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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걸링.

[뎡야핑]님의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비걸링해요."

"혹은 비걸이예요."  라고 말하면 아무도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다.

세계대회에서 상을 타오는 바람에 비보잉이 대세라고 언론에서 판치고, 거의 모든 행사에서 비보잉공연을 내세우는 통에 다들 비보잉이란 말은 익숙하지만 (심지어 작년엔 무슨 도자기축제 이름이 '비보이와 함께 하는 ㅇㅇ도자기축제더구만-_-;;; )  비걸링이란 말은 그 누구에게도 먹히지 않는 단어였다.

 

굳이 비걸링이라는 단어를 고집하는 것도 나중엔 지쳤더랬지.

그랬던 그 단어를 완전히 잊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ㅂ-/// 

 

 

 

 

싸이월드를 뒤지니,

처음으로 비걸링 수업을 받았던 날, 썼던 일기가 있네-

1월23일.

딱 1년전 이맘때구나-



2007/01/23 비걸 첫 수업.

 

예상대로 멋진 B-girl 선생님과

마음에 와닿는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강렬하게 눈에 와서 꽂히는 한 동작 한동작.

 

 

 

 

그런데..

 

정말이지..

 

나는..

 

다 좋은데..

 

 

업락인지 탑락인지 용어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대방을 커팅하고 내 좆을 밀어넣겠다는 의미의 그 동작들이 나에게 너무 불편한걸.

 

 

그건 너무 폭력적이고 남성적이고..나와 맞지 않아.

내가 그깟 좆이 없어서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당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내가 너를 Fuck하겠다는 그런 식의 동작들, 제스츄어들은..

너무 _              힘들어.

 

물론 내가힙합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반항정신,힙합 Spirit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소외되었던 약자들이 강자들에게 날리는 비웃음과 조롱이라기엔......

나는 굳이 그러한 방식으로 표현되어야하는지 잘 모르겠어.. 그건 정말 말 그대로 너무...폭력적이잖아..

 

미국정부의정책에문제가있다는것엔 동의하지만Fucking USA를 부르는 것에는 반대하듯.

 

.

.

 

 

내가 '여성'의 몸으로 세상에 대해 통쾌한 춤을 날려주고 싶고 또 날려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비걸을 꿈꿨지만,

나는 그러한 동작들이 불편해.

하기 싫어.

 

뭣하러

당신을 커팅해서 내 ㅈ을 쑤셔 넣겠다는 그런 강압적인 제스츄어가 필요한 거지..

그깟건 ㅈ달린 남자들이나 하라지.

아니 아예 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해- 

 

 

 

불편한 나의 마음을 밝히자, 

 

여성의 몸으로 춤을 춘다는 것, 그리고 B-girl이 된다는 것에 대해 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성찰을 했을, 또 그 현장을 10년가까이 겪었을 선생님이

 

'이해해요, 저는 그래서 이런 동작을 했어요,정해진 건 없어요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라며

 

자신의 가슴을 던지는 동작을 보여줬을 때,

나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더라.

 

 

당연히 성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을(남자들만이 브레이크댄스를 춰왔고, 출 것이라는 생각) 그놈들에게 그게 얼마나 기만적인 생각인지 통쾌한 한 방을 날려주는 것 같아서  어떤 면에선 속이 시원했지만,

 

한편으론

꼭 그렇게 1:1대응이 되어야하는 걸까.

 

 

남성의 성기를 밀어넣는 동작에 반기를 드는 방식이_

그것과 비슷해서 대응되면서도 '더 자극적인 것'을 취해야만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도 모른 채 맘대로 소비할 놈들이 산더미.개떼.멍청이들.) 

 

 

그것 자체가 화젯거리가 되는 것도 싫다. 너무 싫어. 견뎌내기 힘들 것같아.

앞에서 늑대소리지르는 거 너무 싫어.

내가 웨이브했을 때 앞에서 우억대는 거 너무 싫었어.

너네가 소리질러야 할 타이밍은 그 때가 아니었었거등?

멍청이들아 두 음절 전에 한 그 동작이 진짜 힘든 동작이었거든? -_- 그거 하느라 진짜 힘들었거든?

간주 중에 겉옷벗을 때 그 때 괴성지를 타이밍 아니거든?

분명 비걸이 가슴던지는 동작하면, 걔네들은 멋도 모르고 또 껍죽대고 좋아할 거라는 시뮬레이션이 지금 막 가동되면서 또 열 확받네 샹.

 

앞으로 내게 펼쳐질 장애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단 수업을 좀 쉬어야겠다고 말해뒀으니..

쉬면서 생각해봐야겠다.

정말 춤을 추고 싶다면, 춤을 출 더 큰 이유를 만들어 낼 것이고..

아니면 여기서 좌절하겠지..

 

 

그치만 난 정말 하고 싶고 , 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못할게뭐가있어 매일매일 푸쉬업도 하고 복근운동도 하고있는데..그리고 열정도 있는데................

 

 

나는 정말 비걸링을 하고 싶어,  내 마음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들을 만들어내야지.

그걸 '타협'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야지. 그럼 너무 싫잖아.

아니면 몸이 망가지기 전에 정신이 망가질거야..

과연 쉽지 않겠지만..                    시간을 줘.

 

 

 

그리고    비보잉이라는 단어도 싫어.

비댄싱이라고 해야할까..

 

오늘은 그만-

거기까진 그만- 아 마음이 힘들어.

 

 

 

 

 2008/01/31/ 덧/ 횡설수설이구나 에헤라디야 

                                                                                                                                                                                                                  

이렇게 심각한 일기도 쓰고, 꿈도 꾸고, 지리산에 올라가서 위험천만하게 프리즈를 잡던 내 모습이 너무 낯설다. 너무 예전의 일같아.

고작 1년도 안 되었는데-

 

 

결국 나는 저 위의 고민을 넘어서지 못한것인가?

아님 그냥 귀찮아졌던 것인가?

 

기억을 지웠는지, 사실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아.

그저 비걸링이란 단어 자체도 낯설어져버린 지금의 내가 보일뿐.

 

 

 

 

 기분이 왠지 묘하네.. 벌써 1년. 그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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