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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연정 제안’ 진보 논객들 논쟁 후끈

진교수가 잘 본듯... 핸들을 선거구제 개편으로 확 돌릴듯

 

 

노대통령 ‘연정 제안’ 진보 논객들 논쟁 후끈
[국민일보 2005-09-06 17:56]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둘러싼 진보논객들의 논쟁이 치열하다. 논객들은 노 대통령의 수(手)를 다양한 각도에서 읽어내 자신만의 독특한 주장을 펴고 있다. 논리나 주장의 강도가 대통령이 던진 ‘임기단축’이라는 폭탄발언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서 ‘유사폭탄’ ‘소폭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6일 한 인터넷 매체에 쓴 글에서 “대연정은 오히려 지역주의를 자극할 위험성이 있다”며 이른바 함정론을 폈다. 손 교수는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이념적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대연정을 하면 차별성이 지역밖에 남지 않는다”고 근거를 댔다. 손 교수는 “어정쩡한 연정보다는 차라리 합당을 해 ‘열린한나라당’이나 ‘한나라우리당’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앞서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연정을 “다른 의도를 가진 정치적 알리바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통박했고,성공회대 김동춘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아 “(연정제안은) 목표와 수단이 뒤바뀌었다. 오기와 배짱,열정과 도덕심만으로 이끌어가던 시대는 끝났다”고 일갈했다.

잇따른 진보지식인들의 비판에 상지대 김정란 교수가 발끈했다. 김 교수는 5일 한 인터넷 매체에 쓴 글에서 “보수언론들은 원래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모독하는 일이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행동하는 집단이니 제쳐두더라도,진보적 언론과 진보지식인들까지 나서서 대통령을 때리는 데 여념이 없다”고 통탄했다. 김 교수는 “진보 지식인들의 몰이해는 참으로 바라보기 무참하다”고 혀를 찼다. 아울러 “대통령의 진정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진보논객의 대명사로 꼽히는 중앙대 진중권 겸임교수는 노 대통령의 속뜻을 나름대로 헤아렸다. 그는 ‘진중권의 SBS 전망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연정은 반대급부로 제시된 것일 뿐이고,핵심은 선거구제 개편”이라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대통령이라고 연정제안을 각 당에서 받아들일 거라 믿지는 않을 테고,설사 받아들여도 국민여론을 거슬러가며 그것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저렇게 ‘연정’ 드라이브를 하다가 적절한 시기에 갑자기 핸들을 ‘선거구제 개편’으로 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고 물음을 던졌다. 진 교수는 “연정은 황당하니 안 들은 걸로 치겠다”면서도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문제의식만은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재담꾼인 우리당 유시민 의원과 민노당 노회찬 의원의 입심대결도 볼 만하다. 유 의원은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암적 존재로 진단했는데,국민들은 지금 건강하다면서 동의서를 써주지 않고 있다”고 여론을 나무랐다. 이에 노 의원은 “대통령의 대연정 카드는 협상용이 아니라 압박 또는 협박의 카드”라면서 “대통령의 순정은 십분 이해하지만,대연정 성사 가능성은 제로(0)”라고 받아쳤다.

새정치연대 장기표 대표는 인터넷에 띄운 ‘시사논평’에서 “대통령은 사임하고 싶어 연정을 제안한 것이다. 물러나게 하고 대통령을 새로 뽑으면 된다”며 다소 황당한 주장을 폈다.

박주호기자 jh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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