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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납함' 서문중에서

 

 

"가령 철로 밀폐된 방이 있다고 치세. 전연 창문도 없고, 절대로 부술 수도 없는 방일세. 그리고 그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곤히 잠들고 있으니 오래 지나지 않아 모두가 다 질식해 죽을 것일세. 그러나 그들은 혼수 상태에서 막바로 사멸 속에 드는 것이라 전연 죽음의 비애를 느끼지 못하네. 그런데 자네가 지금 큰 소리를 쳐 아직도 약간 의식이 맑은 몇 사람들을 놀라 깨게 함으로써 그들 불행한 사람들에게 도저히 구원의 길이 없는 임종의 고통을 맛보게 한다면 도리어 자네는 그들에게 못할 짓을 저지른 꼴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미 눈뜬 사람이 몇이라도 있다면 그 철로 된 방을 때려 부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세."

그렇다. 내 비록 내 나름대로의 주견을 굳게 가졌다 해도 희망을 드러냈을 때 그것을 말살할 도리는 없었다. 희망은 미래에 속해 있는 것이니까, 절대로 오늘의 나의 부정을 가지고 그가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꺾어 넘길 수도 없었다. 나는 마침내 글을 쓰겠다고 승낙했다.

 

 - 루쉰 '납함' 서문중에서

 

 

 

《납함》은 루쉰의 첫 창작집으로 1918년부터 1922년까지 쓴 열다섯 편의 작품을 묶은 것이다. 요즈음 번역되면서 '외침'으로 나오기도 한 이 창작집 제목의 원래 뜻은 고통스럽게 신음하듯 여럿이 함께 외친다는 뜻이다. 이 책에는 수록된 작품 중에는 잘려진 〈아Q정전〉과 〈광인일기〉를 비롯해 〈약〉과 〈쿵이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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