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위 '불법체류자'라고 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쓰다가 출입국관리소 단속에 걸리는 사업주들이 내야하는 벌금이 장난이 아니다. 고용기간에 따라 물론 다르지만 최소2백만원에서 1년 넘게 고용했을땐 1천만원씩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출입국관리소에 가끔 가보면 이 벌금때문에 공무원들과 실랑이하는 사업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준법질서강화'차원에서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일부 이주관련단체들에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추방보다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이것이 과연 좋은 방법일까하는 회의감이다.

우리같은 이주인권단체들은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노동부를 자주 찾는다. 하지만 노동부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강제성이 없는 지급권고일 뿐이고 이것을 지키지 않았을때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러나, 검찰에서 약식기소를 통해 형이 확정되더라도 임금체불의 경우 대부분 경미한 벌금형으로 끝나버린다. 1천만원이 넘는 임금을 체불했어도 벌금으로 내는 돈은 몇십만원에 불과하다. 임금체불로 구속되는 사업주는 한 해에 손가락을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니 약삭빠른 일부 사업주들은 벌금 맞고 말겠다며 끝까지 임금지급을 거부하기 쉽상이다.

법이 권위를 가지려면 그 적용에 있어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 도둑질한 사람에게는 사형을 내리고 살인을 한 사람에게는 벌금을 내린다면 아무도 법의 권위를 인정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미등록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현행법상 불법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일하려하지 않는 곳에 이주노동자를 들여다 일하게 한 행위 그 자체를 범죄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어떤 사람에게도 해를 입히는 행위가 아니며 오히려 사회적으로 도움을 주는 행위이다. 다만 정부가 행정적으로 정해놓은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처벌을 하는 것이다.
반면 임금체불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임금체불은 한 개인과 가정을 단지 불행하게 만들 뿐 아니라 심지어 파괴할 수도 있는 무서운 범죄이다.  

어떤 사람들은 값싼 임금으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를 한국인 노동자의 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와 한국인노동자 모두에게 가장 큰 적은 사실 임금체불하는 사업주이다. 중소업체들에서 임금체불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하는 까닭에 한국인들이 그런 일자리를 기피하는 것이고 그 일자리를 채우는 이주노동자들 역시 피해를 입는 것이다. 따라서 임금체불이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주노동자와 한국인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정부는 임금체불을 강력한 처벌로 단속하기 보다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에 더 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진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그리고 일부 사업주들은 이들의 열악한 처지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단속시 벌금에 대비한 '보험금'을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에서 미리 공제하기도 한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소위 3D 업종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더 값싼 조건에서 임노동을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진정으로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소위'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을 임금체불한 업주에게 내려야 한다. 그리고 '불법체류자'단속을 위해 쏟아붓고 있는 엄청난 행정력과 재정을 임금체불 사업주 단속과 체불된임금을 정부에서 미리 지급하고 추후에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데 써야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법의 권위를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인정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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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7 23:46 2008/03/17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