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여기서 '운동'이라 함은 사회운동 같은게 아니고 스포츠를 말한다. 마침 회원 중에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 집에서 모여서 먹었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임금체불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고 식당을 운영중인 이 회원도 전에 일하던 직원과 관련한 사건이 있어서 노동부 근로감독과에 나가서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참고로 이 회원은 인근에서 식당을 3개나 운영 중이고 직원도 30여명이나 된다. 무슨 일로 조사를 받았냐고 물어봤더니 퇴직금 건이라고 했다. 연봉제로 계약하면 퇴직금을 다달이 정산할 수 있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그만둔 직원이 어느날 와서는 퇴직금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일로 노동부를 왔다갔다하며 이리저리 많은 걸 알아봤는데 법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지급해야하는 걸 알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노동법이 악덕사업주들에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나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들어내서 아주 불합리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뭐가 불합리한건지 들어봤다. 우선 자기는 다달이 퇴직금을 이미 정산해주었는데 또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그 동안 다른 식당보다 임금도 더 주고 달마다 회식도 빠방하게 해주고 낮에 손님없는 시간에는 낮잠시간도 보장해주는 등 나름대로 직원복지를 위해 애썼는데 직원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거다. 그 말을 듣고 먹었던 음식이 다 토해질뻔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직원고용에 대한 세무신고도 안하고 4대보험도 가입안되어있었는데 무슨 직원복지를 신경 썼다는 건지.
하여튼 사장들은 다 똑같다. 내가 그동안 이주노동자 관련한 상담을 하면서 들어왔던 이야기와 100% 똑같다. 사장들은 자기가 생색내며 줄 수 있는 건 주면서도 의무적으로 줘야하는 것에는 인색하다. 생색내며 주는 건 직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바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노동생산성과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퇴직금 같은 건 이미 퇴직한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더더욱 노동생산성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사장들은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같은 건 최대한 안내려하고 대신 성과급이나 포상금 같은 형태로 생색내며 돈쓰는 걸 선호한다. 그래서 사회전체적으로 보면 부자들의 기부문화가 활발한 미국의 복지시스템이 그토록 후진적인 것이다. 가진자들의 기호에 맞춰 설계되는 사회복지시스템은 공짜처럼 보이지만 결코 공짜가 아닌 것이다. 부자들의 사회적 공로와 뛰어난 인품 그에 대비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무능력함과 거지근성을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해주는 댓가를 치르고 지불되는 것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