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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 때를 놓치면
어김없이 새벽까지
하릴없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한 순간에
동네 가득 희뿌옇게
안개가 깔렸다.
바로 앞 동 건물이 가려지고
눈앞을 분간할 기준이 사라진다.
처음엔 푹신한 솜털처럼 깔리더니
점점 딱딱한 시루떡이 쌓이듯
각진 벽으로 변한다.
노란 가로등 불빛만
번져서
흐르는 적막함
그 안에 갇혀서
한발짝 떼지 못하고
어서 날 밝기만 바라다
잠이 들었다.
... ...
한 낮 해가 중천으로 서자
새벽의 기억은 꿈처럼 걷혀갔다.
그러나
가늠하지 못 할
외로움은 남았나 보다.
분명 내 주변에
있는 것을 알고
손만 뻗으면 만져질 꺼 같은데
촘촘히 몸을 감싸는 안개처럼
발 끝부터 다시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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