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다림출판사에서 청소년용으로 나온 세계문학전집 중의 책이다. 사니 데리고 어린이도서관엘 갔다가 할 게 없어서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참 읽을만해서 여러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이 소설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900일 넘게 포위되어 있던 레닌그라드(지금은 상트페테르스부르크로 이름이 바뀐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보리스라는 12살난 어린이가 겪었던 당시의 상황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 소설의 작가는 네덜란드 사람이지만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당시 레닌그라드에 있었던 러시아 작가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작가의 이름이 바로 보리스이다.
당시 레닌그라드에서는 3년 간의 포위기간 동안 무려 70만 명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이 죽어갔다. 이 소설은 그 기간 동안에 어린 보리스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상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 전쟁은 한 대에 수백억씩 하는 첨단 전투기가 정밀조준하여 목표물만 날려버리는 영화나 이미지로 흔히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전쟁은 무엇보다 추위와 굶주림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멀건 무스프를 배급받기 위해 길게 늘어서있는 사람들의 행렬, 그 위로 갑자기 쏟아지는 독일군 폭격기의 폭격, 가벼운 질병으로도 어이없이 죽어가는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이 책을 권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이 단지 전쟁의 비참함을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긴 하다. 요즘처럼 게임이나 영화를 통해 전쟁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이 책은 전쟁이 실제로 무엇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이 더 깊은 의미와 감동을 주는 것은 비참한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인간성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나 기계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우리를 인간일 수 있게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어른 아이를 떠나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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