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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내일의 기억 明日の記憶


내일의 기억(明日の記憶)

 

 

아래 포스트에 달린 '손님'의 댓글을 따라서 본 영화. 기억이나 불치병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많지만, 진부한 소재들을 진부하게 반복하지 않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더 단단하게 밀고갔다. 눈물을 흘리게 하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슬픔을 건드리고, 엔딩이 매우 인상적인 영화.

 

영화에서 두 사람의 이별은, 주인공이 상대에 대한 기억을 잃는 순간, 그래서 만나는 순간, 그 시점 이전으로 돌아간 순간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별은 마치 사랑 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사랑 전에,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타임리프를 탄 것처럼. 하지만 원하는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돌아가더라도 항상 너무 적게 혹은 너무 멀리 돌아가기 때문에 시간은 우리가 길들일 수가 없다.

 

사랑이 시작될 때처럼 이별도 각자에게 비동시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상호 동의하는" 이별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것일테다.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두 사람에게 사건은 비동시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끝내 이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의 책임도 아닌. 따라서 주인공들은 그것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아래 손님의 언급처럼, 사람은 자신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주변의 사람들에게나 사물에 남긴다. 영화는 그것을 하나씩 보여준다. 기억이 소멸할 때, 오히려 익숙했던 것들이 익숙하지 않게 되는 순간 드러나는 그 흔적들(의 도드라짐)을 통해서 감독은, 우리들 모두가 가지는 의미가 자신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기억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아픈 것은 그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도. 각자는 서로 교통하면서 모두의 영혼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당신의 기억이 소진될 때, 나의 영혼이 아플 수밖에 없다.

 

* 좀 더 자세한 영화 소개는, 씨네21 이동진의 글이 친절하다.

 

(나도 요즘 며칠간 지금 하는 활동을 쉬는 일을 고민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려운 시간들에 따뜻하게 관심가져주고 있는 동지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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