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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동아> 사설 패러디로 이명박 다보스 발언 비판

 

 

 

조기숙 <동아> 사설 패러디로 이명박 다보스 발언 비판
“워싱턴망언 운운할 땐 언제고 국민모독은 침묵하는가”
입력 :2006-02-02 17:37   이기호 (actsky@dailyseop.com)기자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직원특강에서의 발언으로 보수언론의 표적이 됐던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이들 언론 중 하나인 동아일보의 당시 사설을 패러디해 이명박 서울시장의 ‘다보스발언’과 동아일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조 수석은 2일 오후 청와대 홈페이지 자신의 블로그 ‘조기숙의 이심전심’에 ‘이명박 시장의 다보스 망언’이라는 제목으로 이 시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보수언론의 행태를 꼬집었다.

조 수석은 “물론 위의 글은 실제 동아일보의 사설이 아니다”며 동아일보가 지난해 자신의 강연내용을 ‘워싱턴 망언’이라고 비난했던 사설을 패러디했다는 점을 밝히고, “동아일보가 일관성 있는 정론지라면 이 시장의 다보스포럼 연설을 접하고 위와 같은 사설이나 기사를 썼어야 정상이 아닐까 상상해봤다”고 말했다.

“역사의식 천박한 이 시장, 국가지도자감 아니다”

조 수석은 패러디 사설을 통해 ‘최근 일부 아시아 정치지도자들은 과거 역사에 얽매여 국가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현재 중국, 일본,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한편으로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주장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 대화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등의 이 시장 발언을 소개하며 서서히 각을 세워가기 시작했다.

그는 “이는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해주고 한국과 중국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도매금으로 매도해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언동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말하고,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정태근 서울시 부시장은 원고를 잘 보라며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남의 탓이나 해대는 적반하장의 전형”이라고 비꼬았다.

이외에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봉헌사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수도 이전을 막겠다”는 발언으로 유신독재의 수제자라는 비난을 받았던 점 △광주 망월동 참배 시 목젖이 보이도록 박장대소를 했던 사례 등을 꼽고, “추진력이 있어 시장으로서의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역사의식이 천박해 한 국가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증명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사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외국에 나가 민족과 국가를 모독하고 욕되게 했으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외국에 나가 국민 모독을 서슴지 않는 이 시장의 존재야 말로 과거회귀적 한나라당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비꼬았다.

“대통령 공격 더 이상 용기 아니다”

“물론 동아일보가 위와 같은 글을 쓰는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냉소를 띄운 조 수석은 “다보스포럼 참관기에서 현 정부를 실컷 비난하는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고 ‘이 시장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마곡R&D시티 등에 대한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다’며 이 시장 ‘활약’을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문제가 된 이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처리했다”며 “동아일보가 이 시장의 문제발언에는 왜 침묵할까 저는 그것이 궁금하다”고 말했지만 “왜 이 시장에게는 관대하고 나만 비판하느냐는 항의를 하려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신 “권력에 대한 견제, 정론지를 부르짖는 동아일보가 번번이 문제가 된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너그러운가”라며 “서울특별시 시장이며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이 시장은 이미 견제가 필요한 실제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실망할 일은 아니다”며 “요즘 젊은 기자들을 만나보면 참으로 큰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젊은 기자들이 하나 같이 ‘이미 권력은 분산되었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더 이상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는 것. 그는 “정권은 유한하고 언론은 무한하다”는 말을 인용해 “언론은 결코 정권보다 약한 권력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 수석이 패러디한 동아일보 2월 2일자 사설.

이명박 시장의 다보스 망언

이명박 서울시장이 또 망언을 했다. 이 시장은 지난 달 27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최근 일부 아시아 정치지도자들은 과거역사에 얽매여 국가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아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시장은 더 나아가 “현재 중국, 일본,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한편으로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주장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서로 대화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해 마치 한중일 마찰이 세 국가에 공동으로 책임이 있는 것처럼 싸잡아 비난했다.

이는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해주고 한국과 중국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도매금으로 매도해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언동이라고 믿기 어렵다. 일본수상이 야스쿠니 참배를 중단하지 않는 한 회담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인 여론을 감안할 때 이 시장의 발언은 국민을 모독했고 큰 상처를 안겼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정태근 서울시 부시장은 원고를 잘 보라며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또 남의 탓이나 해대는 적반하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시장의 망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독교 행사에서는 이 시장이 “서울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봉헌사로 인해 서울시민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그 뿐인가. 행정수도가 건설되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수도 이전을 막겠다”고 발언해 유신독재의 수제자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광주 망월동 묘지 참배 시에는 목젖이 다 보이도록 박장대소를 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시장이 추진력이 있어 시장으로서의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역사의식이 천박해 한 국가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외국에 나가 민족과 국가를 모독하고 욕되게 했으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정상이다. 외국에 나가 국민 모독을 서슴지 않는 이시장의 존재야 말로 과거회귀적 한나라당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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