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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럽에 쓴 편지.

1시간 넘게 쓴다고 썼는데 , 평소 수면시간을 훌-쩍 넘겨서인지,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

2년만에 '반'에 돌아가니 모든 것이 낯설다.

하지만 하고 있는 꼬라지들은 너무나도 익숙하다. 똑같다. 변한 게 없다. 훅.

싸워나가야한다는 생각에 미리부터 지쳤던 작년과는 달리, 조금씩 뭔가 해나가려고 하는데, 확실히 에너지가 방전되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너무 열심히 쓴 글이라 여기에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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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에 대한 생각- 공동체구성원에게 보내는 편지.

 

 

 

 

어랏.

분명 아까 오후-저녁으로 넘어가던 대여섯시 경에 익명게시판에서 AM에 대한 글을 보았었는데,

사라졌네요.

 

한 학우분께서 AM을 요청하는 글을 써주셨고, 그 글에

'AM함부로 하지 마세요. 잘못해서 총여학생회에 걸리면 혼나요'라는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아차, AM이 무엇인지 모르는 학우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AM은 에로틱+FM의 합성어로 FM을 에로틱하게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더군요...대체 누구를 위한 에로틱인지, 무엇이 에로틱한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쨌든, 제가 달았던 답변은

'제가 알기로 총여학생회는 누군가를 혼내는 것에 역량을 쓰는 학내단위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혹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최고 지성 어쩌구 하는 대학생들인데, 누군가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서 AM을 하지 말자는 의견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FM과 AM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성찰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였지요.

 

 

그 글을 쓰고 나서 컴퓨터를 끄고도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FM이라는 문화만 접해봤을 뿐,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들을 접해보지 못하신 새내기분들도 있으실텐데 '스스로 알아서 알아보고 알아서 성찰하세요, 나는 몰라요' 라고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저것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고 싶다면, 제 의견도 말하고 현재 FM에 대해 나오고 있는 담론들에 대해서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했던 것 같아서 다시 용기내서 클럽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글이 사라졌군요.ㄷㄷㄷ)

 

글쓰신 분이 어떠한 맥락에서 그 글을 삭제하셨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공론화해도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익명게시판이었기때문에 어떠한 상황인지 알 수 없는데다가, 필요한 논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히 글을 써봅니다.

 

 

 

 

 

F.M

'아무개 대학,(어이어이어이_ 이하생략) , 최고 지성 아무개 단과대,  최강 ㅇ반, ㅇㅇ학번, 이름' 이러한 레파토리로 진행되며 '반드시' 큰 목소리를 넘어서 고함수준의 목청이 요구되는 행위이죠. 저도 새내기때 엄청 열심히 했었더랬습니다. 그 때는 저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이 방법밖에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은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하는 것 뿐이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할 만큼 열심히 했더랬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이 공간에 적응하고 싶었고, 선배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새내기였던 것 같아요. 술을 좋아하지만, 강권하는 술이 싫었던 저는, 술을 안 마시니깐 FM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죠.  

 

이것이 왜 문제냐? 왜 지금 와서 부끄럽냐? 에 대한 답변이 지금 FM에 대한 제 고민을 잘 풀어내줄 수 있을 것 같네요.

 

-먼저, 어떤 누군가들에게만 유리한 자기소개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누군가들을 소외시키는 방법이고요.

자신이 저 위의 두개의 '누군가들'중에 어떤 것에 속한다고 생각하셨나요? 저 두개 중에 딱 하나에만 해당하진 않을 수 있죠. 어떤 상황에 있고,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대부분의 경우 혼재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저 같은 경우엔 상대적으로 제게 유리한 방법이었어요. 일단 저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 능숙했고, 목소리가 매우 컸기 때문에, 내 몸의 근육과 복근의 힘을 이용해서 고함을 지르는 FM을 잘했더랬죠.

하지만, 상대적으로(!) 남학우들에 비해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회에 노출되는 폭이 훨씬 적었던 대부분의 여학우들은 이러한 방식의 자기소개방식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인생의 한 시기를 스포오츠에 빠져서 실제로 행해볼 기회가 많았던 남학우들에 비해, 여학우들의 중,고등학교 시절은 체육시간도 제대로 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죠.(물론 요즘엔 좀 나아졌다고는 하더군요.) 개개인의 여학우 탓이 아니라, 시스템상의 문제도 있고, 사회적으로나 그 사람이 속한 가정에서나 여러가지 사회화의 과정들을 통해 몸훈련의 기회가 적어졌던 탓일것입니다. 물론, 꼭 이렇지만은 않고 저처럼 몸움직임에 능했던 여학우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로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던 남학우들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렇게 최고의 경지로 악을 쓰며 몸을 움직여야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여학우들에게는 '내 소개'를 할 기회가 박탈되고(나가리를 당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시키지 않죠), 남학우들에게는 '사내자식이 목소리가 왜이렇게 작냐' ,'남자가 패기있게 해야지 이것도 제대로 못해서 어떻게 하느냐'는 말도 안되는 성별고정관념에 기반한 비난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몸이 불편해서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않은 장애우에게는 아예 처음부터 '미션 임파써블'한 자기소개 방식입니다.

