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라페스타거리 맞은편에는 아람누리라고 하는 복합 문화시설이 있다. 미술관, 공연장 등이 들어서있고 도서관도 있다. 오늘 그 도서관에 들렸다가 우연히 지하로 내려갈 일이 생겼는데 지하층에 외국도서실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와 이런데도 있었네 하며 가보았더니 거의가 영어권 서적들....그런데 사서에게 물어보았더니 다문화도서도 비치되어 있다고 했다. 다문화도서라는 말이 참 우스웠으나 가장 구석으로 가보라는 사서의 안내에 따라 가보았더니 정말 비영어권 아시아 국가의 도서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한 200권 정도 될라나? 왠만한 개인 책장만도 못한 규모의 책들이 '다문화도서'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비치되어 있었다. 사서에게 물어보니 그나마 이 정도의 책이라도 갖다 놓은지 2달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인근에 사는 결혼이주여성들과 최근 아시아 각국을 다니며 관심이 늘어난 시민들의 요구로 이제서야 급하게 마련한거란다. 

그래도 지난달에는 베트남 도서관 사서들이 직접 방문하여 이 곳에 있는 베트남어 도서들의 목록 등을 확인하고 조언하기도 하였단다. 사서의 이름과 이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이주단체들이 조금씩 가지고 있는 아시아도서들의 목록이 정리되어서 공공도서관과 연결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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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6 21:44 2011/11/26 21:44

다문화 사회와 갈등

from migrant 2011/11/26 14:42

예전에 경향신문의 한 칼럼에서 이주민이 유입되면 그 동안 없었던 새로운 갈등요소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다문화사회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충고하는 대학교수의 글이 있었다.

그렇다. 갈등이 생길 것이다. 사람 사는 곳에 갈등 없는 곳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갈등이 무서워서 사람을 들이기 싫다는 논리는 부부싸움이 무서워서 결혼하기 싫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를까? 그렇다. 결혼하게되면 필연코 부부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결혼한 부부가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상대방을 죽이기까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부부가 부부싸움을 한다고 해서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갈등은 집단이나 사회에게 건겅한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경영학자들 중에는 조직의 활력을 늘리기위해 갈등을 인위적으로 조장하는 기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그렇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면 배우자와 갈등을 겪을 일이 원천적으로 방지된다. 하지만 수도하는 성직자가 아닌 이상 그렇게 얻어진 '평화'를 누가 과연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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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6 14:42 2011/11/26 14:42

지난 1 11일 파주한국어교실이 개강했습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존 학생들 뿐 아니라 새로 입학하러 온 학생들로 사무실이 꽉 찼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방학이 짧아 2주간의 방학을 보내고 3주 만에 보는 것인데 모두들 몇 달 만에 보는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다행히 대부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되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안 좋아진 경제상황으로 인해 갑작스레 해고를 당한 친구도 있고, 한국어교실 학생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아친과 함께하며 여러 가지 일을 도와주던 패살 씨가 단속이 되어 파키스탄으로 돌아가게 된 일도 있었습니다.

개강 수업을 마치고 시민들이 기증한 의류를 경매하는 이벤트도 하였습니다. 별로 입지 않아 새 것과 다름없는 겨울 옷을 어떤 분이 기증하셔서 100원부터 시작하는 경매를 하였습니다. 그다지 관심 없어 보이던 처음 분위기와 달리 열기가 점점 달아올라 5000원까지 가격이 올라가는 물건도 있었습니다. 결국 10여 종의 의류를 경매한 결과 13,500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모델로 수고해 준 사만뜨 씨 덕분인 것 같습니다.^^ 수입은 모아 두었다가 앞으로 소풍 등의 행사비에 보태려고 합니다.

 

이번 주(18) 역시 많은 학생들이 찾아왔습니다. 지난주에 친구 환송식 때문에 오지 못했던 베트남 친구들도 이번 주에는 많이 왔습니다. 고등학생 자원활동 교사들도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이번 주는 윤치현 선생님과 김문희 선생님이 2교시 수업을 진행해주셨습니다. 윤치현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설 풍속에 대해서 수업하셨고, 김문희 선생님은 동물 울음소리 표현에 대해서 수업하셨습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교재에는 없는 새로운 내용들을 많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는 설날연휴라 수업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무실은 오후2시부터 문을 열 예정입니다.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으면 윷놀이도 하고 음식도 좀 나눠먹을 생각입니다. 함께 보려고 영화도 두 편이나 다운받아 놓았습니다. 혹시 설 연휴에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파주 사무실로 놀러 오시기 바랍니다. 그냥 오셔도 좋고 설음식을 조금 싸오시면 더욱 좋습니다.

