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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새벽 종소리..

 

역사와 산 제 133회 정기 산행으로 지리산 암자길을 다녀왔다.  지리산으로 간다는 말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서기로 한 이번 산행은 참가자 제한에 아무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마침 아이 맡길데가 없는 나로서는 왠지 행운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 결정이라고나 할까.. 



서울 시청을 출발한 버스 2대(총 참가 인원이 64명 이었음. 하남에 있는 푸른숲 대안학교 아이들이 7~8명 참가 했으며 그 부모들도 있었음..)는 새벽 2시 반쯤 실상사 입구에 도착했다.  희연이는 가는 내내 아빠를 부르며 훌쩍 거려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모른다. 그러다 잠이 들었는지 실상사 입구에 가니 깼다.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보더니 탄성을 자아 내는데... 그게 무언고 하니 밤하늘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별들이었다.  “엄마, 저 별들 좀 봐. 굉장히 많다!” “그래..여기는 서울이 아닌 시골이니까 별들이 저렇게 많은가보다.” 조금 있더니 “엄마, 나 별똥별 떨어지는거 봤어!” “그래?? 별똥별 떨어질때 소원 빌면 이루어 진다는데..얼른 소원이나 빌어봐.” “알았어”

정말 별들이 촘촘히 박힌 하늘은 마치 별을 수놓은 비단같아 보였다. 어찌나 아름 답던지 지난번 미류가 지리산에서 퍼온 별들도 아마 저것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ㅎ


그리곤 차안에서 눈을 좀 붙였다.  실상사 새벽 예불이 4시 반인데 거기 참석코자 기다리면서... 드뎌 예불 시간이다. 모드들 차에서 내려 실상사로 향했고..예불이 시작된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곤 정말 뭐라 표현키 어려운 장엄하고 웅장한 소리가 데에에에엥 하고 가슴속까지 파고드데 너무너무 황홀했다고나 할까?  아마도 이번 산행에서 건진 가장 큰 수확은 그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아직도 귓가에 쟁쟁 거리는 듯 하다.  새벽 어슴푸레한 실상사 마당에서 울려 퍼지던 예불 종소리!


이제 산행이 시작되었다.  산행 후 있을 계곡에서의 물놀이를 위한 준비차 진행팀 몇몇은 남게 되었다.  그 참에 나도 희연이를 맡겨 놓고..(희연인 산행할 계획이 없던차라 신발마처 샌들이었으니..) 서울에서 내려올때는 내내 훌쩍거리면서 아빠 타령을 하던 아이가 어느새 기분이 복원 되었는지 엄마는 등산하고 온다고 해도 씩씩하게 잔류팀을 따라간다.  휴~~ 울면 어쩌나 했는데... 그렇게 시작한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새벽 5시 반.  그래도 지리산은 지리산인지라 약간 긴장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인 아이들도 올라가는데 뭐.


우리의 일정은 실상사-약수암-삼불사-문수암-상무주암-영원사이다. 지리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얕보아선 안될 정도로 큰 부담을 주는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코스는 정말 이지 너무 마음에 드는 아기자기한 코스였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반드시 내리막 길이 있고, 암자들이 있다. 암자에 들러 물을 새로 뜨고 간식을 나눠 먹고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 받으며 힘든 다리를 쉬어 주고 다시 걷기 시작하면 어느새 또 쉼터가 나온다. 약수암까지는 그럭저럭 편하게 올라 간다 싶었으나 삼불사 문수암은 거의 절벽 수준이었다. 역시 지리산은 지리산이군..하며서 걷기 시작했는데...곳곳에 빨치산들이 활동했던 루트지대라는 푯말이 보인다..말 그대로 수풀이 우거져 있었고..(루트지대라는 푯말과 숲속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너무 힘들어 카메라는 꺼낼 생각도 못했다..) 이제 상주무암, 영원사이다. 영원사를 지나 내려오니 계곡에서 잔류팀이 감자 부침과 막걸리와 삶은감자, 삶은 계란 수박등등을 차디찬 물속에 담가 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른 계곡물에 발 담그고 9시간의 산행피로를 풀기 시작.. 마음은 민박집에 가 있다.  올라 가는중 희연에게서 전화가 왔었는데...운다고.. 대충 수박 한쪽과 감자 한개 감자전을 먹어 치우고 혼자 민박집을 향해 내려와 버렸다. 기대했던 계곡 물놀이는 그렇게 끝난셈이고..ㅡㅡ

 

