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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지식인 가세 연정론 논쟁 공방 불길

 

 

진보지식인 가세 연정론 논쟁 공방 불길
비판론 “정당 정체성 먼저 확립을”
옹호론 “지역주의 때문에 보수화”
이지은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기고와 강연 등을 통한 논리 공방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최장집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가 연정론을 정면으로 비판(<한겨레> 3일치 1면)한 이후 진보 성향의 지식인들이 대거 비판론에 동참하면서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비판론은 대체로 한국 정치의 근본 문제가 지역주의가 아니라, 정당의 이념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데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지역주의는 최우선 과제가 아닐 뿐더러, 정당의 정체성 확립과 민주화를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손호철 “한나라와 합당하라”

그러나 연정 옹호론자들은 이런 논리에 대해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 구조가 정당 체제를 보수 일색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비판론자들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지역주의 극복 방법을 놓고 정반대의 원인 분석과 처방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강준만 “정책 정체성 사라져”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6일 인터넷 매체 기고를 통해 “대연정이 오히려 지역주의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며, 차라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당하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손 교수는 “대연정을 할 경우 가뜩이나 별로 없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이념적 차이가 더욱 없어져, 차별성이 지역 밖에 남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쳐 ‘보수대연합’을 구성하고, 이에 민주노동당이 대립하는 본격적인 ‘보수 대 진보’ 구도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지역이든 보수 세력은 보수 정당을, 진보 세력은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구도로 발전하는 게 지역주의를 깨는 비결이라는 주장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가 7일 한 일간지 기고에서 던진 비판론의 핵심은, 한나라당과의 연정이 정책의 정체성을 사라지게 할 것이란 점이다. 그는 일례로 “노 대통령이 선포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은 한나라당이 연정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만 유효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동춘 “목표와 수단 바뀌어”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4일 열린우리당 신진보연대 출범식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적 취약성이 정권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오기와 배짱, 열정과 도덕심만으로 사회를 이끌어가던 시대는 끝났고, 정당의 기능 회복을 위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최종 목표는 지역주의 극복이 아니라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고, 지역주의는 그 최종 목표를 이루는 데 큰 걸림돌일 뿐인데,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은 목표와 수단이 전치됐다”고 말했다.

유시민 “원인 두고 결과 개선?”

이에 대해 대표적 연정 옹호론자인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최장집 교수, 그와 동일한 논지를 들어 대연정론을 비판하는 지식인들은 제도적 환경과 그 환경의 산물을 혼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정당 체제의 이념적 협애성이 지역주의의 위력을 키운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적 정당구도와 거대 정당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선거제도가 한국 정당체제를 보수 일색의 협애한 공간에 묶어둔 원인이자, 제도적 환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 교수의 주장은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결과를 개선함으로써 원인을 없애라고 하는 도착적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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