 

구정이 다가오니 이제야 새해가 온 것이 실감납니다. 2월에는 눈썰매장도 가고 교사 엠티도 가면서 2009년을 새롭게 힘차게 시작해야겠습니다. 모든 분들의 마음에도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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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8 23:37 2009/01/18 23:37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그 동안 노동자대회 같은 주말행사도 있었고 해서 조금 바빴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주에 있었던 사상 초유의 대규모 단속 소식으로 인해 무언가를 쓴다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언론에는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주 목요일(13) 남양주 마석의 가구공단에서 경찰과 법무부의 합동단속이 벌어져 10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잡히고 그 과정에서 10여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동안 출입국의 단속이 여러 번 있어왔지만 이런 식의 단속은 규모에 있어서나 방법에 있어서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전경을 동원해 미리 가구공단의 입구를 봉쇄하고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 후에 단속반들이 공단전체를 훑듯이 지나가며 ‘싹쓸이’하는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습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단속반들은 정말 ‘점령군’처럼 행동하며 한국인들에게도 매우 불손한 태도였다고 합니다. 지금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무서워서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인근 교회나 성당 등지에 흩어져 밤을 지새우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번에 단속된 노동자들은 대개 5~6년 이상 많게는 10년 이상 한국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입니다. 마석 가구공단 같은 중소영세사업장들이 내국인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애태울 때 그 자리를 메우며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한국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왔지만, 한국은 이들을 결코 한국사람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별 문제삼지 않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쫓겨나야 하는 값싼 도구로만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들이 가족과 헤어져 얼마나 외롭고 힘든 나날들을 보냈는지, 한국인들의 값싼 동정이나 차별대우에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아무도 헤아려주지 않습니다. 그는 오로지 ‘불법체류자’일뿐 일말의 동정도 받을 수 없는 ‘범법자’인 것입니다.

이 단속의 불똥은 아직 파주까지는 튀지 않았으나 머지않아 곧 다가올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법무부는 연말까지 이런 식의 대규모 단속을 계속할 거라고 밝히고 있고 전국의 52개 지역을 대상 지역으로 꼽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머릿속에 친구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걱정이 되네요. 이번 겨울은 정말 추운 겨울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주 한국어교실은 선생님들은 조금 적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많이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이재훈 선생님이 나오셔서 한국의 새들에 대해서 열띤 수업을 해주셨습니다. 이혜정 선생님은 국경일을 비롯해 여러 의미가 있는 날들을 소개해주셨는데 저도 그 의미를 잘 모르는 날들도 많더군요. 김문희 선생님이 주신 김장김치 덕분에 모두들 컵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을 수도 있었구요. , 국립중앙박물관 견학 때 만들었던 도자기가 드디어 도착해 각자의 작품을 사람들 앞에서 뽐내기도 하였지요.

 

이번 주에는 2부 수업시간에 문집에 넣을 글들을 쓰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어떤 작품들이 나올지 사뭇 기대되네요. 그리고 연말 송년회 준비도 슬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시절이 어수선해도 할 건 해야겠지요?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일요일 날 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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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0 19:40 2008/11/20 19:40

