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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6
    진중권의 김어준 비판 단상.
    장작불-1

진중권의 김어준 비판 단상.

'곽교육감 사태'를 둘러싼 김어준에 대한 진중권씨의 비판/비난이 있었다.

 

비판의 핵심은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김어준들은 판단을 유보하자(더 나아가, 우리 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난할 게 아니라, 이 상황을 함께 견뎌보자)고 하는데, 보수(라 부르고 '꼴통'으로 이해하자)쪽에서 이런 사건 발생해도 '무죄추정원칙' 운운하며 비판하지 않을 것이냐 라는 거다.

 

진씨 입장은 '니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부적절한 행위가 있다면, 공정하게 까자'는 거다. 원론적으로 생각하면, 진씨 입장에 손들어 줄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씨 입장과 다르다.

 

'곽감사태'에 대한 김총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곽감사태'에 대해 진씨는 '교육감이란 공적 위치에서 이유야 어쨌든 간에 다른 후보자에게 2억원을 주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사퇴할 만한 이유가 된다'는 주장을 한다. 이 주장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진씨의 프레임은 '후보자 매수'라는 검찰의 관점이다. (후보자 매수라는 검찰의 주장에 진씨가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일관되게 유무죄를 떠나 2억원의 금품이 오갔다는 대목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록 선의라 하더라도. 나는 진씨 의견과 다르다.)

 

반면, 김총수는 '곽감사태'를 MB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정략적 산물'로 본다. 나꼼수 19회에서 거듭 말하듯이 '곽감사태'는 곽노현 개인의 유무죄를 떠나, 서울 시장 보선, 더 나아가 개혁(진보)의 힘빼기 차원으로 규정한다. 때문에 김총수는 곽노현의 사퇴를 반대한다. 그의 사퇴는 정략적 의도에 따른 것이고, 이를 따라가는 것은 그들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씨는 김총수의 이런 태도가 지난날 황우석 사건에서 보여주었던 태도(논리)와 유사하다고 주장하는데, 당시 김총수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자세히 모르기에 일단 넘어간다.

 

어쨌든 '곽감사태'에 대한 두 사람의 상이한 규정을 고려할 때, 진씨의 반문, 혹은 비판은 맥락을 벗어난다. 가령, 보수측 인물이 동일행동 할 경우 똑같이 처신하겠느냐' 라는 반문, 혹은 (상당한 무리수이자 정봉주씨에 대한 인격 모독에 가까운) BBK 사건은 무죄로 결정되었는데 왜 아직까지도 문제삼느냐 라는 비판(이라 말하고 비난으로 이해하면 된다) 등은 (김총수가 규정하고 있는 사태 성격에 비추어 보면) 헛발질에 가깝다.

 

물론 적잖은 사람들은 '니 편 내 편 가리지 말고 공정하게 까야 한다'는 진씨 논리에 동의를 표하며 옳다고 말한다. 이 말은, 맞다. 그러나 '곽감사태'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면, 이 말이 기계적(논리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김총수의 문제의식과 동일하다. 그러나 진씨는 김총수를 비롯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곽노현=우리편=무죄추정의 원칙 적용'이란 정서적 지지에 매몰되어 있다고, 이것이 불공정하다고 문제제기한다.

 

김총수의 문제의식에는 관심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김총수가 '곽감사태'와 관련하여 많은 말을 했지만, 이것저것 다 걷어내고 핵심만 꼽을라치면 '정권의 정략적 기획'이란 것이다. 진씨가 이 대목을 모르진 않을 듯 한데... 그렇다면 진씨가 김총수를 깔려면 이 대목의 타당성 여부를 파고 들어가야 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한편으론 (내가 동의하고 있는) 김총수의 문제의식의 위험성은 없을까? 만약 2억원의 대가성이 입증되어(현재로선 그럴리도 없어 보이지만) 재판을 통해 만약에라도 유죄로 결정난다면 사퇴하지 말라고 주장한 나/우리는 어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나? 개인 비리를 정략적 산물로, 정권의 피해자로서 오판해버린 것이지 않는가?

 

쓰고 나니, 더 모르겠다.

 

어쨌든, 진씨의 때론 진중하지 못함이 설화를 낳는 듯하다. BBK 때문에 실형을 선고받은 정봉주씨에 대한 언급도 그렇거니와 김총수에 대한 문제제기도 매우 거칠다.

 

문제제기 방법의 문제성을 언급할라치면,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는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내용은 안 보고, 내용을 제기하는 형식(태도)만 본다는 불만이다.

 

그런데, 나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대화(나는 혼자만 보는 일기장을 제외한 모든 말을 대화라 본다. 그러니 트윗도)하는 태도는, 대화의 내용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적어도 절반은 차지하고 많게는 99%라고 본다. 나의 태도에서 이미 상대방의 감정은 호/불호/무덤덤으로 나뉘기에.

 

그런 점에서 진중권씨는.... 참.... 거시기하다. (진씨에 대한 나의 이런 거시기한 감정에 대해 거시기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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