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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줘.

 

 그러니깐, 약간 지금 마음이 복잡한 이유는.

 

생일이랍시고 눈도 맞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케익도 먹고 밥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아쥬아쥬 행복했는데. 

그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타박(?)들 때문이라지.

 

 

 

 

  



 

 

-우리집은 생일같은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라서 딱히 선물을 사준다거나 거하게 축하를 한다거나 그런게 없어왔다. (낭만이 없달까.)  생일선물로 받아본 건 어렸을 때 받았던 팬티셋트 정도?

'ㅅ'

'낳아서 키워주고 필요한 거 어느정도 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뭘 또 생일이라고 선물도 받아먹고 이러냐' 뭐 이런 인식이 팽배해 있다. 엄마,아빠도. 그리고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오빠랑 나도.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던 엄마에게 서운하지도 않고, 뭐 딱히 바라는 것도 없는 나는 그냥 준비해뒀던 선물을 생일날 아침에 엄마에게 건네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는 정도.

엄마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널 낳느라 고생했으니깐 선물을 받아먹는 게 당연하지'라고 말했다.

깔깔깔  듣고보니 정말 맞는 말. 울엄마최고-_-b

 

 

밖에 나가서 엄마랑 점심을 사먹을까 하다가, 눈이 오는 바람에 만두 여섯개 사다가 보리차랑 같이 먹고 말았는데,

친한 ㅇㅃ들이 난리가 났다.

'초 후'를 안하냐는 거다. -_- 케익사놓고 촛불켜고 그러는 거? 아이코 간지러버라

나는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태어난 것에 감사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는데;ㅅ;

 

그래도 ㅇㅃ들의 성원에 힘입어 옷껴입고 홍대로 나가자,  웃으면서 맞아주고, 과자점에 데리고 가서 이것저것 여러가지 맛의 케익을 참 많이도 산다. (초 후~를 위해서는 한 개만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나 -_-; )

그리고 맛난 밥도 먹고, 칵테일 바에도 갔다. 노래방도 갔다.

 

그러는 새에 홍대에서 만나는 몇몇 아는 사람들과 심지어 밥집 주인언니에게까지 울 ㅇㅃ는 '오늘 송이송 생일이예요~'를 말하며 싱글벙글.

'어머 , 생일축하해요!'라고 말하며 주섬주섬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급선물을 마련해서 건네는 언니까지 있었다.   아이고 마음이 따끈따끈해라 'ㅅ'

 

 

나는 사실 생일선물에 익숙하지 않고,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방학이어서 딱히 생일을 챙기지도 않았고

친구들이 '생일 선물 뭐줄까'라고 말하면 '무슨 선물이야 됏어됏어'하고 손사레치고 말았는데, 참 신기했다. 이런 생일은 말이얌; 

 

 

그런데 문제는 그 후.

 

너무나도 신기하게도 어제는 (눈이와서 그랬는지), 오랜만에 그냥 생각난다고 '뭐하냐 잘지내냐'라는 문자랑 전화가 많이 왔다.

그래서 그럴 때는 '사실 나 오늘 생일이예여'라고 말했는데,

다들 왜 미리 말을 안했냐며 뭐라고 한다.

 

그래도 너무 신기하게 딱 오늘 연락주는 바람에 내 생일인 거 알지 않았느냐고, 축하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해도 '그래도 미리 말했어야지!!'란다  음음.;;

 

집에 가는 길에 걸려온 전화-

어떻게 생일인 걸 말 안할 수가 잇냐고. 나름 너의 측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서운하다.

라고 말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서운하다- 라니.

 

아, 나는 그저 '나 생일이예요 꺄아꺄아'이러기가 왠지 민망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간 건데 그 친구는 '너의 생일을 축하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듣고보니 수긍.

 

 

'ㅅ'

 

 

그렇구나. 생각도 못했었네. 기회를 주는 거.  좋은 감정을 같이 나누자고 손내미는 것일수도 있구나.

흠.

 

 

  

 

'태어나길 정말 잘했어'란 말을 입 밖으로도 , 속으로도 엄청많이 되내인 하루였다지.

 

 

 

 

 

2008.1.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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