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양시에서 노동자들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지난 20일 오후8시 무렵부터 일산구 백석동 아파트형 공장 앞에 위치한 한우물정수기노조 파업농성장에서 열린 '장기투쟁사업장 문화제'에서였다.

 

 이날 모인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짧게는 17일에서 길게는 6년째 싸우고 있는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이다. 가장 투쟁경력이 짧은 곳은 파업 17일차인 한우물 정수기 분회이고 가장 오래된 곳은 6년차인 씨그네틱스 분회이다.

 

 주로 서울과 경기북부에 소재한 사업장들로 이루어진 이들은 지난19일부터 2박3일간의 순회투쟁을 함께하고 있는 중이다. 순회투쟁 첫날인 어제는 하이텍, 기륭전자 등에서 집회를 가졌고, 2일차인 오늘은 서울지방노동청 등에서 집회를 마치고 이곳으로 모였다. 내일은 의정부지방노동청 등으로 가서 투쟁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아직 조합원들이 도착하지 않았고 몇몇 분들만 남아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오늘의 메뉴는 초복인지라 삼계탕이었다. 80여명의 인원을 위해 닭 40여마리를 준비했다고 했다.

 얼떨결에 앉아서 함께 식사를 하였지만 여전히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어색하기만 하다. 검게 그을린 조합원들의 피부에 비해 반바지 사이로 나온 내 허연 다리가 부끄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서도 예정된 문화제는 곧 시작되었다.

 포스코점거농성투쟁 동영상, 노래일꾼 '신나는 세상'의 공연, 몸짓패 '단풍'의 몸짓공연, 노래일꾼 지민주씨 공연 등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올랐다. 공연이 계속 될수록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지만 노동자들의 뜨거워진 열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동안 노동자대회 전야제 등 대형문화공연을 익히 많이 보아왔지만, 그런 대형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느껴지는 자리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대형콘써트가 아닌 작은 클럽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이랄까. 무대위와 아래가 구분되지 않고 모두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었다.

 

 지역위는 이날 공연에 앞서 이홍우 위원장님이 연대사를 하였고 당원들이 모은 투쟁지지금을 전달하였다. 언론의 조그마한 관심조차 받지 못하며 외롭게 싸우고 있는 이 동지들에게 작은 힘이 나마 보탬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문화공연 중에 나와서 투쟁사를 한 윤기수 한우물정수기 분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해 왜 이렇게 힘들게 노력해야 합니까?"

 한우물정수기 뿐 아니라 포항건설노조 등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조차 피터지게 싸우지 않으면 얻기 어려운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마한 양보조차 하지 않고자 똘똘 뭉쳐 노동자들을 두들겨패는 정부,자본,언론들 처럼 우리도 똘똘 뭉쳐 싸워야 우리의 권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새삼 '권리 위에 잠자는 자에게 권리는 없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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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1 01:05 2006/07/21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