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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세다고, 눕는 것이 상책일까!
바람이 분다. 여름 바람엔 풀잎이 가장 먼저 몸을 눕힌다. 그러나, 그 뿐이다. 여름 바람이 그치고 나면, 풀은 다시 몸을 세운다.
매서운 겨울 삭풍이 분다. 가장 먼저 힘 약한 나뭇잎이 나가 떨어진다. 그 다음은 잔가지다. 중심은 뿌리다. 뿌리를 지키기 위해 나무는 약한 것부터 떨구어 낸다. 그러나, 언제까지 뿌리가 안전할지는 바람의 세기에 전적으로 결정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매서운 경제한파가 되어, 대한민국을 휘몰아친다. 주변, 자동차 부품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월급봉투가 11월부터 반토막이 났다. 야근, 특근, 연장근무가 멈췄기 때문이다. 움츠려든다. 말을 아낀다. 앞으로 불어닥칠 삭풍을 주시하면서 장고에 들어간다. 청주 최대제조업인 반도체 업계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분다. 나뭇잎부터 떨구어어낸다. 연장근로수당을 반납하고, 명절 선물을 반납한댄다. 그래도 떨어낼게 있는 뿌리의 처지다.
떨어진 나뭇잎은 오갈데가 없다. 폐지줍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수입은 반토막이 났다. 대리운전업체는 몰려드는 대리운전노동자들이 넘쳐나 비명이다. 건설일용노동자의 수입도 반토막이 났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부지기수로 늘어난다.
때는 요때인가! 이명박 정부가 바람을 타고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노조탓이라고 명토 박는다. 그러면서도, 나뭇잎부터 털어낸다. 하필이면,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삭감한댄다. 하필이면 비정규노동자들의 고용기간을 연장하고, 비정규노동자들의 사용제한을 확 풀어제낀댄다. 즉, 비정규노동자들을 양산하겠다는 거다.
그래서다. 노동계는 답해야 한다. 이렇게 가면 공멸한다. 97년 IMF 당시는 대기업노동자들이 주력에서 싸웠다. 그나마 힘있는 노동자들이 선두에 섰기에, 그나마 버틸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비켜가는게 상책이라고 삭풍에 나뭇잎을 떨구는 형국이다.
방풍림을 형성해야 한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는 겨울나무는 그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잎사귀가 무성한 튼튼한 나무가 군락을 형성해야 방풍림이 된다.
최저임금 삭감을 막아야 한다. 비정규법 개악시도를 막아야 한다. 부자들만 살찌우고, 극빈층 복지를 축소시키는 ‘부자감세’를 막아야 한다.
누가 선두에 서야하나! 두말하면 잔소리다. 뿌리가 나서야한다. 먼저 조직돼 있고, 그나마 버틸여력이 있는 조직된 노동자들이 선두에 서야한다. 흩어진 낙엽을 모으고, 군불을 지펴야 한다.
97년 IMF 처럼, 낙엽은 떨구어내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살아남은 그런 우를 다시범해선 안된다. MB 정부의 ‘반 서민’, ‘반 노동자’ 행보에 누군가는 선두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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