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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성공신화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라”

아... 깝깝

 

황우석 성공신화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라”
생명공학감시연대 등 시민단체, 난자채취 과정 등 의혹제기
입력 :2005-08-26 08:44   김세옥 (okokida@dailyseop.com)기자
▲ 25일 오후 프레스센터 에서 생명공학감시연대가 주최한 '인간배아연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이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 과정에서 난자 기증자들에게 난자채취에 따른 ‘불임과 사망’의 위험 가능성 등을 정확히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생명공학감시연대 주최로 25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간배아연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구영모 울산대 의대 교수는 “황우석 교수팀이 난자기증자들에게 난자채취로 난소과자극증후군(OHSS), 난소암, 불임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난자기증 동의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피험자의 권리와 안전, 복지 등을 보호하기 위해 시험기관 내에 독립적으로 설치된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에 대한 심의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향후 황우석 교수의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연구 자체에 대한 윤리 논쟁과 더불어 연구 과정의 윤리적 문제까지 집중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황우석 교수팀이 기증자로부터 난자를 채취한 과정, 의문투성이”

구영모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사이언스>지에 실린 황우석 교수팀의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문제를 여러 차원에서 제기했다.

△연구원에게 난자 채취 강요했나= 그 중 첫 번째가 무려 242개에 달하는 난자를 아무런 보상 없이 제공받은 것이 사실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황우석 교수팀은 지난해와 올해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를 위해 6명과 13명의 난자기증자들로부터 각각 242개, 185개의 난자를 제공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황우석 교수팀은 “이 난자들은 모두 무료로 제공받은 것"이라며 "제공자들이 난치병 환자들을 돕고 국가적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난자 제공을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구영모 교수는 “지난해 5월 <네이처>지는 황우석 교수팀의 실험에 참여한 박사과정의 구모씨를 인터뷰, 구씨가 연구를 위해 난자를 제공한 사실이 있음을 보도했다”며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해당 논문은 ‘난자 기증자나 그녀의 가족, 친척, 지인 어느 누구도 이 실험으로부터 이득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스스로가 밝힌 윤리규정을 어긴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구모씨가 해당 논문의 15인 공동저자의 한 사람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 직업상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황우석 교수팀은 16명의 여성들이 서명한 동의서 양식을 체크해 봤지만 그녀의 이름을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황 교수는 몇몇 학생들이 난자제공 의사를 밝힌 적은 있지만 자신이 강하게 거부했다며 <네이처>지의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팀의 일원으로 난자채취를 담당했던 한양대학교 병원은 <네이처>지의 문서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구영모 교수는 “황우석 교수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커지자 구모씨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K의대를 휴직할 수밖에 없었으며, 올해 발표된 <사이언스>논문 25인의 공저자 명단에서도 제외됐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실험실의 연구원들은 압력에 못 이겨 비자발적으로 난자나 혈액을 기증할 우려가 높은 취약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며 “연구원이나 죄수, 시설 수용자, 군인 등을 피험자로 참여시킬 때는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지난해 2학기 당시 서울대에서 ‘생명의료윤리’를 강의하면서 수강학생들에게 ‘만약 <네이처> 보도대로 여성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했다면 그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가’라고 물었는데, 이 때 총81명의 응답자 중 63%인 52명이 ‘문제있다’고 답한 바 있다"고 말했다.

△기증자들에게 난자채취의 위험성 알렸나= 구영모 교수는 "황우석 교수팀이 난자기증자들에게 난자채취로 인해 난소과자극증후군(OHSS), 난소암, 불임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난자기증 동의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구영모 교수는 “지난해 <네이처>기자가 황우석 교수에게 '난자 기증자에게 제공한 동의서 양식의 사본을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황 교수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그러나 동의서의 양식을 공개하는 것이 프라이버시와는 아무 상관 없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5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병원 소아과의 밀드레드 조 교수도 “(황우석 교수팀 연구) 난자기증자들은 불임 또는 사망의 위험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황우석 교수팀이 <사이언스>에서 밝힌 난자 기증자 동의서는 A, B 두 종류로 구성돼 있는데 ‘기증자가 환자와 혈연관계가 없을 때’와 ‘기증자가 환자의 가족일 때’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구영모 교수는 “난자기증 동의서 B 제4항을 보면 ‘본인이 기증하는 난자는 본인과 가족 관계에 있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사용하고…’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 구절은 바로 국립장기이식관리기구 규정 제18조 1항에 망자의 배우자 및 자녀가 망자의 방계 친인척에 우선하여 이식용 장기를 수혜하도록 되어 있는 것에서 비롯한 것인데, 도대체 난자가 이식용 장기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구 교수는 “이 조항은 난치병 환자의 가족 또는 친척 여성이 난자채취를 강요당하거나 이로 인한 이해갈등을 겪을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심사·승인과정 적법했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KGCP)에 따라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피험자의 권리와 안전, 복지 등을 보호하기 위해 시험기관 내에는 독립적으로 설치된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이 마련돼야 한다.

