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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환장할 노릇은..

말그대로 환장한다.

 

제일 환장할 노릇은..
     등록 : 물뚝심송 (tempter) 조회 : 4388  점수 : 1660  날짜 : 2005년9월8일 15시41분 
오늘 서프에서 공공기금 21조 손실에 관한 "지나가는 천사"님의 글을 읽고 솔직히 당황했다.


그 훌륭한, 노력이 듬뿍 담긴 글의 내용에도 놀랐지만, 똑같은 녹취록을 읽고 공공자금 21조 손실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어디선가 들어본 얘기 같기도 한데..나중에 한번 알아 보지 뭐.."하고 쉽게 넘긴 나와 달리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추적하여 일의 전말을 소상히 밝혀주는 그 성실성에 더욱 놀랐다.


문제는 결국 그 글을 읽고 내가 의심하던 것이 더욱 사실로 굳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진짜 지능이 모자라는 바보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수첩공주 등의 별명으로 비아냥대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제1야당의 대표로 재직하는 정치인이 진짜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럴까.


한 나라의 대통령과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박대표가 주장한 사실들을 죽 나열해 놓고 비교해 보면 아무리 정치에 문외한인 일반 시민일지라도 모순점을 수두룩하게 발견할 수 있다.


서민경제를 살리자면서 작은 정부를 얘기한다.


부동산 문제를 얘기하면서 세금을 줄이라고 한다.


대학 선택의 자율권, 교육기회의 균등을 얘기하면서 특목고를 늘리라고 주장한다.


상생의 정치를 얘기하면서 대통령의 제안은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린다.


감세로 인해 부족한 재정의 확보방안을 얘기하면서, 씀씀이를 줄이라 한다.


정부의 씀씀이와 하등 관계가 없는 공공자금 21조 손실을 근거로 들며, 다시 감세를 얘기한다.


이런 거.. 각각 떼어놓고 들어보면, 모두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특정 집단이 원하는 바를 대변해 주는 것 들이다.


그러나 그 것을 모아놓고 보면 도저히 동시에 만족 시킬 수 없는 상호 모순되는 정책들이라는 것이다.


이게 서로 모순되는 주장들이라는 것을 박대표나 한나라당이 전혀 모르고 주장하는 것일까?


그러니까 바보라서 그러는 것일까?


나의 주장은 이런 앞뒤 없는 행태의 원인이 모자라는 지능이 아니라, 반대로 국민들을 바보로 보는 매우 교활한 행태라는 것이다.


무조건 서민경제를 살리자는 얘기를 한다.


나날이 늘어가는 대한민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갈수록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지는 서민계층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은 분배정책으로 대변되는 양극화 해소의 방안으로만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방안을 실질적인 정책으로 결정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어딘가에 포기해야 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즉, 먹고 살만한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거나, 일정정도 수출증대비율을 포기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결국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은 안중에 없다. 일단 서민들의 지지는 받아야 하니까 서민경제를 살리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실 살릴 생각도 없으면서.


감세를 하자고 주장한다.


감세할 때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서든지 정부의 활동을 줄여야 한다. 결국 우선순위가 밀리는 복지정책이 후퇴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세금 많이 내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감세를 외치지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복지 혜택의 감소로 인한 비난은 받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러니 감세를 하기 위한 후속 방안은 관심 없고 일단 감세만 주장하는 거다. 5초전에 주장한 서민경제 얘기하고 관계를 지으면 안 되는 거다.


공공자금 21조가 손실이 났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이렇게 돈을 날리니 감세도 못하고 서민경제도 못 살리는 거 아니냐고 비난하는 거다. 정부에 한이 맺힌 사람들의 지지는 대폭 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21조 중 10조는 자신들이 주장한 대기업 수출을 돕기 위한 환율 방어로 인해 발생한 거고, 나머지는 자기들이 벌여놓은 IMF판에서 그동안 끌어다 쓴 부채를 정리한 것이라는 사실은 설명할 생각도 없다.


정상적인 야당대표라면 당연히 실질적인 손실 이천 억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관심 없다. 사실 자기들은 야당 노릇할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이런 논조라면 당연히 단 한 번의 논리적 연역도 할 능력이 안 되는, 할 생각도 없는 무지한 국민들에게는 씨알이 먹힌다.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해주겠다는 데 누가 싫어하겠나. 다만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어서 문제지.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이 버젓이 행해지는, 그것도 아주 교활하게 행해지는 이유는 바로 당신들이 "생각"을 안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30%가 이렇게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이용하고 있는 것이란 말이다. 거기다가, 나머지 국민 중에도 그런 생각 없는 사람들이 충분히 더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무시한다고, 청와대 조기숙 교수가 국민들이 독재시대에 산다고 폄하했다고, 감히 위정자들이 신성한 국민을 욕한다고 난리치는 사람들에게 진짜 물어보고 싶다.


실제로 사람들이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어떻게 해서든 그들에게 현실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고, 같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면,


지지자들의 생각없음을 즐기고, 부추기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박근혜 대표와 그녀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한나라당의 떨거지들은 국민을 인정하고 위하는 것인가?


이들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다.


아예 생각 없는 원숭이 정도로 간주하고, 도토리를 준다고 놀리고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도 분노하지 않고, 그들을 지지할 텐가?


생각 없이 꼬리치는 원숭이는 결국 도토리도 못 얻어먹게 될 것이다.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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