선배들이 하라고 해서 내가 신나게 FM을 하고 있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이 많은 것들을 놓친 채,  자칫 많은 이들을 소외시키는 방법으로 이 판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답니다.

 

 

 

 

 

 

 

- 이렇게 FM을 반대하기 시작한 제게, 반박들이 들어옵니다.

첫번째 '그럼 자기소개를 하지 말라는거냐, 시끄러운 O.T, 새터기간에 자기소개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다'

대체 FM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 걸까요, 님들. 정말 자기 소개가 목적인가요?

통일연세부터 최강오반까지는 거의 똑같죠. 그토록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서(숨넘어갈만큼 열심히 해야 나가리가 안납니다) 결국 어필할 수 있는 것은 학번과 이름뿐입니다. (고작? 에게게! )

정.말. 저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3분의 2 이상이 똑같은 문구인 FM을 시킨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실제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저 사람이 얼마나 헌신을 다해 악을 지르는 지'와 학번과 이름 세글자 정도입니다. 이건 에너지 효율성차원에서도 말이 안되는듯-_-.  

실제로 이것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이것을 시키면서 '저 사람이 얼마나 공동체에 헌신적인지'알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 시달렸던 말도 안되는 두발규제와 신발색깔 단속처럼요. 노란색신발 신는 게  정말정말정말정말 '우리가 공부를 하는데' 방해가 되서 단속하는게 아니라, 노란색 신발을 신지 말랬는데 신는 반동분자를 색출해내기 위해서였던 것 처럼요.

군사독재시절 끝나고 민주화가 왔다면서요(정말?!)

자신을 다양하게 어필할 수 있는 권리가 당연히 보장되어야겠죠 .

안녕하십니까! ㅇㅇㅇ를 좋아하고, ㅇㅇㅇ를 싫어하지만, ㅇㅇㅇ 하고 싶은 ㅇㅇ학번 ㅇㅇㅇ 입니다. 이렇게 자기소개 하면 어때요?

목소리가 크지 않아도 되요.

서로 귀기울여 들어주고, 자신이 앉아있는 테이블에게만 들릴 정도이면 되요. 그 대신 테이블을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던지 하면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서로 나눌 수 있고, 그토록 알고 싶어하는 그 이름 석자도 더 잘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나, 같은 느낌을 가진 사람을 찾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쉬울 테구요.

자신의 다양성을 표출할 기회를 가지고 자기 소개를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도 훠얼씬 많은 학우들이 자기 소개를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테지요.

 

 

 

 

 

 

 

 

두번째 '인생에 한 번도 그렇게 소리 질러볼 기회가 없는데 전 오히려 그런 판을 마련해줘서 좋았어요. 아님 언제 그렇게 어필해보겠어요'라는 의견에 대해-

그렇죠.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소리를 질러볼 기회가 없었다고 해서 아까 위에 말한 것처럼 굳이 자기소개를 할 때 '모두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해소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찾아보면 소리 질러볼 기회 많습니다. 뻥뚤린 야구장에 가서 응원을 해도 되고요. 친구들과 운동 한 판 하면서 마구마구 소리지를 수 있는 장이 많아지도록 노력을 해야할 부분이지요.

자기소개할 때 , 꼭 굳이 소리를 크게 하고 싶으신 분들은 그렇게 해도 됩니다. 옆자리에 민폐끼치지 않을 정도로 했음 좋겠지만. 

그것 자체도 자신의 특성을 어필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FM방식은 누구나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획일화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세번째 '에프엠을 안하면 뭘하고 시간을 보냅니까, 할 게 없어요'

컨텐츠가 없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할 것 많-습니다. 컨텐츠는 개발하기 나름입니다. 노력조차 해보지 않고, 오티 새터술자리의 관행으로 FM을 계속해서 밑으로 전수해왔던 이제까지의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는, 오티새터를 다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겠지요.

