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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 여자랑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게 뭔 문제여"

그림이 좋아서리...

성불하소서

 

중이 여자랑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게 뭔 문제여"
'DMZ 포토그래퍼' 도연스님, 사진·에세이집 출간
텍스트만보기   홍성식(poet6) 기자   
ⓒ2005 당그래
"중이 말이지, 고기 먹고 술 마시고 여자하고 잤다 치자. 그래도 말이지, 수행자로서 구도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아녀? 그걸 모르는 요즘 중들은 틀렸다니깐…."

목탁이 아닌 카메라로, 설법이 아닌 한 장의 사진으로 세상에 부처의 뜻을 전해온 승려 도연이 그간 작업해온 사진과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고 도발적이다. <중이 여자하고 걸어가거나 말거나(당그래)>.

하지만, 책에 담긴 내용은 제목의 도발성과는 영 딴판이다. 모닥불처럼 훈훈하고, 가을볕에 오래 말린 담요인 양 포근하다.

도연은 강원도 철원 지장산 골짜기 컨테이너 가설건물에서 10개월을 동거한 개 '산타'에게서 부처의 마음을 보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개 먹이 값이 만만찮지요"라고 물을 때면 "밥값 못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밥값 못하는 개는 없지요"라고 응대하는 그다.

그와 함께 울고 웃으며 사는 친구는 산타만이 아니다. 곤줄박이와 오색딱따구리, 고라니와 다람쥐 역시 그가 아끼는 벗들. 이렇듯 욕심 없는 것들과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사는 도연인지라 세속의 때를 못 벗은 수행자들에 대한 비판은 가차없다.

가난 속에서도 정직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진정한 '부처'

"어떤 절에 도둑이 들어 5천만원짜리 시계와 고가의 골프채를 훔쳐갔다고 한다. 그래, 어느 신심 깊은 신도가 대학등록금이 없어 쩔쩔매는 가난한 학생을 위해 그것들을 훔쳐 갔으리라. 그는 도둑놈이 아니라 '도둑님'이 분명하다."

속물 수행자가 도연의 비판대상이라면, 가난하지만 정직한 삶을 이어가는 서민은 존경의 대상이다. 일 때문에 잠시 다니러온 서울에서 만난 용달차 운전사. 오른 기름값 탓에 점심값마저 아껴야 하면서도 취직을 준비하는 아들을 이야기하며 웃는 그를 도연은 주저 없이 '부처'라고 부른다. 그가 들려주는 진솔한 사람살이 이야기를 법문(法文)이라 칭한다.

가난 또한 도연의 동반자다.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들을 사람들의 시주로 해결하는 것이 미안스럽기 그지없는 그에겐 번듯한 집이나 단청고운 사찰이 아닌 녹슨 컨테이너도 황송한 잠자리다. 하여, 이런 말을 부끄럼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내 가난이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면."

곡괭이로 땅을 파거나, 굵은 말뚝을 박는 일도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혼자 척척 해내는 도연은 손에 굳은살이 없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노동을 하며 흘리는 땀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노동의 신성함에 관해 그가 이렇게 덧붙인다. "극락과 지옥의 갈림길에선 죽은 자의 손바닥 검사부터 한다"고.

▲ 철원 DMZ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온 승려 도연.
ⓒ2005 당그래
"중이 고무신을 신는 이유는 가장 낮은 곳에서 살겠다는 의미..."

도연의 사진은 철원의 DMZ 안팎 풍경, 그 중에서도 새를 주로 담고 있다. 새의 날개짓에서 자유를 향한 몸부림을 읽어낸다는 그는 사람이 죽으면 새가 된다고 믿는다. 사는 동안 스스로 쳐놓은 촘촘한 그물 속에서 갑갑하게 지내는 인간들인지라 사후에는 모두 자유로운 새를 꿈꿀 것이라는 낭만적 해석.
"내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만나는 새들은 어떤 아름다운 이의 영혼일까?"

고기 먹고, 술 마시고, 여자와 자더라도 '참된 길을 찾는 사람(求道者)'으로서의 초발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도연. 그가 독자들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여주는 이야기는 성불한 큰스님의 화두 못지 않은 큰 울림을 준다.

"중이 고무신을 신는 까닭은 가장 낮은 데서 검소하고 겸허하게 살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내가 소유한 것들은 세상을 향해 써야할 것들이다. 내가 경계하는 것은 '쓸데없이' 많은 것을 가지는 것이다."

아래는 도연이 찍은 사진들. 도심의 답답한 일상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철원의 풍광과 그 풍광 속에서 숨쉬며 살아가는 것들이다. 도연과 관련된 보다 많은 이야기는 인터넷 홈페이지(www.hellonetizen.com)에서 만날 수 있다.

ⓒ2005 도연

ⓒ2005 도연

ⓒ2005 도연

ⓒ2005 도연

ⓒ2005 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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