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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 에필로그..

블로거 접선시간인 3시를 정확히 맞추려고 했는데 어제까지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고 골골댄다.. 젠장~! 꼭 뭔가 해보려고 하는날엔 일이 꼬인다.  마침 또다른 보호자도 없고..애를 혼자 두고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다 결국은 아이를 잘(?) 달래서 있으라고 하고,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라 학교의 자율휴업일을 통보한바 아이도 이날의 의미에 대해서 나름대로 간파하고 있으리라. 그래, 그러니까 엄마는 거기 집회를 갔다와야 해. 있을수 있지? 

 



아픈 자기를 두고 나가는게 얼마나 서러웠을까마는 블로그 찌라시 살포를 위해 안나갈수가 없었다.  "일찍 올게~!"로 마무리 하고 집을 나서는순간 뒷통수가 땡겨서 혼났지마는 어쩔수 없었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내가 지 옆에 있는다고 아픈게 낫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는가....

 

접선지령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나는 블로거들을 발견, 찌라시를 들고 살포를 하기 시작했다.  찌라시를 본 순간 감동을 먹은것은 당당히 내글이 그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것과 블로거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찌라시 만들기에 동참한 과정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자일리톨의 해맑은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았고, 현근의 변함없은 영감탱이 모습, 아즈라엘의 톡톡튀는 복장과 공부하느라 약간은 삭아 보이는 얼굴에 반가움 가득했다는것... 거기다 푹신푹신한 잔디를 밟으며 찌라시를 들고 살포하러 다니는데 내가 다시 학부시절로 돌아간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정도로 '회춘'(?)하는듯한 느낌까지...거기까지는 좋았다. 집회분위기가 영~ 예전과는 다르다. 이 다른분위기를 한두번 느낀건 아니지마는 어제는 특히 더했다. 마지막에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 부르는 그 장면, 심각하게 집중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여기저기서 쓴 안타까움 가득한 포스팅을 보니 그때 분위기가 어땠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건 한마디로 말하면 '변절'이다.  지금이 어느때인데, 노동절을 이런식으로 변질된 시민축제로 만들어 버리는지 거기다 '엄마는 모르실거야, 아빠가 얼마나 힘든지'라니..기가 막힐 뿐이다. 아이들 동원해서 그런노래 부르게 한것까지는 봐줄 수 있다치자, 근데 저 가사는 뭔가.. 뼛골빠지게 고생하는게 누군데 엄마는 모르시다니...쩝~ 애들이 그걸부르면서 무엇을 배울까..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집회끝난후, 행진이 없다.  언제부터 집회가 이렇게 평화롭게 끝나고 평화로운 놀자판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도해도 너무한다. 심지어 하늘높이 떠있는 애드벌룬마저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서린 애환을 담은 문구는 커녕,  '정치세력화'와 '보수양당심판' 이라니!! 더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블로그 찌라시 때문에 업된 기분은 일시에 무너지고...더 듣고, 자시고 할것 없이 정리하고 바로 자리를 뜬게 다행이랄까?  내가 속해있는 본조직까지 버리고 오직 블로거들하고만 붙어있었단 말이다.

 

밥집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드디어 적당한곳을 물색, 진보넷 활동가들과 블로거들 회포를 풀어야 하는데 마음은 거기 콩밭에 가 있다.  아픈아이가 자꾸 눈에 밟혀 어쩌지를 못하고 있는데 기어코 전화가 왔고 빨리 오라고 아우성이다. 아빠까지 늦는다고 했다면서.. 할수 없다. 아빠라도 제시간에 오면 어떻게든 개겨 볼라고 했는데 그것마저 깨져 버릴줄이야...ㅠ.ㅠ

 

부랴부랴 집에오니 5분도 안되서 아이 아빠가 온다. "뭐야? 늦는다더니.." ".........." 나중에 알고 보니 희연이가 아빠랑 전화통화 하면서 이랬단다. "아빠가 늦게와야해. 그래야, 엄마가 일찍 오거든. 아빠는 9시까지 와!" 헉~!  머리 쓰는게 보통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술수를 써가며 엄마를 회유 할 생각을 했는지 기가 막힌다.  내가 씩씩 거리며 너 어떻게 엄마한테 뻥을 칠 수 있냐? 했더니 하는 말, 더 가관이다. "엄마도 맨날 일찍 온다면서 뻥치잖아! 그래서 나도 뻥한번 쳐봤어."  쩝~ 할말이 없다.  설득력 있는 부모란 따로 있는거구나를 되뇌이면서 발등을 찍힌 기분이 몹시 거시기 했다.  찌라시 만든분들의 노고를 치하해 주러 분위기좀 잡아 보려구 했더니만... 해서 올 노동절은 첨부터 끝까지 온통 뚜껑만 열리게 하고 끝났다.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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