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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뒷돈??

이 둘의 차이가 몰까...

지난주 금욜 한 할머니 집에 갔다가 약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할머니는 내가 정기적으로 방문 하는 집인데,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분으로 온몸이 굳어가고 그 통증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나는 이 할머니댁에 핫팩이라는 뜨거운 찜질도구를 들고 방문한다.  그런데 이날,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여 목욕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내게 목욕을 부탁하셨다.  지난번에도 한번 해드린적 있는바 흔쾌히 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아이가 몇살 이냐고 묻는다.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했다고 하니 할머니는 갑자기 지갑을 뒤척이더니 만원짜리 한장을 꺼낸다.  아이 연필하고 공책이나 사다주라고 하면서...



이런,이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자신은 기초생활수급자이시고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서비스를 제공하는것 뿐인데 돈을 내미는건 과연 무슨 일일까...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몇번이나 거절을 했으나 성의라고 하시며 자꾸 주고 싶어 하는걸 차마 뿌리칠 수 없어 받기는 받았다. 그리고 목욕을 도와드리고 내가 먼저 욕실에서 나왔는데 그 돈을 전화기밑에 살며니 놓고 왔다.  도저히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닌것 같아서... "할머니~ 저 그돈 못받아요. 돈 전화기 밑에 놓고 가요!" 소리치며 도망치듯 할머니 집을 나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할머니가 돈을 주신 이유는 이해가 간다.  사실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중 한사람에게 한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없는데, 그 할머니와 나는 어느날 부터 말수도 늘고 점차 친밀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이 친밀도에 약간 기대를 하셨는지 어렵게 목욕에 대한 말을 꺼내면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미안함을 감출 수 없어 자기 딴에는 성의 표현을 하게 된건데...나는 그것을 받아 들이지 못한꼴이 된것이다. 

 

집에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사람사이에 결코 부수어서는 안될 어떤 '경계'. 내지는 '거리'가 있다. 이것이 무너지면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것. 객관적이거나 사무적으로 해결되어야 할일일임이 분명한데 거기에 주관적 관계가 침투 하게 되는것이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하는 어떤 청탁들이 생기기도 하는거고...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거는 기대심리가 작동하게 된다.  이를테면 내가 직장상사와 개인적으로 친하게 되면 나에게 인사상이나 업무의 실수에 대한 불이익을 덜 받게 될수도 있다는.. 그렇다면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그 관계나 거리를 조절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보니 무서운 사회가 아닐 수 없다.  사람하고 사람이 관계 맺음으로 인해서 모든 일들이 생기기도 하고 안생기기도 하는게 세상 일인데, 이것들을 사사건건 계산하고 조율해야만 하는 이런 짓거리들이 무척 우울 하기까지 하고... 

아직도 사회의 이런 구질구질한면을 간파 하지 못한 내가 한심한것도 맞는 말일게다..ㅡㅡ;

 

그리고 또다시 방문해야만 하는 그 할머니댁에 도대체 어떤 얼굴로 찾아가야 할지 고민되는 즈음이다.  할머니 기분도 많이 상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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