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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째 이야기

 

 

 

서경석님께 드리는 세번 째 이야기
입력 :2006-02-07 15:55   고은광순(한의사)
제가 서경석님께 앞서 쓴 두 글은 서경석님의 첫 기고에 대하여 설연휴를 전후하여 연이어 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두 개의 글 중간에 서경석님의 두 번째 글이 게재되어 조금 엇박자가 생겼기에 서경석님의 두 번째 글에 대하여 이제야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제 글 역시 ‘소통’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어떠한 성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각자의 생각이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열린우리당에게 체제 밖 좌파(그렇게 규정짓는 이유를 알 수는 없습니다만)와 손잡지 말라고 하시며(그런데 열린우리당이 언제 그들과 손잡았는지 당원인 저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서경석님이 열린우리당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게 하겠다 하시고 그들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나라당 쪽에 더 친화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 하셨지요.

그들이 차떼기 당이었으며, 중산층과 서민보다는 가진 자들의 편에 서 있으며, 부패사학을 옹호하고, 전교조를 빨갱이로 몰며, 그들 속에는 독재자의 이해에 충실히 복무했던 고문전문가, 간첩조작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독재자의 후광을 업은 딸이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은 서경석님의 친화감 생성조건과 전혀 무관한 모양입니다. 다시 말해 서경석님이 한나라당에 친화감을 갖는 이유는 오직 하나, 그들이 국가보안법을 사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군사독재체제에서 <체제 밖 좌파>는 역사의 진보를 뜻하며 그래서 서경석님도 <체제 밖 좌파>였지만 그 투쟁의 대가로 얻어진 자유민주체제가 <체제 밖 좌파>에 의해 다시 위협당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하셨습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나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치개혁 과정에 맥아더 동상철거요구자나 강정구 교수의 주장이 등장하는 것이 큰 위협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법대로’ 처리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왜 ‘위협 당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조갑제, 정형근, 박근혜, 김용갑, 지만원 등의 냉전세력, 반공세력, 수구우익들을 ‘나라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나라가 위협 당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아, 혹시... 서경석님의 입장은 그들 냉전세력, 반공세력, 수구우익들의 사고와 어느덧 일치하게 되셨다는 말씀이신지요?

맥아더동상이 세워진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유엔군 참전을 칭송하기 위해서이며 유엔군이 아니었다면 한반도는 완전히 공산화되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거라 하셨네요.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베트남의 경우를 생각해보지요. 그들은 1883년부터 프랑스에 식민강점을 당합니다. 호찌민은 반제국주의와 식민주의 해방을 옹호하는 유럽의 공산주의와 접하며 1930년 베트남공산당을 창건하지요. 그리고 식민강점국 프랑스를 이겨내었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은 베트남의 남부에 다시 프랑스군을 배치하고, 프랑스는 1946년 남부에 반공정부를 세웁니다. 미국은 남쪽의 반공정부를 지원하면서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여 1965년부터 10년간 월남에 785만 톤의 폭탄을 퍼붓고 75만 리터의 화학약품을 살포했습니다만 전쟁에 졌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들은 오랜 전쟁을 통해 외세(프랑스, 일본, 미국)를 완전히 물리치고 민족의 소원대로 통일된 독립을 이루었습니다.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은 전후 30여 년간 시행착오도 겪어가며 이제는 식량수출국이 되었다지요. 국회의원은 5년 임기로 보통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9년의 무상교육으로 문맹퇴치, 사회복지제도로 질병감소 등을 착실히 일궜으며 시장원리와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의 활동도 허용하면서 많은 동서양 국가와 관계개선을 꾀하여 국제적인 고립상태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외세가 도발한 전시체제를 완전히 벗어나 더 이상의 간섭이나 위협을 배제시키고 주체적으로 유연성을 발휘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칠레의 경우, 1973년 선출된 살바도르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을 쿠데타로 무너뜨린, 박정희와 판박이라는 평을 들었던 피노체트는 미국의 막강한 지원 아래 국민소득을 300배로 올려 놓았다지만 17년 독재기간 동안 3000 명의 정치범을 죽이고 3만 명에 가까운 시민을 고문하고 외국에 망명한 뒤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90이 넘은 노구에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3월에 출범하게 될 칠레의 새로운 여성대통령 바첼렛은 좌파적 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아울러 시장경제를 지지하고 기업중시정책을 펴겠다고 말합니다. 칠레 국민은 그녀에게 ‘차별은 줄이고 다양성은 높이는 문화적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하네요.

역사 속의 가정은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한반도가 분단이 되지 않았다면, 남쪽의 30여년에 이르는 군사독재나 양극화현상, 북쪽의 궁핍이나 인권문제 모두가 지금과 같은 결과를 드러내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냉전해체 이후 북을 주적으로 삼고 있으니 북은 세계 최강의 미국과 대결하기 위해 지난 50여 년 동안 전시 총동원체제를 유지하느라 국민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이 미국을 또한 자극할 테니 저강도 전략이니 고강도 전략이니 하는 것이 나올테고요.