10월 넷째 주 파주풍경

from migrant 2008/10/28 17:11

주중에 비가 온 뒤로 기온이 부쩍 떨어짐을 느낍니다. 파주사무실도 지난 겨울 이래 처음으로 바닥의 전기판넬을 켰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한국어교실을 나오는 친구들의 숫자도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이번 주는 지난주에 소풍을 함께 간 친구들이 거의 그대로 나왔습니다. 월말이 가까이 왔고 조금 있으면 연말이다 보니 주말특근을 하는 사업장도 많은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지난 한 주 사이에도 수요일과 금요일, 토요일에 각각 단속반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을 잡아갔다고 합니다. 한국어교실이 끝나고 파주병원에서 하는 무료진료소에 가보았는데 그 곳도 지난번과 달리 무척 썰렁하더군요. 이래저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기쁜 소식도 여전히 있습니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했던 방글라데시에서 온 슐레만 씨가 퇴직금을 지급받았습니다. 사장님은 슐레만 씨를 고용한 적이 없다고 계속 부인하였지만 사법연수원생들의 도움으로 관련서류자료를 들이밀자 결국 지급을 하였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디론 씨도 퇴직금을 받았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이끄람씨도 그만둘 때 받지 못했던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받았습니다. 태국에서 온 완나폰 씨도 노동부 진정까지 간 끝에 밀린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교실에 선생님이 또 한 분 늘어났습니다. 성함은 윤정실 선생님이시고 구로에 있는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한 경험도 있으십니다. 일요일 날 직접 찾아오셨었는데 다행히도 아담한 분위기의 아친 사무실이 마음에 드신다고 합니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처럼 역사도 깊고 규모도 큰 곳에 비한다면 아친은 조그마한 구멍가게 같을 텐데 오히려 이런 공간의 필요성을 더욱 공감하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 좋은 인연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사무실에는 조그만 서명용지가 놓여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서명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최근 정부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수준을 낮추겠다고 하고 있고 12월 국회에서 출입국관리법과 고용 허가제 법을 더욱 안 좋은 방향으로 바꾸려 하는 거 혹시 알고 계시나요? 경제가 안 좋아진 건 알겠는데 그 책임을 왜 이주노동자들에게 지우려 하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전국의 이주민인권단체들이 연대해 이런 정부의 움직임에 “NO”라는 여론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서명운동인데 한국인과 이주민들을 합해 1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12월초에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서명에 꼭 동참해주실 것을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혹시 주변에 서명을 하실 만한 분이 있다면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학생들에게도 설명을 해주시고 서명하도록 도와주시고요.

 

이래저래 이번 일요일에는 한국어교실 교사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10월 달 활동을 돌아보고 11월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모두들 오후1시까지 나오실 수 있는지요? 선생님들, 답장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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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8 17:11 2008/10/28 17:11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문화이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친에서는 재작년에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고 그 때 참가자들이 만들었던 갓등(전원을 연결하면 불이들어오는)이 아직도 사무실에 남아있습니다. 저는 그때 같이 가지 못했었는데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저 역시 좋아하는지라 한국어교실 선생님들과 상의해서 이번 가을소풍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주민친구들도 좋아할지는 잘 확신이 들지는 않아 조금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역시 박물관견학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서일까요. 출발시간까지 모인 참여자수가 평소 공부하러 오는 숫자보다 조금 적습니다. 그리고 재작년에 갔었던 친구들은 다들 오지 않았네요. 게다가 뉴스에서 불경기라고 떠드는데도 요즘 일요일 특근하는 친구들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결정적으로 오늘 봉일천에서 크리켓 시합이 있다네요. 결국 13명의 학생들과 8명의 교사들이 '최종 엔트리'로 확정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요즘 한국어교실의 다수를 차지하는 베트남친구들이 역시 다수(10명)였고, 스리랑카와 태국친구가 함께 갔습니다.

