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8/03/10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3/10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별똥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내일이면 이랜드노조 울산분회 조합원들 중 다수가 복귀를 한다.

9개월동안 그렇게 고생을 했던 누나들이

이제 안에서 투쟁을 한다는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

한달 80만원짜리 비정규직, 그리고 정규직이라도

겨우 연봉 1300만원 내외의 고된 노동, 나이 40을 넘겨서 노동조합을 알게되고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누나들이 복귀를 한단다

그러면서도 내 손을 꼭 쥐면서 말한다. 이대로 끝이 아니라고...

가족들의 원성과 이혼통보와 생계위협이란 장벽으로 파업을 멈추고 복귀하는 선택은

비열한 이랜드 그룹과  교회헌금을 300억 했다는 박성수회장의 오만함에

굴복하는 것 같아 죽기 보다 싫다고 또 한번 울먹인다

 

 

 

지난 주에는 4개월동안 회사의 해고위협과 직장폐쇄에도 꿋꿋하게 투쟁했던 

중앙케이블 친구들이 역시 비통함 가득 안고 현장 복귀했다.

농성장 천막을 걷던 날... 복귀하면 누구보다 시달릴 여성조합원들이 나를 오히려 위로한다.

치사한 관리자들에게 주눅들지 않고 다시 맘을 다져먹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미소짓는다. 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직장폐쇄를 풀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노조탈퇴와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확약서를 들이밀며 계속 협박을 하고 있다.

 

 

 

상습적인 임금체불을 해왔던 효정재활병원의 50대의 간병사 큰누나들역시

벌써 햇수로 3년째 고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사회복지법인이라면서 격일로 24시간 장애를 갖거나 중병의 환자를 돌보아왔던,

묵묵히 시키는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대로 살아왔던 큰누나들이

월급한푼 못받는 파업을 왜 했을까

마지막 2명이 남을 때까지 한명 한명 주변의 동료들이 생계에 밀려 떠나보낼 때

서로 부둥켜 오열을 토했던 것을 난 결코 잊지 못한다

 

 

그런데 삼성SDI 비정규직 동생들은 돌아갈 곳이 없다

단물 빼먹듯 20대 젊은 노동을 마음껏 쥐어짜다가, 이미 3년전에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정규직은 그나마 달래고 얼러서 보상이라도 해주면서 도

비정규직에겐 조용히 나가라는 말, 그리고 떡대들만 모아놓은 용역경비에 밀려난 현장

결국 그 동생들은 아스팔트 위에서, 차가운 보도블럭 위에서 1년을 훌쩍 넘겨 살아간다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노동자라고 스스로를 말하게 된 건 최근 몇년이다.

그 전까지는 모두 감내하거나, 모두 자신보다 회사를 더 걱정했거나,

노동조합은 빨갱이들이나 하는 미친짓이라고, 사용자와 관리자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여겼다.

 

1년전 전국적으로 알려졌던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 해고 때

환갑을 앞둔 왕누나는 정주영 때부터 그 아들 정몽준에 이르기 까지 현대가 시키는 일이면 뭐든

고마운 맘으로 선거든 잡일이든 가리지 않고 제일처럼 했다 한다.

울산과학대가 동구에서 만들어질 때 청소부도 그런 맘으로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금체불 때문에 노조 만들었다고 해고시키니

어찌 그리 바보처럼 살았던가 모르겠다고 후회를 털어놓았다.

땅을 치고 가슴을 치고 하는 것이 비단 그 왕누나들 뿐이겠는가?! 

 

 

그런데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피와 눈물로 가슴에 새겨져 평생 잊혀지지 못할 사실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김 해 화

새벽에 일 나가고 저녁에 돌아옵니다
일 있는 날 일하고 일 없는 날 놉니다

노동해방 부르짖지 않습니다
자본가 타도 외치지 않습니다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깃발 내리지 않았습니다

적을 압니다
나를 압니다


            ---< 김해화의 꽃편지> 중에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