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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강화 '긍정적', 공급확대는 '아쉬워'

 

 

보유세 강화 '긍정적', 공급확대는 '아쉬워'
[분석-8·31대책 평가]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텍스트만보기   전강수(gsjun) 기자   
오늘 발표된 부동산 종합대책은 가히 '종합' 대책이라 부를 만하다. 서민주거 안정정책, 부동산 거래 투명화 정책, 부동산 세제개혁, 택지 및 주택 공급 확대 정책, 주택 공급제도 개편(주택 공영개발 확대 및 분양가격 결정 방식 개선) 등, 그 동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하여 거론되었던 정책들이 대부분 망라되었을 뿐 아니라, 다소 소홀히 취급되었던 토지 문제에 대한 대책까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대책의 내용을 검토해본 결과, 전체적인 방향은 지난 6월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천명했던 '부동산거래 투명화, 투기이익 철저 환수,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 등 '부동산 정책방향 3대 원칙'을 따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6월 17일 이후 당정 협의 과정에서 추가되었던 '중대형 아파트 공급확대' 원칙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투기 수요 억제론'과 '공급확대론'을 절충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대책의 이름이 재미있다.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 제도 개혁방안'(이하 '개혁방안'이라 약칭함)인데,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말이 유독 눈길을 끈다.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신경을 써온 정책 목표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부각시킨 감이 있다. 이번 대책이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고 하면서 결국은 서민층의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보수 언론과 자칭 '시장주의' 학자들의 공격에 무척 신경을 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시장주의 학자 공격에 상당히 신경 쓴 느낌

그럼, 좀더 구체적으로 이번 대책의 내용을 검토해 보기로 하자. 평소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다른 세금들(건물보유세, 부동산 거래세,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법인세 등)을 감면하는 '패키지형 세제개편'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필자로서는, 우선 부동산 세제개혁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 세제개혁의 기본 내용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를 통해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완화한다는 것과 1세대 2주택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주택뿐 아니라 토지에도 적용되고 있다. 과세 기준의 인하(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9억원 → 6억원, 토지의 경우 공시지가 6억원 → 3억원), 과표 적용율의 인상, 세대별 합산 과세, 세부담 상한 조정 등 종부세 강화의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방법들을 사용하여 2009년까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에 대해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을 1%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거래세는 개인간 주택거래에 한해 세율을 1% 포인트 인하한다. 양도소득세 과세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전환하고, 1세대 2주택에 대해서는 50%의 세율을 적용하여 과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동결효과를 유발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을 배제하겠다고 한다.

'개혁방안'에서 세제개혁 부분은 그 동안 소위 '세금폭탄론'을 내세운 보수 언론의 맹렬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진 당초의 보유세 강화 방침에서 크게 후퇴한 것 같지 않아서 다행스럽다. 보유세 세부담 상한을 아예 철폐하려고 했던 것이 200%로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완화되었으며, 양도세 중과 대상자가 크게 축소되고 중과세 시 적용 세율이 60%에서 50%로 낮추어지는 등, 일부 후퇴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기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개혁방안'은 이처럼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는 중과세하는 대신, 중산층 이하 서민층의 세부담은 증가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즉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과표 적용율을 급격히 끌어올려(2006년에 20% 포인트, 2007년부터는 매년 10% 포인트) 2009년에 100%를 달성한다는 목표이지만, 재산세의 경우 2008년(당초 계획은 2006년)부터 5% 포인트 씩 서서히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산층과 서민들의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만큼 거래세를 인하하는 '패키지형' 방식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단지 세금을 더 걷으려 한다는 오해는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수언론들이 집중 유포시켰던 '세금폭탄론'도 존립 근거를 잃어버릴 것 같다.

보유세 강화 크게 후퇴하지 않아 다행

그러나 보유세 중과 대상이 여전히 극소수로 제한된다는 점과 함께,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아닌 경우 보유세 강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사실은 지적되어야 할 것 같다. 언론에서는 이들에 대해 2017년까지 실효세율 1%를 달성하려고 한다고 보도되었으나, '개혁방안' 중에는 아예 목표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서민들의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한다는 데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부동산 보유자는 마땅히 보유세를 사회에 납부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을 허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부동산 보유 가액이 1억원(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미만인 사람과 그 이상인 사람은 구분되어야 한다. 전자에 대해서는 보유세 세부담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거나 좀더 적극적으로 보유세를 감면해줄 필요가 있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옳다.

'개혁방안'에서는 주택에 대한 과세와 함께 토지세를 강화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즉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주택과 비슷한 방식으로 강화하고, 부재지주 소유 농지 등의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60%의 무거운 세율을 적용하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법인 소유 토지 양도 시 세율 30%의 법인세 특별부가세를 부과함으로써 개인에 대한 과세와 균형을 맞추려고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흔히 양도소득세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효과가 크지만 매각을 꺼리게 만드는 동결효과를 낳는다는 지적이 있다. '개혁방안'의 세제개혁에서는 양도세 중과에 1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동시에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배제하는 장치를 통해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1년 후부터 양도세를 중과한다고 하면 그 전에 사람들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할 것이며,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배제하면 장기보유를 통해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지므로 매각 기피 현상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다만 상속을 통해 양도세 부담을 회피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요컨대 '개혁방안'의 부동산 세제개혁은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를 패키지형으로 추진하고 있고, 양도세를 통해 부동산 과다보유자의 불로소득을 환수하고자 하며, 서민층의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는 학계에서는 상식이 되다시피 한 정책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 중 이를 실행에 옮긴 정부는 없다는 점에서, 이번 방안의 의미가 크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의 장기 목표가 낮고 추진 속도가 여전히 느리다는 점, 보유세 중과의 대상이 극소수 과다 보유자로 제한되고 양도세 중과의 대상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축소되었다는 점은 문제다.

