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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종교가 없지만
선생님의 따스한 마음은 너무 잘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바램을 소중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도하겠습니다.
......
만약에 관리하기 귀찮으면 한겨레신문사에서 하고 있는
남북어린이 어깨동무에 맡기면 된다.
맡겨 놓고 뒤에서 보살피면 될 것이다.
유언장이란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것이 쑥스럽다.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 짐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 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 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 저기 뿌려 주기 바란다.
유언장 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 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 지 모른다.
2005년 5월 10일 쓴 사람 권정생
선생님 사시던... 경북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7번지 생가
정호경 신부님.
마지막 글입니다.
제가 숨이 지거든 각각 적어놓은 대로 부탁 드립니다.
제 시체는 아랫마을 이태희 군에게 맡겨 주십시오.
화장해서 해찬이와 함께 뒷 산에 뿌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3월 12일부터 갑자기 콩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뭉퉁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 날에도 가끔 피고물이 쏟아지고 늘 고통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릅니다.
1초도 참기 힘들어 끝이 났으면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됩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지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재작년 어린이날 몇 자 적어 놓은 글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 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3월 31일 오후 6시 10분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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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 글을 읽으니 니 웃는 모습이 떠오르며 옛날 기억들도 떠오른다. 너와 싸웠던 일부터 간간히 기억들...언제 보냐...언제든 보게되면 함께 밥 먹자.^^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