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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줌마,"자식한테 주지 팔진 않겠다"

위대한 아줌마들... 그리고 그 모임

 

강남 아줌마,"자식한테 주지 팔진 않겠다"

[머니투데이 전혜영기자]당정의 8·31 부동산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30일 강남. 고수위가 예고된 대책 발표를 앞두고 강남은 확실히 차분한 가운데 미묘한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집은 일단 보유하되 여유 자금이 있어도 당분간 강남에서는 추가로 매입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럼에도 '강남은 영원하리라'는 명제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는게 '강남아줌마'의 전언이다.

개포동에 34평형, 23평형 두 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강남아줌마' L씨. 그녀는 "보유세가 오른다고 해도 집을 팔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도세로 집값의 절반 정도를 날리느니 아이에게 증여하겠다는 것.

"아마 저 말고도 그런 생각하고 있는 분들 많을 거예요. 세금부담이 높아지더라도 일단 버텨보자, 정 힘들면 차라리 증여를 하자고요. 그게 양도세보다 싸게 '먹힐'거란 의견이 파다해요."

그녀는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 모임을 많이 하는데 요즘은 교육 얘기는 뒷전이고 부동산 얘기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엄마들끼리는 보유세와 재산세가 많이 올라서 집 갖고 있으면서도 꼭 월세 사는 기분이라는 말을 자주 해요. 곧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에도 포함될 것 같은데. 투기 잡는 것도 좋지만 강남에 집 가진 주민들을 모두 세입자처럼 만드는 것도 공평하진 않은 것 같아요."

개포동에서 만난 또 다른 ‘강남아줌마’ Y씨(41)는 "확실히 집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얼굴이 어둡더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주에 엄마들 모임을 했는데 일단은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 많았어요.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은 하나 정도 처분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더라고요."

높아진 세금 부담에 대한 비판에는 한 목소리라고 전했다. "거의 '세금 폭탄'수준이잖아요. 엄마들끼리는 단체로 세금을 연체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이에요."

투기를 잡는 건 좋지만 주거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세 부담이 높아지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남에서 나고 자라 아예 강남을 떠난 삶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남의 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K씨(35. 여)는 올해 초 70%를 융자받아 잠원동에 34평짜리 아파트를 샀다.

같은 평형의 아파트를 강북에 구입했을 경우 그렇게 큰 무리는 하지 않아도 됐을 것 같다는 말에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쭉 강남에서 자라서 그런지 강북에서 산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결국 일부 투기세력이 잠잠해 지더라도 오늘의 강남메카를 형성한 ‘학군’이 건재한데다 편리한 생활기반 및 심리적 프라이드까지 거주지로서의 ‘강남 프리미엄’은 앞으로도 공고할 것이라는 게 강남에서 만난 사람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부동산 대책의 향방과 지속성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몰린 가운데 '부동산이 남느냐, 내가 남느냐' 이제 그것이 문제이다.

전혜영기자 mfuture@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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