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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세계 사상 최대 부동산 거품 발생

지금 전세계 사상 최대 부동산 거품 발생

<이코노미스트> "묻지마투자 횡행", "내년 미국 집값 하락하며 파국"

 

프레시안 2005. 6. 22

 

미국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에 이어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미국 등 전세계적 주요 국가들에 주택가격 거품이 조성돼 있다"면서 "일부 국가들에서는 이미 가격 하락이 시작됐으며, 내년쯤 미국도 가격이 하락하면서 파국이 올 것"이라고, 내년도 '미국발 부동산 대불황' 발발을 예고했다.
  
  이코노미스트, "최근 전세계 거품은 사상 최대 규모"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지금 전세계적으로 역사상 최대의 주택거품이 형성돼 있다"며 "거품이 터질 때의 경제적 고통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주택의 실질가격이 최근처럼 급속하게, 장기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상승한 전례가 없다. 미국.영국,호주에서부터 조성된 부동산 거품은 프랑스,스페인,중국 등으로 번져가면서 지난 2000년 주식시장 거품 붕괴 이후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데 한몫을 했다.
  
  지난 5년간 주요 선진국에서 주택가치는 이들 나라의 국내총생산(GDP)를 모두 합한 30조달러 이상 증가하며 70조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90년대말 전세계적인 주식시장 거품이 GDP의 80% 정도 증가했었고, 세계공황 발발직전인 1920년대말 미국의 주식시장 거품 때는 GDP의 55%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최근의 주택가격 거품은 역사상 최대규모다.
  
  전세계적인 주택가격 상승은 두 가지 공통요인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나는 금융기관들이 역사적인 저금리로 주택 구매자들에게 보다 많은 돈을 대출하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소비자들이 주식시장 거품 붕괴 이후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서 부동산을 선호하고 있다.
  
  "묻지마 대출로 금융 거품 심각"
  
  이미 호주와 아일랜드,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통계에 따라 가격 둔화, 또는 가격 하락 현상이 나타나는 등 급속히 주택시장이 냉각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제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단지 상승세가 둔화만 돼도 초래될 결과가 가공스럽다는 것이다.
  
  현재의 주택가격이 거품이라는 사실은 투자자의 임대소득, 자택 소유자의 임대료 절감에 따른 이득을 반영하는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 수준이 잘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은 1975~2000년 평균보다 35% 높다. 영국,호주,스페인은 50%나 높다.
  
  더욱이 이같은 가격 상승은 투기적 수요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주택 구매의 23%가 투자 목적이었으며, 13%는 자택 소유자의 구매였다.
  
  투자자들은 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의 임대료를 받고서라도 주택을 구매하고 있는데, 이는 단지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전형적인 '금융 거품'이다.
  
  '금융 거품'은 위험한 방식의 신종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최초 주택구매자의 42%, 모든 구매자의 25%가 대출만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집값의 1백5%까지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주택구매자의 자산,고용 여부, 소득 등의 증빙서류도 요구하지 않는 '묻지마 대출'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대출들은 처음에는 일정기간 금리만 갚고 이 기간에 내야할 원리금은 대출금에 보태져 나중에 상환하는 방식,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대출들이 적지 않아, 금리 변동시 위험이 크다. 올들어 미국에서 가격 폭이 특히 컸던 지역들에서는 대출의 50%가 변동금리 방식이었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주택 보유자들은 대출금을 상환할 여력이 있는 한 쉽게 주택 가격을 낮춰 거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격상승세가 둔화되거나 가격이 하락하면 대출을 많이 받은 상태에서 금리에 못미치는 임대료 수입으로 버티던 투자자들이 집을 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거품이 급속히 빠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5년간 몇몇 국가에서는 20% 이상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 호주, 영국 등 이미 소비급랭"
  
  무엇보다 주택 가격 하락 또는 상승세 둔화가 초래할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만 돼도 소비지출이 급감한다는 것은 이미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90년대말 '성공사례'로 칭송받았던 네덜란드 경제 호황 당시, 네덜란드의 주택가격과 가계 대출은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2000년에 20%에 달했던 주택가격 상승률이 2003년 0% 가까이로 떨어지면서 네덜란드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주택가격 거품론이 과장됐다는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주장대로라면 가격이 하락하지도 않은 완벽한 '연착륙'의 양상을 보여야 하나, 2003년 네덜란드 경제는 소비지출이 감소하면서 침체에 빠져든 후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주택가격이 오르면 자본 이득을 현금해 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으나,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 이같은 지출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호주의 경우도 지난해 주택 판매가 8%에서 1.8%로 줄어들자 GDP 성장률이 1.9%로 반토막 났다. 영국도 주택시장이 식으면서 소비지출이 급격히 둔화됐다.
  
  미국도 초읽기 돌입
  
  주택 소유자들이 기록적인 속도로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현금화해 지출해온 미국의 경우 주택가격이 조금만 둔화돼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 중 7.4%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지출이었다. 주택가격 상승이 멈춘다면 이같은 소득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이 이처럼 미국 경제을 지탱하는데 큰 몫을 차지해 왔기 때문에 주택가격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되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지난 4년간 미국의 GDP의 90%가 소비지출과 주택건설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게다가 지난 2001년 이후 민간에서 고용 창출의 40%가 건설,부동산,주택담보대출 중개 등 주택관련 부문에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 잡지가 인용한 1970~20001년 사이 14개국의 주택가격을 분석한 IMF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에 조사 대상국가들에서 평균 30% 가량 실질가격이 떨어진 사례가 20건에 달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에서 주택가격 거품이 조성된 후 꺼지면서 경기침체에 빠졌고 그 결과 3년 후 GDP의 증가율이 평균 8% 하락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당시 조사에서 미국만 거품과 붕괴 현상을 면했지만 이번에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잡지는 "지난 10년간 주택가격이 하락한 일본과 독일이 이 기간 동안 선진국 중 소비지출이 저조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면서 "주택가격이 항상 오르는 줄로 알고, 경제에 별 위협요인이 아니라고 믿고 있는 미국인들은 해외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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