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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컬럼] 박근혜 대표가 또 불을 지르는구나

마, 적절한 지적이다. 서민을 위해서는 세금 더 늘여야 한다.

열우당은 무슨 관점이 있을까

 

하재근컬럼] 박근혜 대표가 또 불을 지르는구나
입력 :2005-09-08 10:26   하재근 컬럼니스트
연정에 대해선 내가 한나라당에 이렇다 하게 할 말이 없다. 받든지 말든지. 물론 일이 여기까지 온 이상 이왕이면 받는 쪽으로 빨리 매듭짓고 다음 진도 나가는 게 속 시원하다는 생각은 한다. 아무튼 연정 안 받아도 한나라당은 망하고, 받아도 망한다, 혹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망한다는 뜻은 그 씨가 마른다는 뜻이 아니라 거대 수구 세력으로서의 단일한 정치적 실체가 와해된다는 뜻임)

대통령과 박 대표의 대화록에서 내 가슴에 불길이 활활 타오르게 한 건 예의 그 간절한 서민타령이었다. 간교하고 간교하다. 한나라당이 서민, 서민, 서민 타령하는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잊어버리고 있다가도 툭 건드리면 소스라치게 성을 내는 생채기처럼 한나라당 혓바닥에서 나오는 서민타령은 날 구역질나게 한다.

세금을 줄이자고?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가자고? 자율성을 확대하자고? 규제를 없애자고? 누구 좋으라고! 자본에 규제 없애다 IMF 맞은 것 벌써 잊었나?

경제가 어렵고 서민 생활이 어려우니 국가가 솔선수범해서 씀씀이를 줄이자는 궤변은 도대체 누구한테 배운 논리인가? 그렇게 경제가 어렵고, 그렇게 서민 생활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국가가 세수, 세출을 늘려서 서민과 경제를 지켜야지. 국가더러 허리띠를 졸라매라니,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아, 물론 박 대표 입장에서야 궤변이 아니겠지. 그 논리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논리가 아니니까. 대한민국 수구와 보수 세력이 하늘처럼 추종하는 미국, 영국 선진 시스템의 논리 아닌가. 20여 년 쯤 지난.

그렇게 해서 미국, 영국이 지금 어떻게 됐나. 서민이 살기 좋아졌다? 민생경제가 나아졌다? 그렇게 말하려거든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를. 미국의 작은 정부, 감세 정책은 기록적인 주가 상승으로 금융자본의 배만 불림과 함께 기록적인 양극화 심화, 기록적인 민생 파탄, 기록적인 사회 불안, 기록적인 복지 실종을 낳았을 뿐이다. (우리도 지금 이 기조로 가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 그지없다.)

세계 최선진국 미국에서 왜 허리케인 하나에 대처 못하고 쩔쩔매나? 세계 최선진국 미국에서 왜 부자들은 항상 폭동의 공포에 벌벌 떠나? 세계 최선진국 미국에서 왜 빈민의 삶은 그리 비참한가? 세계 최선진국 미국에서 왜 범죄의 공포는 나날이 늘어나나?

바로 박근혜 대표가 신주단지 모시듯 말하는 감세, 작은 정부 큰 시장 정책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는 틈만 나면 아버지가 한국 경제 살렸다고 아버지의 정신을 기리자고 하면서, 박정희야말로 대표적인 반시장주의자였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감세와 작은 정부론 한나라당이 늘 주장하는 성장조차도 불가능하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성장은 말고라도, 문제는 서민이다. 감세를 주장하고 작은 정부를 주장하려면 서민이란 말은 빼야지. 서민, 서민하면서 감세는 왜 나오고, 작은 정부는 왜 나오나. 감세하면 국가가 복지예산을 줄이게 된다. 작은 정부는 국민복지를 챙길 수도 없고, 시장의 실패를 교정할 수도 없다.

거기다가, 큰 시장? 이거 왜 이러십니까. 시장은 정글이란 걸 모른단 말인가? 시장은 약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시장은 약육강식이다. 시장은 민주주의를 모른다. 오직 국가공동체의 국가권력만이 민주적 원리에 의거해 약자, 낙오자의 삶을 돌봐줄 수 있다.

