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 경찰서에서


from 다락방 2010/09/16 01:41

 언젠가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이라는 시를 읽고

 검색을 통해 그 시인의 시를 읽었다.

 

그 중에 가슴을 뻥치는 시가 있었으니.. 바로 이시다.

그리곤 바로 시집을 사버렸다.

 

 

혜화경찰서에서

 

                                   송경동

 

영장 기각되고 재조사 받으러 가니

2008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핸드폰 통화내역을 모두 뽑아왔다

난 단지 야간 일반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혀왔을 뿐인데

힐금 보니 통화시간과 장소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청계천 탐앤탐스 부근......

 

다음엔 문자메씨지 내용을 가져온다고 한다

함께 잡힌 촛불시민은 가택수사도 했고

통장 압수수색도 했단다 그러곤

의자를 뱅글뱅글 돌리며

웃는 낯으로 알아서 불어라 한다

무엇을, 나는 불까

 

풍선이나 불었으면 좋겠다

풀피리나 불었으면 좋겠다

하품이나 늘어지게 불었으면 좋겠다

트럼펫이나 아코디언도 좋겠지

 

일년치 통화기록 정도로

내 머리를 재단해보겠다고

몇년치 이메일 기록 정도로

나를 평가해보겠다고

너무하다고 했다

 

내 과거를 캐려면

최소한 저 사막 모래산맥에 새겨진 호모싸피엔스의

유전자 정보 정도는 검색해와야지

저 바닷가 퇴적층 몇천 미터는 채증해놓고 얘기해야기

저 새들의 울음

저 서늘한 바람결 정도는 압수해놓고 얘기해야지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이게 뭐냐고.

 

 

시 너무 좋다.

시가 이정도는 되야지 시다.

송경동씨를 만나서 나도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나의 마음을 울린 그대. 사랑합니다.^^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지도 못하면서 나를 안다고 이야기 하는 놈들. 년들

다 바보다.^^

 

형이 또 한마디 한다.

지금 사족을 다는것은 내일 하라고

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술먹고 글을 쓰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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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6 01:41 2010/09/1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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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from 그냥 이야기 2010/09/13 02:58

브로컬리 노래를 들으면서

 

맥주를 다 마시고 개꼬장 부리자 라고 했더니

 

우리 형은 소주를 다 마시고 여관으로 가자. 한다.

 

내 학교가 있던 성남엔 태양장 이라는 여관이 있었다.

 

동아리 사람들이 단골이었던 태양장.

 

태양장 옆엔 뽀뽀장도 있었다.

 

내가 단골이었던 뽀뽀장.

 

성남. 후미진 동네

 

젊은 날을 보냈던.

 

갑자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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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3 02:58 2010/09/13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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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교육


from 그냥 이야기 2010/09/13 00:48

작은형이 내려왔다.

술을 먹다가 오줌싸러 나가서는

곰탱이를 보고 앉아. 일어서. 손. 발.

몇번 하더니 "이녀석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곰탱이에게 그런 주입식 교육따위는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난 시나 쓰면서 살아야 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곰탱이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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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3 00:48 2010/09/1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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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대가리


from 다락방 2010/09/08 22:51

 

인상 사나운 아짐 손에 채여 실려올땐 몰랐제

오늘 너희 둘 일줄

 

시름시름 너희 앗아간 병

네 종족에게 그런 불치병. 닭병이 있는 줄은 몰랐어

 

오리 산양 좁은 틈에서 힘들었제

잡아보니 뼈밖에 없던 녀석이 생각나

닭장 지어 살도찌고 편히 살게 해주마 약속했는데

 

이사가고 며칠안가

우리가 너무 늦었지

밤이 너무 깊었지

곰순이 줄끊고 닭장망도 끊고

 

아침에야 두놈 시체 묻으며

좋은게 좋은게 아님을

 

너무 늦게 알았어

 

내게 너희 안고 살

품이 없다는걸

 

친구 차에 보낼때 인사도 못했다

인사 할 줄도 몰랐어

 

하긴 닭대가리.

 

원망이나 할라고

기억이나 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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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8 22:51 2010/09/0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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