개발이익환수제도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측면에서 세금과 함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개혁방안'에서는 기반시설부담금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2004년 1월부터 부과가 중지되었던 개발부담금제를 부활시킬 것이라 한다. 얼마 전 개발이익 환수제도는 기반시설부담금제로 일원화하고 개발부담금제는 재도입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는데, 양자를 병행 실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잘한 일이다. 보유세가 충분히 강화되기 전까지는 개발이익환수제도를 통해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

개발부담금제 재도입은 긍정적... 부과 대상 제한적, 부과율도 낮은 건 흠

그러나 부과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누락되는 개발사업들이 적지 않고, 부과율 또한 낮아서(25%) 개발이익 환수의 효과가 작았다는 기존 개발부담금제의 결함을 보완하지 않고 있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야 할 것 같다. 개발 주변 지역의 우발이익 문제는 개발이익 환수와 관련하여 큰 논란거리인데, ‘개혁방안’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개혁방안'을 검토하면서 필자는 큰 고민에 빠졌다. 왜냐하면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분명한 진전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공급확대론을 대폭 수용하여 택지 및 주택의 적극적인 공급확대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자칭 '시장주의자'들과 보수 언론들은 보유세 강화를 통한 투기 수요 억제는 극력 반대하는 대신, 공급확대를 앵무새처럼 주장해 왔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므로 공급을 확대해 주면 가격이 잡힐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논거이다.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그럴싸한 논리인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허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 공급이 실수요에 못 미치고 있고 그래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들의 말대로 공급확대로 대처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투기심리가 발동하여 투기적 가수요를 팽창시키고 그것이 집값 폭등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공급확대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강남과 분당권 일대의 상황은 후자에 해당한다.

공급을 확대한다고 해서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가수요를 충족시킬 방법은 없다. 뿐만 아니라 실수요에 대한 면밀한 판단 없이 무작정 공급을 확대했다가는, 투기가 사라진 다음 주택 공급이 과잉상태에 빠져서 지금과는 반대로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동산 거품이 발생하는 시기에 주택 공급이 급증하고 그로 인해 거품이 꺼지면서 집값이 폭락했던 사례가 허다하다.

더욱이 현재의 집값 폭등은 바로 공급확대책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 강남과 분당권에서 2004년 잠잠해졌던 부동산 투기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2004년 말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 발표와 판교 신도시 개발인데, 이는 바로 공급확대책의 일환이다. 신도시 개발과 같은 인위적인 공급확대책은 확실한 개발이익 환수장치 없이 추진될 경우, 투기세력에게 개발 호재를 제공함으로써 투기의 불쏘시개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공급확대 정책에 큰 비중 할애

그런데 '개혁방안'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가진 공급 확대 정책에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강남지역의 안정적인 주택 수급을 위해 국공유지를 택지지구로 개발하고,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기존 택지지구 주변을 확대 개발하여 거점도시로 육성하며, 공공택지 내 중대형 아파트 건설 비중을 확대하고, 광역적 공공개발 방식을 통해 기존 도시의 재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급확대론자들이 요구해 온 것들 가운데 재건축 규제 완화만 빼고는 거의 대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정부가 '보유세 강화 건지려고 공급론자와 타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혁방안' 중 '재건축 관련 검토' 부분에서 "개발이익의 철저한 환수가 전제되고 주택가격의 안정세가 정착된 이후,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를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정부가 공급확대책을 추진할 때는 반드시 견지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 원칙을 왜 재건축에만 적용하는가? 다른 공급 확대책들이 이 원칙의 적용 대상에서 빠져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참으로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이런 식의 무책임한 공급확대책에는 반대하지만, 이를 이유로 '개혁방안' 전체를 거부하자니, 다른 한쪽에 그래도 우수한 불로소득 환수대책이 들어 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해 상호 모순되는 효과를 낳는 두 대책을 함께 포함시켜 놓고 있으니,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 송파 거여 지구의 땅값이 이미 급상승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개혁방안'에는 이상에서 검토한 내용 외에도 분양가 결정 방식이라든지 공영개발의 방법과 같은 중요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것까지 검토할 여유가 없다.

'개혁방안'은 우리 모두에게 큰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지지하자니 공급확대책으로 인한 투기 재연의 가능성이 너무 커 보이고, 반대하자니 그 속에 담긴 불로소득 환수정책이라는 '보화'가 소실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정도의 대책조차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열린우리당의 소위 경제통들은 뒤에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 같고 한나라당은 거의 반대로 돌아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 언론에서 풍자했듯이, 또 다시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고 끝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들과 시민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공급확대책에 대해서는 확실한 반대 의사를 밝히자.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불로소득 환수정책에 '물타기'하는 것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자. 정부와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할 경우에는,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2005-08-31 11:26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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