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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1박2일..

멋진 새차로 2시간반을 달려 단양 소백산 부근 민박집에 도착한 우리(오타맨, 산오리, 나).. 짐을 풀자마자 산오리(의와이프가 사줬다는)가 먹음직스런 오리고기를 꺼냈다. 이름만 들어본 오리로스를 직접먹어보기까지 하는 행운은 이번 여정에서 짐작치 못한 일이라 기쁘기 그지 없었다.  열심히 고기를 구워먹으며 술잔을 돌리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우고 발을 디디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방바닥에 나는 또한번 행복한 비명을 지를수 밖에 없었다. 술먹다 꾸벅꾸벅 졸던 산오리는 드뎌 이불깔고 자기 시작했으며 먹어도 먹어도 취할줄 모르는 오타는 정말 놀라운 주량을 과시하듯 이야기 보따리까지 넉넉하게 풀어헤치기도 했다. 거기다 얼굴 가득 홍조를 머금은 모습은 마치 시골 어느마을에서 쥐불놀이 하던 짖궂은 소년 같았다.  결국은 새벽 2시가 넘자 쓰러지기는 했지만..

 

다음날 내가 눈뜨기도 전에 두 사람은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다..일어나니 벌써 밥이랑 김치찌게까지 대령해 있을정도니..ㅎ 제대로 챙겨가지 못한 양념때문에 맛은 평가 할 수 없으나 두 사람의 정성으로 만든 그것이어서 인지 그야말로 꿀맛같은 식사였다.  거기다 누룽지 물에 커피까지 끓여먹는 완벽한 뒷끝..남은밥으로 김밥까지 예쁘게 싸는 산오리는 영낙없는 알뜰 살림꾼이었다.

 

 



10시가 조금 넘었다.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새파랬으며 기온또한 적당히 추운 겨울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쾌한 날씨다.  나이 들면서 추위에 점점 약해져가는 나는 완전 무장에 비장한(?) 각오까지 하고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했던 다이나믹한 코스는 간데 없고, 처음부터 무척이나 완만한 오솔길만 나온다.  간혹 얼음이 얼어있는...조금더 올라가니 뽀드득 소리가 나면서 제법 눈길이 나온다.  길은 여전히 지루했지만 그나마 눈이 있어 조금의 운치를 더해가며 걸었다.  그런데 왠일인지 오늘따라 몸이 가볍지가 않다.  험하지도 않은 등산로를 걷는데 왜그렇게 처지기만 하는지...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숨마저 가빠온다.. 헉~!

산오리는 북한산에서 날아다니던 사람이 왜그러느냐며 의아한 눈길과 염려 하는 눈빛으로 천천히 가자고 했는데도 몸은 여전히 따라와 주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며 걷기는 했지만...점점 힘이 빠진다.  3시간을 넘게 가니 드디어 소백산 비로봉이 보인다. 힘을내자 하면서 걷는데 고지를 눈앞에 두니 말할 수 없는 강풍이 온몸을 때리면서 불어오는데 서있기조차 힘들다. 그래도 산오리는 카메라를 꺼내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고..

더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정상에서 내려과 감시초소에 다다랐다.  발디딜 틈 없는 그곳에서 우리는 과태료 50만원이라는 경고가 무색하게도 라면물을 끓이기 위해 취사준비를 했다.(대부분 다 거기서 취사 하더만 모..워낙 바람이 세게 부니 밖은 불붙일 엄두도 못내고..)

아~~! 그 살을에는 듯한 바람과 추위속에서도 나를 기다리는 행복이 있을줄이야!! 컵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으면서 느낀 그것은 민박집의 뜨끈뜨끈한 방바닥과 쌤쌤이라고나 할까나..평소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렇게 먹는 라면맛이 꿀맛일줄은 처음이었다..거기다 산오리가 점심으로 싼 꼬마김밥과 햄, 그리고 김치..누가 보아도 산정상에서 먹기에는 과분한 완벽한 식사였다.  먹고 나서 피우는 담배한개피까지...천국이 따로없는 행복이었지..^^ 

 

내려온시간 오후 5시..시간적 여유도 있고 해서 산오리가 제안한 '온천가서 몸풀기' 코스가 이어졌다.  등산하고 내려와 바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것이야 말로 어떤 것으로도 표현키 어려운 행복한 시간이다.  정확히 1시간후에 만나기로 한것때매 부랴부랴 씻고 나오느라 제대로 된 온천욕을 즐길 수는 없었지만 오늘하루의 피로는 말끔히 씻긴 기분이다. 그리고 허기진 배를 채우고 서울로 돌아왔다. 

 

번개처럼 만나 이루어진 산행이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가지 행복을 가져다 줄지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먹고 놀고 얘기했던 어제 오늘.. 자리를 만들어준 산오리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특히 운전하느라, 먹을것 챙겨 오느라, 게으른 머프 챙기느라, 얼어 죽을것 처럼 추웠는데도 사진 찍느라, 고생한 산오리의 베풂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오타 역시 산행의 도사라 이모저모로 챙겨준점 마음에 잘 담아 두고 있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행복감'이 빨리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도착하자마자 포스트를 써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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