민주주의는 1인 1표의 원리로 움직이고, 시장은 1원 1표의 원리로 움직인다. 다시 말해 국가권력의 장에서 민중은 부자와 마찬가지로 사람대접 받지만 시장에서 민중은 절대로 사람대접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돈이 없으니까. 시장은 오직 돈 있는 자의 권리만 인정하니까.

박근혜 대표가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주장한다면 좋다. 맘대로 하시든지. 내 생각 같아선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고 싶지만 참는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건 박 대표가 같은 자리, 같은 시각, 같은 입으로 동시에 서민을 말한다는 거다. 공당의 대표가 국민 앞에서 장난하나? 큰 시장과 서민 복리가 양립 불가능한 명제라는 걸 모른단 말인가?

언제나 그렇듯이 교육 부문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박 대표의 교육 분야 논리는 이렇게 전개됐다.

저소득층 교육혜택 - 대학 선택 자율권 - 대학 상향식 평준화 - 특목고를 많이 만들자.

앞에서 언급했던 시장논리도 그렇고 교육도 그렇고 근본적으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도 그리 잘 한 건 없다. 대체로 문민정부 이래로 십 수 년 간 이 나라는 시장 확대, 자율성 확대의 기조였다. 그 부분에서 박 대표와 회담했던 노 대통령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박 대표는 너무하지 않은가.

대통령은 그래도 대학서열 혁파를 말하고 최소한의 정부개입 필요성을 말하는 데, 박 대표는 그저 막무가내다. 학교 선택 자율권? 그거 대처 정권이 이십여 년 전에 영국에서 시행했던 거다. 그 결과는? 빈부 계급간 교육 불평등 심화다. 자율권이란 말에 혹해서 우리도 문민정부부터 점차 선택권을 늘리고 있지만 그 결과는 분명히 나와 있다.

교육에서 학교 선택의 자율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부자들뿐이라는 결과 말이다. 저소득층 교육혜택과 부자만 누리는 학교 선택 자율권이 왜 같이 나오나? 게다가 웬 대학 선택? 현재 전선은 고교 선택 자율권을 중심으로 형성 돼 있다. 대학 선택은 지금도 자율인데? 뭘 잘 못 외운 것 아닌가? (대화 내용은 데일리서프라이즈 기사 기준)

대학을 상향식으로 평준화하자고? 대학 서열 혁파하지 말고, 서울대 이대로 두고 다른 대학을 끌어올리자는 건데, 말이 되는 소리인가. 대학 서열 두고, 서울대 특권 두고 어떻게 상향식 평준화가 가능한가? 대학 서열의 본질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무식의 대폭발이다. 분명히 말한다. 박 대표는 수첩에 적으라.

대학서열은 학문 서열도, 교육 경쟁력 서열도 아닌 권력 서열이다. 권력이 이미 1등, 2등 갈렸는데 그걸 어떻게 상향식 평준화하나? 대학 서열 혁파는 대학에서 권력서열과 특권을 날려버리고 학교를 그냥 학교로 만들자는 거다. 이게 진정한 상향식 평준화의 전제조건이다. 이 전제조건을 하지 말자고 하면서 웬 상향식 평준화? 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가. 그냥 현재의 서열구조 이대로 두자고 정직하게 말하시지.

게다가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는 학교 선택의 자율권과 다양성이라는 미명 하에 문민정부 때부터 추진된 평준화 파괴공작의 대표적 사례다. 그 결과는?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가. 부자들의 돈잔치와 교육 부문에서의 양극화 심화. 대학서열에 이어 고교까지 서열화시키자고? 1등 고교, 1등 대학은 부자들만 가고?

다 좋다, 다 좋은데, 제발 서민, 민생, 저소득층 운운하는 말만은 거두어주시라.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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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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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의견
회원의견(0) 비회원의견(1)  
 
정말
2005-09-08 오전 10:38:00
(222.238.129.*)
  다 좋다, 다 좋은데, 제발 서민, 민생, 저소득층 운운하는 말만은 거두어주시라. 구역질을 참을 수 없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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