20명 남짓한 규모도 단체는 단체인지라 이동하는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기차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표를 끊고 어렵사리 기차에 탔는데 베트남 친구 한 명이 기차를 못타는 불상사가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아차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 그냥 집에 갈께요"라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박물관에 도착하자 마자 야외공원에 앉아 점심부터 먹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요. 원래 각자 도시락을 싸오기로 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대부분 그냥 왔습니다. 토요일도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으니 아침 일찍 나오면서 도시락까지 싸오는게 쉽지는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유현순 선생님이 새벽부터 일어나 잡곡밥을 두 번이나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참치잡곡김밥을 넉넉히 싸오셔서 모두들 푸짐히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도 조금씩 먹을 것들을 가져오셔서 이것저것 나눠먹으니 오히려 음식이 남을 정도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교육프로그램을 먼저 듣기 위해 박물관 지하에 있는 교육관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화폐를 이용한 문화이해교육과 도자기채색체험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강의가 길지 않고 체험 중심이다보니 친구들도 많이 흥미있어했습니다. 특히 도자기체험은 모두들 자기만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열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처음하는 것임에도 꽤 훌륭한 그림솜씨를 보여주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장에서의 반복되는 노동이 아닌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친구들의 얼굴에 웃음과 생기가 넘쳤습니다.함께 참여한 자원활동선생님들 역시 자신만의 작품세계에 푹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교육프로그램을 마치고 전시실 관람을 하였습니다. 돌아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꼼꼼히 전시물들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우선 아시아전시관으로 가서 베트남과 중앙아시아 등의 유물을 보았습니다. 베트남에서 온 유물들이 보이자 베트남친구들이 아주 반가워했습니다. 시간이 많았다면 천천히 보면서 이야기도 나눠보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같이 온 태국과 스리랑카의 유물들은 보이지 않아 그것도 좀 아쉬웠습니다.
아시아관을 보고 나서는 전시된 유물 중에서 박물관에서 추천하는 10가지의 유물만 둘러보기로 하였습니다. 전체유물을 다 보려면 하루가 아니라 며칠은 걸릴 것 같았으니까요. 주되게 국보급 중요문화재들로 선정된 유물들이었는데 티브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것들이어서 감흥이 새로왔습니다. 특히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조명이 잘 갖춰진 특별전시실에서 따로 전시를 하였는데 문외한인 저 조차 순간 숨이 멎는듯한 감동이 느껴질 정도였답니다.

관람을 마치고 그 여운을 즐길새도 없이 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서울역을 향해 달려야했습니다. 나들이를 나간다고 한껏 멋부리고 하이힐까지 신은 친구들도 있었는데 내일 아침이면 발목이 퉁퉁 부어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만원인 기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이 친구들에게 오늘 어떤 추억이 남겨졌을까 잠시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하루종일 서서 걷다가 뛰다가 한 다리아픈 기억만 남은 건 아닐까? 그 대답은 아마도 내년에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을 가자고 이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알게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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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0 05:06 2008/10/20 05:06

10월 둘째 주 파주풍경

from migrant 2008/10/13 00:05

10월 둘째 주 파주사무실 풍경

 

오늘도 한국어교실에 찾아올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사무실을 최대한 깨끗하게 치워놓으려고 생각합니다. 진공청소기로 이곳저곳을 청소하는데 텔레비전 밑에서 쥐똥을 발견! 한 동안 보이지 않던 쥐똥을 보고나니 요즘 들어 이상하게 온몸에 힘이 없던 것이 새삼 생각나며 전의가 불탔습니다. 그리하야 참으로 오랜만에 걸레를 빨아 구석구석을 닦았습니다. 닦다보니 구석에서 또 쥐똥발견! 항상 쥐가 먹을 만한 것들은 철저히 치웠는데 어째서 이 놈이 출몰하는지 도대체 뭐 먹을 게 있다고...아마도 날씨가 추워지니 이놈들도 따뜻한 곳을 찾아다니나 봅니다.

 

 

오늘도 한국어교실은 학생들로 넘쳐났습니다. 한동안은 스리랑카 친구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요즘은 베트남 친구들이 많습니다. 체육대회와 무료진료 등으로 몇 주 정도 한국어교실을 잘 살펴보지 못했더니 얼굴 모르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입회원서를 쓰며 나이들을 보니 대부분 82년 83년생들입니다. 가끔 85, 86년도 있습니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친구들이라 휴일이면 놀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을 텐데 일요일을 반납하고 공부하러 오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그런데 이 어린 친구들이 일하는 작업장의 환경이 매우 좋지 않아 걱정입니다. 목재가공공장에서 일하는 R씨와 M씨는 합판 접착일을 하는데 작업장에 본드냄새가 심하게 나는데도 마스크조차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머리가 아프다는데 사장님께 마스크 달라는 말도 해 본 적 없다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선생님들 중에 못 나오신 분들이 많아 사법연수원에서 법률 봉사하러 오신 정병록, 이일 두 분 선생님들까지 교사로 투입되었습니다. 갑작스런 부탁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열심히 수업을 진행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파주의 터주대감 칸반장도 오늘은 선생님이 되어 수업을 하였답니다. 새로 온 스리랑카 친구를 위해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모습이 너무 멋졌습니다. 또 그동안 거리가 멀어 오지 못했던 고등학생 자원봉사자 준한이도 오랜만에 오자마자 수업을 하였습니다.