IRB는 해당 기관에서 실시하는 임상연구의 연구계회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과 윤리적 건전성 등을 심사, 승인, 감독할 의무가 있다.

구영모 교수는 “황우석 교수팀이 지난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를 위해 난자채취를 진행한 곳은 한양대학교 산부인과인데, 이 대학병원 IRB가 국가인권위와 언론 등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구를 실제로 심사·승인했는지 여부를 증명할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미루어볼 때 한양대병원 IRB 심사 및 승인의 적법성에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IRB는 식약청의 KGCP에 따라 해당기관에서 진행될 임상시험에 대한 연구계획을 전체회의를 통해 심사·승인해야 하며, 이에 대한 회의록을 작성·보관할 의무가 있다.

구 교수는 이어 “해당 논문은 체세포 핵이식 연구를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에서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당시 서울대는 수의대가 아닌 연건캠퍼스 서울대병원에서만 IRB를 운영하고 있었다”며 "해당 연구가 계획단계에서부터 적법한 심사·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구 교수는 그 밖에도 “황우석 교수는 지난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 관련 비용을 익명의 독지가가 제공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해 2월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과기부가 정부 연구비 5억원을 (황 교수 연구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구 교수는 “황 교수가 정부 연구비 사용 사실을 부인하는 까닭은 바로 ‘줄기세포 연구를 목적으로 인간 배아 생산을 금지’하는 세포응용연구사업단 윤리위원회의 규정을 위반했음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언론의 차분한 태도 절실”

또 다른 발제자인 김명진 성공회대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해 일체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는 언론의 보도태도의 영향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외신이 황우석 교수 연구의 장단점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한데 반해, 국내언론은 황 교수 연구에 내포된 윤리적 쟁점들을 제대로 짚지 않은 채 ‘과학 대 윤리’의 대립구도를 내세워 이른바 ‘발목 잡는 윤리’의 이미지를 고착시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황우석 교수를 스타로 만든 언론의 보도방향은 단기적으로 과학 연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최근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이공계 위기’를 타개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극적 성취 신드롬과 스타 과학자에 대한 강조는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구조를 왜곡하고, 비인기 분야의 현장 과학자들의 사기까지 떨어뜨려 단기적인 부양을 통해 얻었던 이익 이상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 교수는 “황우석 교수가 지난 5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명을 파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배아’라는 용어 대신 ‘핵이식 구성체’라는 이름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며 "<뉴욕타임즈>는 황 교수의 이러한 전략을 ‘이름붙이기 게임’이라고 부르며 ‘말장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소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면 우리 언론은 자신이 아무런 생명을 파괴하지 않았다는 황 교수의 주장만 여과 없이 그대로 옮겼을 뿐, 그 뒤에 숨은 미묘한 쟁점들을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황 교수의 연구를 ‘기적의 치료법’으로 떠받들거나 ‘악마의 기술’이라며 비판하는 것은 어느 쪽이건 바람직한 사회적 논의과정의 일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줄기세포 연구가 제공할 수 있는 혜택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맞추고 이에 근거해 해당 연구의 가능성과 한계, 문제점을 냉정하게 짚어볼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제적인 난소 공급소 역할로 전락할 것인가"

김명진 교수는 "서구의 과학계가 황우석 교수 연구에 열광하는 까닭은 그들의 나라에선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황우석 교수도 인정했듯이 배아 줄기세포 유도 그 자체만으로는 난치병을 고칠 수 없다"며 "서구의 과학자들은 유전병 환자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줄기세포를 만들어냄으로써 특정 유전병이 전개돼 나가는 과정을 '한국이라는 시험접시 위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의도를 안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황우석 교수가 배아복제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차기 과제로 인공난자 연구를 진행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저명한 외국 대학의 연구진과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황우석 교수의 이 말 한 마디에 배아복제에 대한 윤리적 문제제기를 그만뒀다"며 "그러나 상대적으로 난자 공여에 대한 규제가 미약한 우리나라에서 황 교수와 외국 대학의 연구진이 해당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난자를 채취할 지 모를 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국제적인 난자 공급소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황 교수 주장대로 자발적 난자 공여자가 줄을 선다고 해도 쉽게 넘길 수 없는 문제인데 이런 점에 주목한 국내 언론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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