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KBS의 특집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통일 등에 대한 의식 여론조사를 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본 것이 아니라서 어떤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추측건데 무역 등을 위해 중국을 오가는 북한주민들을 비밀리에 접촉해서 한 것이 아닐까한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 눈에 들어온 내용은 통일된 국가의 체제에 대한 선호도 조사였다. 중국식 사회주의를 포함해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가 절대다수였다. 자본주의는 극소수였다. KBS는 북주민들이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 쇄뇌교육을 받은 결과였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관련한 인터뷰에서 북한주민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회주의는 병원도 무상이고 교육도 무상이고...우리가 다 그런 혜택을 받았고...내가 시집올때까지만 해도 다 그랬다"

"...사회주의는 마음이 편안하니까...마음이 안정되잖아...자본주의는 그런게 안되자나..."

".....자본주의는 주민들을 위해 어떤 보호를 해 주는가? 없자나.."

 

뭐가 쇄뇌교육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구만. 이들에게 90년대초까지만 해도 어느정도는 돌아가던 사회주의 복지시스템에 대한 기억은 아주 강력한 것이었다. 수령님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와 김정일에 대한 미온적인 지지, 그리고 김정은에 대한 의심스런 지지의 차이는 바로 이 시스템이 온전하게 돌아갔는지 아닌지의 차이가 아닐까?

 

한편 지난번 연평도 포격사건과 천안함사건에 대한 평범한 북한주민들의 반응도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은 사건의 책임에 대해 전면 부인하면서 호전적인 언사를 늘어놓는 정도였다. 물론 북한주민들 대부분도 이 사건들이 북한이 아니라 남한의 자작극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현실적인 문제는 누가 했냐 안했냐가 아니었다. 한 북한주민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한의 특공대가 쳐들어온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툭하면 방공호로 대피하라는 싸이렌 울리고....훈련도 하다 하다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한반도에 사는 평범한 주민들은 남북한을 떠나 모두 비슷한 처지임을 보여주는 인터뷰였다. 남한주민들도 북한의 특수부대가 공기부양정을 타고 침투한다는 이야기를 얼마나 숱하게 들어왔는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전쟁의 공포가 가장 두려울 뿐 누구의 잘잘못이냐는 그 다음 문제였다. 그러면서 한 주민은 이렇게 덧붙였다.

 

"남한은 왜 자꾸만 우리에게 호전적으로 나오는가? 북주민들도 점점 남한에 대해 안좋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다르게 국방비를 사상최대로 증액해 온 '햇볕정책'을 의심하는 편이지만, 햇볕정책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남북한 주민들 사이의 적대감을 약화시키고 이로 인해 남북한의 호전적 강경파들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이 북한 주민의 말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이 정부가 북한을 향해 취한 태도가 북한주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데로 북한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가로 중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한에 미군이 그대로 존재하고 남한정부가 자신들을 향한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북한에서 어떤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여론이 남쪽과의 연대로 나아갈 가능성은 지금으로써는 매우 적은 상황인 것이다. 내가 그 입장이라도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쪽보다는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쪽으로 마음이 움직일 것 같다. 아무리 남쪽이 같은 민족일지라도...

 

미군을 철수시키고 양측군대의 후방철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력을 가진 집단의 정권장악이 간절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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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3 23:03 2011/12/03 2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