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칼럼

 

일상의 사소해보이는 사건들은 전부 경제질서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주조된다.
 

 

요즘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에어컨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예 근처 강변이나 공원에 텐트를 치고 자다가 아침에 바로 출근하기도 한다. 열대야라고 하지만 집 밖은 시원하기 때문이다.

열대야는 환경파괴로 생기는 기후변화 때문이지만, 다른 요인도 있다. 바로 집의 구조가, 집 안팎의 공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 안의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더운 것이다. 수동형태양에너지 연구자들에 의해 이런 점을 개선하는 기술은 이미 오래 전에 개발되었지만 현실에서는 많이 적용되지 않는다. http://greenbuildings.tistory.com/54 이런 기술은 짐바브웨의 개미집을 모방한 것이다. 사람이 개미보다 어리석은가? 그렇다. 우리가 쓰는 돈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액면가가 불변하는 돈"은 경제주체들을 장기적 안목에서 집을 설계하기 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http://blog.jinbo.net/silviogesell/97

폴 폴락은 이렇게 말한다.

적정기술 운동이 죽은 것은 선의를 가진 서툰 수선장이들이 그 운동을 이끌었기 때문이야. 냉철한 기업가들이 시장을 위해서 디자인하는 대신에 말이야."http://www.paulpolak.com/the-death-of-appropriate-technology-2/

이 말을 잘 살펴보면, 적정기술의 보급을 제한하는 것은 바로 시장이며 기존 경제질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돈이 그것을 승인하지 않으면 채택되지 못한다.

수동형태양에너지 기술을 아파트같은 공공주택에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매년 막대한 냉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도 도입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건 솔직히 '기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우스울 정도로 단순한 기술이다. 그러므로 그것이 도입되지 않는 이유는 그 기술이 어렵거나 복잡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도입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바로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돈의 속성이 그걸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기술을 도입해서 장기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은 기존 경제질서에서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저 많은 입주자들을 수용해서 단기적으로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낼 수 있으면 된다. 아파트 시공자는 이렇게 되묻지 않을까?

"그 아파트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장기적인 에너지 비용부담을 내가 왜 최소화시켜줘야 하나? 그냥 원금과 이자를 빨리 회수하고 단기적으로 최고의 이윤을 뽑아내면 그 뿐이지."

공짜땅 공짜돈 개혁을 하면, 모든 산업은 장기적으로 더 적은 감가상각으로 유도된다. 길게 보아서 더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더 오래 가는 건물과 도시가 설계될 것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그러면서 에너지는 거의 소모하지 않는 그런 놀라운 건물을 상상해보라. 도시 전체가 에너지 소비를 최소로 하여 주변 환경을 거의 파괴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라. 우리에게는 이미 그런 지식이 있다. 게젤이 제시한 대로 땅과 돈을 개혁하면 그 지식을 활용할 기회가 지천에 널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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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2 22:55 2015/08/1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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