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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토론으로 본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

티비 토론회 한번만 해도 메이크업 싹 벗겨질 것

 

박근혜 토론으로 본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
‘당 시스템 개혁하던지 자질을 키우던지’
입력 :2005-09-17 15:36   권대경 (kwondk@dailyseop.com)기자
방송기자클럽 초청 15일 토론회에서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발언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난하면서 박 대표가 당산동 24평 아파트 가격과 보유세 부담을 언급하면서 이를 둘러싼 사실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기 때문.

박근혜 대표의 토론회 후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이 즉각 ‘박대표의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얼마나 저급한지 알 수 있는 예’ ‘한나라당이 부자들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며 무책임한 정치공세와 발목잡기로 일관하는 사실을 확인해준 예’라고 몰아 세웠고, 이에 이혜훈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은 15일과 16일 잇따라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맞섰다.

이 위원장은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8·31대책 발표 당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모두 실효세율을 1%까지 올리겠다 했다’ ‘박 대표가 종부세와 재산세를 착각하고 있다는 여당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응수했다.

이외에도 이 위원장은 박 대표의 발언이 ‘실수한 측면이 크다’고 보도한 언론을 향해서도 ‘진보언론은 사실만을 보도해야 한다’ ‘잘 모르면 양측의 입장을 공평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근혜 대표 발언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이 공방의 이면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분위기는 박근혜 대표가 실수를 했고, 이를 소재로 여당이 공세를 취했으며, 이혜훈 위원장이 수습에 분주한 형국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이혜훈 의원이 너무 흥분해서 일을 그르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또 한나라당 정조위 일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토론 내용은 비서실장이 최종적으로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모든 책임을 정조위로 돌리는 부분에 대해서도 불쾌한 심정을 피력하고 있다. 사태가 어떻게 수습돼든 이를 둘러싼 ‘책임론’이 당 내에서 확산될 수 있는 여지까지 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박근혜 대표의 발언 내용을 여당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방은 연이틀 벌어졌고, 실제 당 안팎 돌아가는 상황조차 사실여부를 떠나 한나라당에 ‘행복한 결론’을 안겨주긴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나라당의 당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오갈 듯하다. 단선적으로 볼 때 당 내부 시스템이 ‘수첩공주’라는 별칭을 가진 박근혜 대표를 보좌하기에는 역부족이거나, 아니면 당 시스템이 잘 돌아감에도 박근혜 대표의 자질이 부족해서 이번 일이 터졌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더불어 정조위와 비서실간의 운영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비판도 일 가능성이 크다. 이 모두 매우 심각한 부분이다. 향후 박근혜 대표가 대선 주자로서의 행보를 진행하게 되면 결국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면 정치·경제·사회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에 대한 자질을 방송 토론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검증받게 돼 있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 매체가 활성화된 지금에서는 후보 자질과 관련한 검증 시스템은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철저하게 작동될 것이다.

그러나 자당의 대표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토론회에서 논란이 되는 발언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자주 오른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의 꿈은 그저 꿈일 수 밖에 없다.

▲ 권대경 기자 
더불어 지금과 같은 당 구조라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비난하는 측에서 흔히 주장하는 ‘내용은 없고 이미지 정치만 한다’는 지적에 박 대표가 맞서기 힘들어 보인다. 결국 대선의 과정을 통해 박근혜 대표는 심각한 ‘자질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대표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을 가해야 한다고 본다. 그가 가진 이미지는 가려져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할 뿐, 자신이 가진 정치·경제를 비롯한 전분야에 걸친 소신과 지식 대부분이 전 국민에게 드러난 상황에서는 소용없기 때문이다.

이제 곧 추석이다. 추석이면 흔히 정치인들은 서민들의 생업현장을 방문해 악수를 하고 민심을 듣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각 정당의 지도부는 그럴 것이다.

특히 대중적 인기가 높다고 평가되는 박 대표의 경우 ‘민생·민생·민생’을 강조한 터여서 더욱 열을 올려 서민들을 찾아다닐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집권을 향한 것임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 한나라당의 집권 즉 자신의 청와대 입성을 원한다면 또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집권을 위한 터전을 닦고 싶다면 박 대표는 당 내부 시스템 점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자질을 더 키우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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