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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 김씨, 장가보내줘’하고 웃다가!

‘노총각 김씨, 장가보내줘’하고 웃다가!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대중공업 출신이다. 그가 20년전의 ‘그때 그시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공장은 군대랑 똑 같았다. 모두 스포츠 머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회사정문을 통과하려면 덩치 큰 경비대원들의 손에 들린 바리깡과 날카로운 눈초리를 피해야 했다. (중략). 1987년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현장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군대와 감옥을 섞어 놓은 공장에도 자유의 공기가 들이닥쳤다. 운동장에 수만명의 노동자가 모이고 그 노동자들에게 가장 원하는 요구사항이 뭐냐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가장 먼저 터저 나온 요구가 두발 자유화였다.’(이갑용. 매일노동뉴스)

 

수백번 들어도 이 이야기는 서글픔보다 웃음이 먼저 나온다. 그래,  노동조합 만들어서 첫 번째 내건 요구가 고작 ‘두발자유화’였다니! 하긴, 어떤 공장에서는 ‘노총감 김씨, 장가보내줘’가 최대 요구사항이었다는 ‘믿거나 말거나’하는 얘기도 있다.

 

생사가 오가는 아무리 심각한 사건 혹은 사태더라도 숨한번 돌리고 나면 그 안에서도 유머가 있고 여유도 있다.

 

하이닉스 매그나칩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한겨울에 하이닉스 서울 본사를 점거하고 있을때였다. 하루에 김밥 한줄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이상 야릇한 물건을 발견’했다거나 애절한 시 한수를 적어놓은 쪽지가 전해졌었다. 쪽지가 전해질라 치면 밖에 있는 노동자건 안에있는 노동자건 같이 웃고 여유를 느꼈다.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수갑까지 채워지며 긴급체포당했던 청주시내 모 택시업체의 여사장이 있었다. 정말로 극히 이례적인 모습을 당했던 그 여사장은 당시 얼마나 놀랬을까! 하지만, 그녀가 체포당했던 여러 이유중 하나인 ‘단체교섭 불응’에 대해서 태연하게 공문을 보내왔다. ‘새털같은 많은 날을 두고 뭐가 그리급하시다고.. 교섭은 적당한 시간에 천천히... 이만 총총’

 

경찰의 방패에 찍혀 머리를 70바늘이나 꼬맸던 동료의 머리를 꼭 옷으로 꼭 감싸주고는 ‘바보같이 물병줍다가...’하며 같이 웃었던 사람들.

 

그런데, 아무리 여유를 가질려고 해도, 웃을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면, 빨간 조끼를 입고 어김없이 나타났던 그녀들. 자그마치 천일 넘게 투쟁하는 그녀들.

 

오늘자로 77일자 단식농성을 진행하는 기륭전자의 김소연 분회장.

 

어찌해야 하나! 사람의 목숨은 촌각을 다투고, 권력과 사회는 모른체한다.. 단식 79일의 김소연 분회장의 육체는 마지막 지방 1그램까지 연소되고,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속은 타들어간다.

 

오랜 가뭄에 쩍쩍 갈라져버린 논바닥처럼 한쪽 조선일보에선 기륭전자의 천일 투쟁이 중소기업 하나를 망쳤다하고, 또 다른 한쪽에선 하루단식으로 아픔을 같이 하는 대열로 갈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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