희연이는 내가 산행시작한 아침에 잠깐 울고 잘 놀았다고 한다. 나는 내가 올때까지 울고 있을까봐 걱정했더니... 그래도 두어달만에 몸을 풀었더니 여기저기 뻐근하기도 하고 전날밤 차에서 두어시간 잔게 전부이니 도무지 몰려오는 잠을 쫒아 낼 수 없다. 육십몇명 인원에 화장실겸 샤워시설 한개 뿐인 민박집은 거의 피란민 대열을 방불케 할 정도로 대책이 없었고... 번거로움을 뒤로하고 그냥 쓰러져 눈을 붙였다. 일어나 보니 어느새 다른 사람들도 민박집에 도착, 옷 갈아 입고 씻기 시작하는 중 집행부는 저녁 준비에 정신이 없다. 언제 준비 했는지 커다란 솥에 닭죽까지 끓이고... 꿀맛같은 저녁을 먹어 치우곤 바로 캠프 파이어를 시작했다.  밤하늘엔 새벽하늘과 달리 반쪽짜리 달이 떠 있었고...정말 오랜만에 모닥불 피워 놓고 둥글게 앉아 노래 부르고 막걸리 마시며 두런두런 얘기꽃을 피운다.  처음 참가한 사람들의 힘겨운 소감들, 그리곤 노련한 산행꾼들의 여유로운 입담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우리의 피로를 씻어 주었으며 푸른숲 대안학교 아이들이 피리 연주를 하기도 했다. 박준성 선생님의 특이한? (이름을 모름)피리 연주도 있었고...


그 자리를 뒤로 하고 잠자리에 든다.  희연이도 피곤한 모양인지 눕자마자 잠들고...아이가 잠든후 다시 나가 술을 풀까 하다가 다시 일어나 나가기까지는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아침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며 잔건지 어쩐건지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  또다시 대 식구의 밥을 지은 우리의 집행부.. 구수한 된장찌게에 김치와 오이가 전부인 식단 이었지만 역시 맛을 꿀맛이다. 먹은 것 치우고 그 와중에 커피까지 날렵하게 한잔 마시고 이것저것 정리 하고 다시 실상사 앞으로 가서 실상사 돌장승에 대한 사연을 듣는다.

사연인 즉슨, 실상사 입구에는 본래 두쌍의 돌장승 4기가 서있었는데 하나는 1963년 홍수 때 떠내려가 세개가 남아있다. 해탈교를 건너기전에 있는 장승에는 몸통에 ‘옹호금사축귀장군’(擁護金沙逐鬼將軍)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있다. 높이 3m되는 우람한 장승이다. 해탈교를 건너면 두기의 장승이 있다. 왼쪽에 있는 장승이 ‘대장군’이며 받침돌에 ‘옹정(옹정) 3년 입동(입동)’이라고 글씨가 새겨져 있어 1725년(영조 1)에 세워졌음을  알 수 있다.마주보고 있는 장승은 ‘상원주장군’(上元周將軍)이다.

대장군(大將軍)과 주장군(周將軍)은 불교의 사천왕상이나 인왕상처럼 초능력의 힘과 위엄을 보여주고, 양미간 사이 이마에는 부처님상에만 표현하는 백호 모습의 유두돌기가 있다. 실상사의 돌장승은 지금 남아 있는 장승 중에서 석공의 솜씨와 정성이 가장 돋보이는 명품이지만 권위적 성격때문에 순수한 민중미술로서의 장승의 멋은 찾기 힘든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200미터쯤에는 선돌이 있다. - 역사와 산 홈피 자료실에서 펌-

 

 

그리곤 버스를 타고 10여분 달려 운봉 서천리 돌장승과 박봉양 비를 보고 왔다. 운봉 서천 당산 선두숲에는 왼쪽에 ‘방어대장군’(防禦大將軍), 오른쪽에 ‘진서대장군’(鎭西大將軍)이라 이름이 쓰여진 돌장승 한쌍이 서있다. 중요 민속자료 제20호이다.

 

 

박봉양비는 운봉 서천 돌장성 옆에는 1894년 농민전쟁 때 운봉의 민보군 박봉양의 비가 있다. 운봉 함양으로 진출하려는 김개남 부대를 막아낸 것을 기념하여 세운 비이다. 한마디로 이 비는 농민군의 진출을 막으려는 보수 세력의 활약을 기념하기 위한 비이기는 한데, 비문의 내용에 역사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서 부시지도 못하고 쓰러 뜨리면 다시 세우기도 하는 우여 곡절을 겪었다고 한다.(오늘쪽의 부서진 부분이 아마도 그 흔적을 말하는듯 하다.) 


오전 11시쯤 서울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한명씩 나와 소감을 발표 하면서...모두들 세심한 준비에 만발을 가한 집행부에 치하를 했으며 박선생님의 재미 있는 강의에 역사공부에 매력을 붙여 볼까 한다는... 차 안에는 아직 식지 않는 삶은 달걀과 감자가 있었다.  집행부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을 금치 않을 수 없었으며 지리산이라는 육중함이 주는 선입견을 깨부순 아기자기한 코스를 밟고 온 ‘행복감’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오후 3시 반, 서울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찜통같은 더위와 쾌쾌한 공기가 몰려 오는데 다시 지리산으로 도망이라도 가고픈 마음이 하염 없어라....



약수암..

 


문수암에서..

 

실상사 앞

 

실상사 앞에서 박준성 선생님 강의..(사진에는 안 나왔으나 양옆으로 사람들 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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