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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순금의 기억, 별

<김정환 시집 1980~1999>를 읽다가, 말하지 못한 구절들을 위해 싣다.


순금의 기억

온몸이 몇천만 도로 타면 시체의
기억을 태워버릴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아닌, 純金의
기억, 아 기억만을 후대도 아닌,
손닿지 않고 보이기만 하는
보이지 않고 느껴지기만 하는
느껴지지 않고 간직되기만 하는
간직되지 않고, 있는
그런 순금의 보통명사를 남겨줄 수 있을까?

-- 시집 <순금의 기억>, 1996.「 제10부 세기말의 절벽 」중
정념을 잿빛 개념으로 탈색하는 것보다는, 나의 모든 것이 내가 아닌 '純金의 기억'이 된다면 찬란할 것같다. 순금의 보통명사로.




난 요새 별을 보면
뭔가 배경이 있는 것 같아
뭔가 어긋나고 있거든
그게 맞는 것같아
그리고 진실은 항상
참담한 것 이상으로 위안이 되지
어긋난다는 것 그리고 이유가 있다는 것
그게 의미인 것같아 죽음 앞에서는
빛의 속살이 어둠의 속살이
따스한 기쁨 아닌가

-- 시집 <희망의 나이>, 1992 「제2부 사랑노래」중
시가 쓰여진 1992년, 그때 '장기80년대'는 패배로 마무리되었지만 나는 대학1학년, '희망의 나이'였다. 지금, 진실은 참담한 것(이기도 하며, 또 그) 이상으로 위안. 때로는 참담한 것들만을 진실로 대면하게 될 때, 그것은 별로 위안이 되지는 못한다.



김정환 시집 - 1980-1999
김정환 (지은이) | 이론과실천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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