 

 

2부 수업은 이혜정 선생님이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에 대해서 강의하셨습니다. 저는 상담오신 분이랑 대화하느라 강의를 잘 듣지는 못했지만 학생 한 분이 아리랑을 능숙하게 부르시는 소리를 감동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2부 수업을 하는 동안 귤과 바나나와 같은 과일들을 맛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얼마 전 고향에 다녀온 루완 씨가 사온 것이었답니다.

 

 

 

오후4시부터는 파주병원에서 매월 2, 4주에 하는 무료진료가 있어 사법연수원생 선생님들과 함께 그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친은 무료진료하는 장소에서 임금체불과 산재 등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9월부터 시작된 무료진료가 처음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번호표를 받아서 기다릴 정도인 걸 보니 이제 이주민들 사이에도 제법 알려진 듯 했습니다. 그런데 파주병원 담당자 분께서 오시더니 걱정스런 표정으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상담하는 것에 대해서 인근지역 사업주들이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기가 막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법에도 없는 이상한 편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법에 나와 있는 최소한의 기본권에 대해 상담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걱정하는 것인지... 아직도 사업주들의 인식이 바뀌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무료진료에는 아친에 찾아오는 친구들 모습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어교실이 끝나고 이리로 바로 온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전에 상담을 했던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한산했던 일요일 오후가 이주민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니 조용했던 파주가 아주 활기차진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를 찾아온 이 ‘젊은 피’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것, 멋지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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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3 00:05 2008/10/13 00:05
伊서 불법체류자 신고센터 첫 가동
 
등록일 2008-09-03 조회수 45
 
국가명 이탈리아 출처 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전순섭 통신원 = 이탈리아의 한 소도시가 최근 외국인 불법체류자 신고센터를 만들어 시민들이 익명으로 신고를 하도록 하는 조례를 시행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부 코모시 근교의 칸투시는 최근 북부연맹 소속의 티치아나 사라 시장의 중심으로 이 같은 내용의 조례를 마련, 불법 체류자 색출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해 지방 소도시가 전면에 나서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칸투시는 특히 관할 경찰서에 별도의 전담반을 마련, 경찰이 주민들의 신고사항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익명의 신고가 가능한 만큼 주민들과 외국인들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벌써부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사라 시장은 "많은 집주인들이 여전히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세를 주고 있어 집을 구하려는 이탈리아 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당초 계획대로 조례가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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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2 11:25 2008/09/12 11:25
요즘 소위 '불법체류자'라고 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쓰다가 출입국관리소 단속에 걸리는 사업주들이 내야하는 벌금이 장난이 아니다. 고용기간에 따라 물론 다르지만 최소2백만원에서 1년 넘게 고용했을땐 1천만원씩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출입국관리소에 가끔 가보면 이 벌금때문에 공무원들과 실랑이하는 사업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준법질서강화'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일부 이주관련단체들에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추방보다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이것이 과연 좋은 방법일까하는 회의감이다.

우리같은 이주인권단체들은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노동부를 자주 찾는다. 하지만 노동부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강제성이 없는 지급권고일 뿐이고 이것을 지키지 않았을때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러나, 검찰에서 약식기소를 통해 형이 확정되더라도 임금체불의 경우 대부분 경미한 벌금형으로 끝나버린다. 1천만원이 넘는 임금을 체불했어도 벌금으로 내는 돈은 몇십만원에 불과하다. 임금체불로 구속되는 사업주는 한 해에 손가락을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니 약삭빠른 일부 사업주들은 벌금 맞고 말겠다며 끝까지 임금지급을 거부하기 쉽상이다.

법이 권위를 가지려면 그 적용에 있어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 도둑질한 사람에게는 사형을 내리고 살인을 한 사람에게는 벌금을 내린다면 아무도 법의 권위를 인정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현행법상 불법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일하려하지 않는 곳에 이주노동자를 들여다 일하게 한 행위 그 자체를 범죄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어떤 사람에게도 해를 입히는 행위가 아니며 오히려 사회적으로 도움을 주는 행위이다. 다만 정부가 행정적으로 정해놓은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처벌을 하는 것이다.
반면 임금체불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임금체불은 한 개인과 가정을 단지 불행하게 만들 뿐 아니라 심지어 파괴할 수도 있는 무서운 범죄이다.  

