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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했던 날들..

명절이라고 내게 그닥 특별할건 없다. 간단히 차례 지내고 뒹굴거리고 TV시청 실컷하고... 술이라도 한잔 마시면서 회포를 풀만한 사람도 없고.. 근데 정말이지 '왜?'난 집에서 술을 잘 안마시게 될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혀도 술은 이상하게 넘기지 않게 되더라. 집에서는.


시원하게 뚫린 서울도로나 한번 달려 보자고 혼자 차를 끌고 홀로 사무실을 지키는 선배를 위로 방문한다는 핑계로 나섰는데, 남부 순환을 지나 봉천고개는 정말로 지긋지긋한 상습정체구역이다. 이렇게 텅빈 서울인데 왜 하필 드라이브를 즐기려고 나선 그길만 막히는건지..짜증이 마구마구 나는걸 억지로 참으면서 밟고 싶은 엑셀레이터는 나의 발목을 쥐어 까지했다. 그리고 연휴 마지막날인 어젯밤 본 영화 '실미도'는 작년에 있었던 그 파장이 이해 갈만도 했다. 나는 왠만하면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못본다. 왜냐면 대부분의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자막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TV에서 방영한 그 영화는 매우매우 다행스럽게도 자막처리가 되어서 너무너무 반갑게 볼 수 있었다. 작년 실미도가 그렇게 유명세를 타고 인구에 오르내릴때 난 그 대열에 끼지 못했다. 왜? 영화를 보지 못했으니까.. 때를 놓치긴 했지만 어제 실미도를 보고 느낀건 여러가지다. 그러나 그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오목조목 나열하려고 하다보면 우선 첫번째로는 '욕'이 나온다. 그 내용이 정말로 과거의 현실을 기반으로 한것이라면 박정희는 때려 죽여햐 할 놈이고, 거기다 돈까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지금은 행방이 묘연한 중정국장(갑자기 이름이 생각안남)이 실미도의 총책이었다니 그런 미친놈이 과연 인간인가 싶을 정도다. 또 한가지, 아직도 죽은 그들의 신원이 미상이라는것과 명예회복은 어디까지 이루어졌는지 가장 궁금하며 분단의 비극과 체제의 대립이라는것의 골깊은 모순이 안겨다 준 너무나 구체적이고 터질듯한 분노는 더이상 설명 불가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실미도는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것만은 확실하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훨씬 감동하면서 보았을지도 모르지만, 놓치지 않고 보았다는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길란다. 영화는 그럭저럭 잘 만들어진것 같다. 실미도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사람들이 다시 뇌리를 스친다. 그들의 명복을 빈다.. 연휴가 끝났다.. 출근을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하루 더 농땡이를 쳐볼까 말까 고민고민하다 결국은 그 잘난 도덕성(?)과 신뢰에 먹칠하기 싫어서 나왔더니 오늘 정직원들 빼고 나머지는 휴무란다..이런...좬장...쓰바쓰바... (지난 월욜에 내가 일찍 가는 바람에 오늘 휴무에 대한걸 못전해줬다고 한다. 핸폰 번호도 몰랐다나?? 이런 말도 안되는 변명거리에 추운 아침 발동동 구르며 출근한 나는 그저 뒷골이 땡겨올 뿐이다.. 흐억~) 덧> 극장에서 개봉하는 한국영화들도 왠만하면 자막처리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번엔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영화를 꼭 볼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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