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선생님이 인근 파주에 오신다고 해서 강연이 열리는 해솔중학교에 다녀왔다. 강연의 내용은 그동안 각종 인쇄매체를 통해 계속 주장해오신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곧 진보신당의 당대표가 될 상황이라 공식정치인이 되기 전 마지막 강연이라는 점이 의미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미 한겨레 논설위원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직을 그만두셨다고 한다. 중립성 시비가 있을 수 있으니까.
오늘 강연을 들으면서 홍세화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내 생각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홍세화 선생님은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 것이 바로 내 생각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 의해 의도된 생각만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다.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왠지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낮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글이 떠올랐다. 미국의 월가점령시위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남자를 소개하는 글이었다. 그 남자는 직업을 3개나 가지면서 밤낮 없이 일해서 국가에 세금을 내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월가점령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사회복지비용만 축내는 47%이고 자신은 그런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53%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그런 시위를 할 시간이 있으면 한 시간이라도 더 일해서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라는 비아냥이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중산층들이 꽤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월가점령시위자들이 주장하는 세금인상은 1% 부자들 뿐 아니라 고소득의 중산층들에게도 꽤나 큰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1% 부자들은 주요 소득이 주식 등 금융상품에서 나오는데 여기에 대한 세금은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반면 중산층들의 주수입원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세금이 매겨진다고 한다. 그리고 이 중산층들이 젊었을때 열심히 벌어서 은퇴할 무렵에 큰 돈을 만드는 비결이 바로 주식투자 등을 통해서인데 그 수입으로 나머지 여생을 편하게 먹고 사는게 지금까지의 '정상적인' 루트였단다. 즉 자신이 부자로 될 가능성을 월가시위자들이 가로 막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예전에 미국민주당이 대선캠페인 구호로 1%에 맞서자는 것을 채택했었는데 대선에서 공화당에게 패배하고 말았던 적이 있다. 그 원인을 미국 중산층들의 마음 속으로 1%가 되고자 하기 때문에 그 구호에 동감하지 않았기때문이라는 분석을 읽은 기억이 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단지 생각을 지배당하기 때문에 20에게 지배당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다는 이 사회의 구조가 피라미드식으로 되어 있고 이 계층구조의 사다리에서 한칸이라도 더 올라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래칸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꾸만 위를 쳐다보며 20을 닮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단지 의식개선만으로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은 386세대들이 진보적인 의식을 가졌으면서도 생활에서는 그렇지 못한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