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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나왔따! 포커스 - 자본주의의 비극

 

 

 

자본주의의 비극

 

 

전대미문의 지진과 쓰나미가 이웃나라를 덮쳤다.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황당무계할 정도의 무서운 자연재해 앞에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물론 이런 자연재해가 자본주의 때문에 생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수만의 인명이 희생되고 수백만 명의 삶의 터전을 뿌리째 흔든 거대한 재난을 앞에 두고 기껏 이 재난이 자본주의 경제의 회생에, 남한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앞다투어 보도하는 부르주아 언론의 행태야말로 자본주의 정신이 낳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대규모의 복구 사업이 위기에 빠진 세계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자본가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지진의 피해는 원자력발전소를 타격하여 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공포 앞에 대중들은 원전의 잠재적인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동에 돌입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반(反)원전 시위에 25만 명이 참가했고, 엄청난 재난으로 경황이 없는 일본에서도 1,200여명이 모이는 반원전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한반도가 방사능 위기에 직접 노출되어 있는 지금도 이명박은 다른 나라에 원전을 팔러 다니고 있으며, 정부는 위험 가능성을 축소하기 급급할 뿐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정부는 원자력에 대한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TV 애니메이션 <심슨가족> 일부 에피소드의 방영을 금지하는 참으로 명박스러운 조치를 내렸다.

한편 발전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핵 발전에 대해 불분명한 입장을 취해온 남한 좌파와 사회주의 진영은 원자력발전 반대로 빠르게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그들의 과거 입장이 어쨌든 이런 변화는 환영할 만한 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낡은 이데올로기는 리비아 사태에서 좌파와 사회주의 진영의 애매한 입장으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리비아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민중을 방어하기보다는 제국주의 국가의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입장과 집회가 조직되고 있다.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살인마 카다피와 연대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주장마저 서슴없이 튀어나오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제국주의 국가가 개입했을 때 리비아가 분할되는 것이 필연이라면, 카다피의 승리는 필연적으로 저항세력의 절멸로 이어질 것이다. 만약 이것이 양자택일의 문제라면 우리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 자신의 정치에 맞는 국제질서에 대한 원근법적 시야로 현실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하고 있는 대중의 입장에 서는 것이 당연히 우리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모든 입장은 전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1세계 국가 사람들의 속편한 오만일 뿐이다.

이러한 사고는 스탈린주의가 (또한 그것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유사 스탈린주의적인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남겨놓은 국가주의적·발전주의적 사고의 산물에 불과하다. 제국주의에 맞서 스탈린주의 국가를 방어해야한다는 논리가 스탈린주의 국가들이 거의 사라진 지금도 유령처럼 소위 진보진영의 사고를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향한 대중의 투쟁보다 대중의 비판과 저항보다 국유경제의 방어와 뛰어난 전위들만이 알고 있는 모종의 국제적 전략이 우선한다는 박정희스럽고 명박스러운 진보, 그런 식의 사회주의와 우리는 과감히 단절해야 한다.

 

 

2011년 4월5일
사회주의노동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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