그래서 우선 북을 ‘병영국가’ 또는 ‘전시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을 악의 축이라 하여 목 죄고,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식량과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고, 막강한 군사력으로 압박하면 할수록 북은 전시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인권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그 와중에 서경석님이 인권위원장을 맡고 계신 한기총이 미국 정부의 돈을 지원받아 미국인들과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어가며 ‘인권’을 가지고 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지혜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걱정스러운 일이지요. 걱정스러워하는 시선을 미국의 입장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사대주의로 몰아붙이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국내법에 의해 내국인들에게는 엄격하게 적용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민주주의보다 ‘미국의 국익’을 더 강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독재자라도 미국에 유리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게도 그랬고 이란의 팔레비, 쿠바의 바티스타, 니카라과의 소모사, 칠레의 피노체트, 필리핀의 마르코스, 베트남의 고딘 디엠과 구엔반 티우 등 부패하고 폭력적인 정권이라도 미국의 이익에 충실하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요.

반대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어도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남의 나라 지도자를 제거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현재 칠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이 좌파적 성격을 띠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두고 맹목적인 반미라고 말씀할 수는 없으실 겁니다.

<좌는 선, 우는 악>, 혹은 <좌는 악, 우는 선>이라는 이분법 없이도 국가는 주체적으로 자기 국민의 이익에 알뜰히 복무하며 융통성 있게 경영될 수 있습니다. 원래 인류역사의 최고봉이라 일컬어지는 복지국가라는 개념은 공산주의의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우파적 자본주의에 좌파적 분배철학을 결합시킨 것 아니겠습니까?

국민의 안락한 삶을 챙겨야 하는 정부라면 남북의 평화공존과 통일, 양극화현상의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당연합니다. 냉전논리에 길들여진,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정부를 ‘좌파 정권’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군부독재시절에 애용했던 <좌는 악>이라는 관성적 도식을 이용해서 탐심을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국가보안법을 사수하자는 자들의 속마음입니다. 진짜 공산주의가 싫다면 명실상부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오히려 가진 자들이 분배철학을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좌는 악, 우는 선>이라 규정해놓은 국가보안법으로 국민의 사고를 재단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므로 폐지하라고 유엔에서도 권고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독재자들이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압살했던 시절에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저항하셨던 서경석님이 이제 와서 북의 인권을 들먹이며 국가보안법을 사수해야한다고 하시니 참으로 딱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서경석님은 북이 인권을 개선하면 훨씬 더 많은 추가지원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제안을 하자고 하시지만 북이 서경석님을 입북거부자로 결정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그들은 서경석님과의 소통을 원하지 않습니다. 서경석님은 북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가며 인권대회를 열고, 틈만 나면 누구에게나 빨갱이라고 몰아붙일 준비가 되어 있는 한나라당에 친화적이며, 주석궁에 탱크를 밀고 들어가자는 조갑제 류의 사람들과 코드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입으로만 전쟁을 반대하고, 입으로만 북의 주민을 사랑한다고 말하면 뭐합니까?

사실과 다르더라도 서경석님이 북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무력을 통해 패권을 잡는 고강도 전략의 사전포석인 저강도 전략일 뿐이라고 북이 인식하는 한, 외부에서 거론되는 인권문제는 저들을 더욱 더 꽁꽁 얼어붙게 만들 뿐입니다. 결국 서경석님이 북 주민에 대한 애끓는 사랑의 마음을 담았더라도 북의 인권문제에 목청을 높이는 순간, 한반도의 평화분위기와 북측 주민의 삶은 더욱 싸늘해질 것이라는 말이지요.

최근 평화여성회가 시행하고 있는 갈등해결 교육이 제 눈길을 끕니다. 자신감이 생기면 타인을 수용할 마음이 우러나게 되므로 우선 자아 존중감(허세가 아닌)을 높여주는 교육을 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해결하는 인권의식을 가지는 것이 문제가 풀리는 실마리가 된다고 합니다.

북이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면 그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개혁, 개방을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들 내부에서 자기들의 문제를 성찰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금 당장은 제 이야기를 수용할 기분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음에 서경석님이 북의 인권문제로 또 목청을 높이시는 순간, 서경석님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칭찬해 주셨던 고은광순을 비롯해 대단히 많은 ‘매우 합리적’인 사람들이 상당히 염려스러운 눈길로 서경석님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물론 이러한 말씀도 조갑제, 지만원, 한나라당에게는 느낄 수 없는 애정을 서경석님에게 갖고 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후배의 도발적인 문제제기에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 나온 김에 주제넘게 북측에 제안을 한 가지 한다면 총화시간에 ‘(자기, 타인)비판’을 하게하지 말고 ‘칭찬’을 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할 정도로 훨씬 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개혁과 개방의 성공적인 운용으로 주민들의 정신적 육체적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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