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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실세, 아마추어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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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실세, 아마추어 정권
2005-06-01 16:36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du0280@dailyseop.com)
이명박 서울시장이 참여정부가 흔들거린다고 느꼈는지 “너무 순진한 아마추어들이 정치하기 때문”이라고 한마디했다고 한다.

이 시장은 또 “운동권으로 감옥 갔다 온 훈장경력을 가졌거나 민주화 투쟁을 했다고 해서 아무나 정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자격론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어서 그는 “운동권 경험 보다는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능력의 유무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 역시 곰곰이 새겨보면 그리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과거가 밥 먹여주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은 변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찜쪄 먹고 있는 조선일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난맥상에 이르렀다고 한마디 보탰다.

시스템 국정, 당정 분리, 위원회 정치, 386 중심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표 국정 브랜드였으나 그 속은 엉망이었으며 유전·행담도 의혹으로 그 실상이 드러났다고 대대적으로 떠들고 있다.

뿐인가.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가수 신해철 씨가 부산에서 있었던 어떤 축제에서 “정치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는 발언도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신해철, 정치 참여 후회”란 타이틀로 마치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을 후회한다는 식으로 호도하기에 여념이 없다.

신해철 씨와 직접 얘기하지 않아 그 뜻을 잘 모르겠으나 원래 보도한 부산일보에서는 신씨가 당시 선거운동을 한 것에 대해 “한마디로 지금은 후회한다”고 했고, 현실 참여 동기에 대해 “386세대로서 완결되지 않은 6·10의 상징과 패배의식에 대한 빚진 마음이 은연 중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원래 부산일보도 항간에서는 ‘부산의 조선일보’라고 불릴 정도라고 하니 그 보도의 참뜻을 짐작할만 하지만, 이것이 한다리 건너 조선일보에서 재탕될 때는 마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는 식으로 왜곡되니, 조선일보가 갖고 있는 왜곡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정리해 보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이 참여정부의 실수를 침소봉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그들과 쿵짝했던 전두환 노태우 시절 같으면 적어도 수천억원은 꿀꺽해야 기사가 됐었다. 지금은 그런 금전 수수 의혹이 없으니 말을 바꿨다(도덕성 시비), 제대로 국정이 돌아가지 않는다(국정운영 능력 시비)고 공격이다.

이 모든 공격은 민노당이 말하는 바 이 정권의 조기 레임덕을 노리고 있다. 즉 잔 매를 계속 퍼부어 이 정권을 그로기로 몰아넣고, 이 정권의 후반기를 김대중 정권 후반기처럼 자기들 맘대로 한번 요리해보자, 이런 식인 것 같다. 물론 그 궁극적인 목표는 진저리 치게 하는 10년간의 권력 갈증현상을 한나라당을 통해 해결하겠다, 이런 것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누누히 얘기하지만, 조선일보의 바람은 실현될 수 없다. 우선 시기가 빠르고 김대중 정권 후반기 같은 환경조성이 안돼 있다.

김대중 정권 후반기에는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인 환경이었다. 즉 국회는 한나라당 판이었던 것이다. 또한 김대중 정권 후반기는 아들 비리와 당시 박지원 씨가 국정을 전단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조선일보의 위세는 대통령을 능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지자들로부터 욕을 들어먹고는 있으나 열린우리당이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지니고 있고,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민노당과 민주당도 결코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 편은 아니다. 혼란은 있어도 레임덕은 없다.

다른 무엇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조선일보식의 무분별한 공격이 결국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조선일보 등 수구언론이 이 정권을 몰아부치는 것이 그렇게 싫지는 않겠지만, 과거 이회창 씨가 한나라당을 지배했던 시절처럼 한나라당이 조선일보의 정치위원회 식으로 갔다간 또다시 망한다는 인식 정도는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조선일보의 정치위원회로 또다시 전락하다간 영원히 집권하지 못하는 불임정당이 된다는 사실은 내일 아침 해가 뜬다는 것만큼 명백한 사실이기도 하다.

조선일보의 왜곡이야 어떻든 두번째 문제로 넘어가 보자. 이 정권은 이명박이 얘기했던대로 정말 아마추어 정권인가. 나는 일정하게 맞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정권은 집권에 대한 대비가 확실치 않은 정권이었다.

물론 김대중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은 그나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랜 야당생활 끝에 얻어진 나름대로의 통치기반은 있었다. 이 정권은 그것마저도 없었다. 그러니 정권에 충성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그리 많을 수가 없었다는 약점을 지닌채 출발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이후 통치시스템에 대대적인 수술을 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스템도 시스템에 적응한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가 있어야만 기능한다. 아직 그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정권은 프로였던가. 전혀 그렇지 않다. 전두환 정권 역시 총칼로 들고 일어나 어쩌면 ‘얼떨결에’ 집권을 한 셈이었다. 전혀 준비가 안된 정권이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에게는 이미 사회 속에 시스템적으로 엘리트로 자리 잡고 있었던 육사 출신이란 인프라는 있었다.

여기에 서울 법대 출신들의 수많은 ‘변절자’들이 집권에 동참했다. 전두환 정권이 만든 민정당을 육법당(육사와 서울법대를 합친 합성어)이라고 불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태우 정권은 이 정권을 계승했을 뿐이며, 김영삼 정권은 이 통치 인프라에 영남 출신 민주화운동 출신들이 가세한 것이었다. 한나라당이 두번이나 대표선수로 출전시켰던 이회창 씨도 서울법대 출신인 것을 보면, 한나라당 역시 육법당의 전통 속에 서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명확한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두환 시절부터 김영삼 시절까지 집권자들은 프로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아마추어에 불과했었다. 그런데도 최소한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육법당인 민정당이 결국은 박정희 정권 시절의 집권 엘리트들을 승계한 격이었기 때문이다.

최상위 집권 엘리트들은 어처구니 없는 아마추어들로 구성돼 있었지만,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통치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게다가 그러한 통치 시스템 작동에 가장 큰 장애였던 야당과 민주화 운동 세력들의 저항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찰, 안기부 등 각종 통제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정부패와 비리는 있었을 지언정 통치 자체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던 것이다.

선거로 집권하는 정권의 핵심 엘리트는 그 정권이 전두환이 됐든 김영삼이 됐든 김대중이 됐든 어차피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이 정권을 아마추어라고 격하한 이명박 시장의 정무라인도 아마추어들의 집합소다. 선거로 집권하려면 행정에는 아마추어인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건 클린턴이든 부시든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과거와 지금의 차이는 뭔가. 전혀 새로운 통치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건 어려운 실험이다. 총칼로 일어난 혁명세력이 해도 손쉽게 되지 않을 과업이다. 노 대통령은 ‘감히’ 그 일을 하고 있다.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이 일은 여러가지 정치사적 의미가 있지만, 한가지만 얘기한다면, 친일파로부터 시작된 50년의 우리 사회 주류를 완전 교체시키고 주류들의 통치 인프라 자체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조선일보가 이 정권에 대해서 집권 핵심층의 숨쉬는 소리까지 왼쪽으로 숨쉰다고 매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노 대통령이 이론 속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하고 있는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한 조선일보와 같은 수구세력들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핵심들은 이제 집권 전반기를 반성하고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설계할 때가 왔다. 어떻게? 그것이 다음 쓸 글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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