저의 새터의 기억은, 끝없이 이어지는 게임과 무조건 마셔야했던 술잔과, 잊을만하면 나오는 누군가의 FM 강요와 이행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저는 이번 새터에서 제가 가게 될 조와 함께 하고 싶어서 무진장 재미있는 게임을 준비해보았습니다. 다른 공동체에서 해보았는데, 반응이 정말이지 뜨거웠어요. 지금껏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참신한 공동체 게임! 진짜진짜 재미있어요. 기대하시라 짜잔~ 잠시 다른 이야기로 샜는데요 -_-(뭐지?흠) FM이 아닌 방식으로 자기 소개를 하고, 그것이 아닌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며 놀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 합니다. 고로 저 위의 말은 이유가 될 수 없겠죠.

 

 

 

 

현재의 FM을 통해서는 ,몇몇의 소수만이 FM을 통해서 급부상하고, 자신을 어필합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알게되는 공동체인 '반'생활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소개를 하고, 또 그것을 받아주는 사람들을 찾을 권리가 있습니다. 반 문화를 거부감없이 향유할 수 있는 권리 또한 당연하고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관계맺음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누구나 가져야한다는 생각에 저는 FM을 반대하고 새로운 가능성들을 시행해보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에이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A.M은 소위 '성적인', '야한' 행위를 하며 FM을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잠깐.

A.M을 하는 모습들을 살펴보면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충은 비슷하더군요.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비비꼬며 소위 '여성적인' 몸짓의 최고조를 표현해냅니다. 이것은 남성이 했을 때에 보통 더 많은 웃음을 유발하며, 실제로 남성에게만 요구되어지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왜그럴까요?

A.M을 표현해 낼때, 재현해내는 그 '야함,성적임'은 남성에게 성적으로 느껴지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굉장히 거친 방식으로 표현해 냅니다. (이 글에서는 이성애자 남성을 전제로 해버렸다는 것을 말씀드려야겠군요.)  

우리가 보통 에로라고 일컫는 것들은, 남성을 위한 것이고, 남성의 시각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상상력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포르노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죠, 카메라의 초점은 대부분 여성의 표정에 맞춰져 있고, 여성의 신음소리만이 카메라의 관심의 대상입니다. 여기서 카메라는 남성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A,M의 에로를 표현할 때에도 남성이 소비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판타지가 표현됩니다.

이렇듯 소비되고 있는 대상인 여성이 A.M을 한다면 너무도 당연하게 전혀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죠. 오히려  남성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과장되게 모방하는 그 때에 우리가 생각하는 웃음이 유발되는 것이죠. 

 

단순히 'A.M을 하면 재밌자나요~' '에이~ 재미로 하는 건데 왜그래요~' 라고 말하기에는,  그 웃음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너무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누군가에겐 그것이 전혀 재미있는 것이 아니고 엄청난 불편함을 안겨주게 됩니다.

그러한 문제점들을 성찰하지 않은 소수에게만 재미있고 야할 수 있는 A.M은 공동체 내에서 근절되어야 함이 당연하겠죠.

 

 

성별권력 , 젠더, 성적대상화 뭐 이런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고 제 고민지점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는데, 잘 되었나 모르겠네요... 제가 써놓고도 사실 딱히 마음에 안 차는 글이기도 합니다... 제가 글에 약해서요...

대화를 통해서 좀 더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뭐, 흔히들 남녀평등시대라고들 합니다.

'여성 기관사'가 나오고 '여성 장관'이 나온 세상인데, 왜 아직도 '남녀평등'어쩌고 저쩌고 하냐며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진정한 '성평등'은 단순히 생물학적 성이 여성인 사람이 높은 정치자리를 꿰찼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서는 성별권력이 너무나도 분명히 (또한 교묘하게) 작동하고 있고, 이런 성별권력구도 아래에서 특정 성의 섹슈얼리티는 너무나도 쉽게 '성적대상화'되고, 소비되어집니다.

이뿐만 아니라, 여/남의 이분법적인 구별과 더불어 강요되는 성별고정관념과, 너무도 철저하게 이성애중심적인 우리의 사고방식 또한 성찰해야할 지점입니다. (여성에게 '좀 여성스럽게 하고 다녀라'라거나 , 남성에게 '남자니까 이정도는 해야지'  등의 발언, '남성'이 돈을 지불하도록 강요되는 분위기, 너무도 당연하게 여자/남자에겐 '남자친구/여자친구있냐' 라고 묻는 것, 엠티나 대동제 때에 성별분업의 문제 등등등)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대부분이 그것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 때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같이 고민하고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두서없이 글이 길었네요.

 

열심히 쓴다고는 써봤는데, 제 고민이 잘 전달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과 대화 모두 환영이에요.

그럼 새터 때 보아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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