어떤 사람들은 값싼 임금으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를 한국인 노동자의 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와 한국인노동자 모두에게 가장 큰 적은 사실 임금체불하는 사업주이다. 중소업체들에서 임금체불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하는 까닭에 한국인들이 그런 일자리를 기피하는 것이고 그 일자리를 채우는 이주노동자들 역시 피해를 입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체불이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주노동자와 한국인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정부는 임금체불을 강력한 처벌로 단속하기 보다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에 더 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진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일부 사업주들은 이들의 열악한 처지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단속시 벌금에 대비한 '보험금'을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에서 미리 공제하기도 한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소위 3D 업종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더 값싼 조건에서 임노동을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소위'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을 임금체불한 업주에게 내려야 한다. 그리고 '불법체류자'단속을 위해 쏟아붓고 있는 엄청난 행정력과 재정을 임금체불 사업주 단속과 체불된임금을 정부에서 미리 지급하고 추후에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데 써야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법의 권위를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인정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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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7 23:46 2008/03/17 23:46

지난 2월11일은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모든 언론은 이날도 화재참사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하지만 이번에는 여수가 아니라 남대문이었다. 신기하게도 지난해 여수화재참사가 있었던 거의 같은 시간에 남대문화재가 발생하였다. 가뜩이나 이주문제가 여론의 관심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여수참사 1주기는 이주운동단체들 사이에서 특별한 날이자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남대문화재로 인해 이런 우리의 소박한 기대마져 함께 사라져버렸으니...남대문화재를 바라보는 눈길이 나도 모르게 삐딱해진다.

어찌되었든, 남대문화재를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서 한가지 신기한 점을 발견하였는데, 뉴스의 순서나 내용들이 어쩜 그렇게 작년 여수화재참사때와 똑같은 지 신기할 정도라는 것이었다. 초기대응의 문제점, 부실한 화재예방대책, 현장에서 발견된 라이터, 외국의 비슷한 사례들 등등을 지적하는 것이 마치 여수때 보도된 내용에다 '남대문'이라는 말만 덧씌운 것 같았다. 화재참사라는 유사성 때문이라는 건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고약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앵무새처럼 떠들고는 얼마지나지 않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새로운 뉴스거리만 찾아다니는 언론에 대한 밉쌀스러움 때문이다.

작년 여수화재참사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보호소의 문제점,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서 온갖 다양한 보도가 넘쳐났었다. 그러나 그 후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사태추적을 해 온 언론이 있었나? 한겨레나 경향 정도가 부족하나마 관심을 보였을 뿐 나머지 언론들은 법무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보도하는 정도였다.
여수화재참사 1년을 앞두고 기획기사가 몇 군데 언론에서 나왔으나 대부분의 관심사는 보호소 시설에만 가 있었다. 그래서 천장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고 바닥이 불연소재 바닥재로 교체되는 것 등만 이야기하다보니 아주 올바른 방향으로 잘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독자들을 호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수화재참사의 진정한 교훈은 단속과 구금, 추방 위주의 미등록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한 비극적인 경고였다. 보호소에서 화재가 일어나지 않는다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 사회의 후미진 구석에서 단속반과 이주노동자간의 쫓고 쫓기는 인간사냥이 벌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죽거나 다치는 희생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얼마전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다 추락사한 중국교포도 그러한 희생자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말하는 것을 '감상적 온정주의'라고 비판하며 지금의 정책을 전혀 바꾸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데려왔을진대 '온정'을 품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 아닌가? 법무부는 앞으로도 이주노동자들을 일회용 부품이나 기계처럼 맘대로 썼다가 버리는데 앞장 설 참인가?
'기업프렌들리' 같은 용어를 아무런 마음의 동요없이 자연스럽게 입에 달고 다니는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법무부 역시 '온정주의' 대신 '냉혈주의'를 자연스레 입 밖으로 내뱉는가보다. 하긴 새정부의 출범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줄서기에 앞장 섰던 것이 법무부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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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4 00:19 2008/02/14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