습니까..부가 정보
트루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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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게 느껴지는 내용들입니다. 집단적인 고민과 실천이 더더욱 절실하게 생각됩니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