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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지도로만 봤던 낯선 땅

누구에게 알릴 겨를도 없이

하늘을 날아 반나절 걸려 도착해보니

이미 마중나와 있는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것 같은

 

또 다른 나

 

다잊고 지우고 

또 그렇게 비우고 떠나왔다 여겼건만

맨 처음 내가 사랑했던 첫사랑이

또 맨 처음 나를 사랑했던 그녀가

마지막 사랑이길 바랬던 내 아내가

또 마지막 사랑인 듯 설레게 하는 그이가

 

공항 어귀부터

도시로 들어가는 길가에

토담으로 메워진 골목 한켠에

야시장 어스름 가로등 밑에

우두커니 서서 

여행 하루만에 지쳐버린 나을 보듬는다

 

홀로 견디는 법을 배워가려

시작한 나의 서쪽 여행은

처음부터 제자리를 맴돈 것이랴

부질없다 여기고 훌훌 털어낸 것은

세상에 찌든 먼지가 아니라

다정한 그네들 숨결의 추억이랴

 

시작부터 끝을 보고 걷는 걸음만큼

사뭇 진지해지고

비장하게 내모는 것도 없다

십자가 메고 언덕길을 오르던 예수가 이미

운명을 걸고 원망보다는 사랑을 곱씹었다 했나

제 몸에 불을 당겨 세상에 빛이 되려 했던 이들도 그러했다

 

어쩌면 나도 나를

묻고서야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너무나 눈에 익어 낯선 이국의 도시 한 복판

욕정으로 가득찬 내 영혼을 묻고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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