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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의 시집을 손에 넣은 날부터 너덜너덜해서 낱장이 다 띁겨갈때까지

들고 다녔었다. 입속의 검은 잎... 그의 시가 준 영향 아직까지도 계속된다.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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