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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들켜버리는 사람

한참을 일하다가 눈이 너무 피곤해서 잠깐 먼 곳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다.

간난에 기대어 서서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본다. 어제까지만해도 큰 비때문에 한강이 흙탕물이었는데 언제그랬냐는 듯이 강건너편의 산자락을 강물위에 그릴만큼 맑아져있다. 하루만에 그 많던 흙탕물이 다 흘러내려간건가? 신기하다.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면 먼 곳에 파주의 아파트 단지들이 보인다. 하여간 아파트는 흉물스럽다. 예전에 한 친구가 북한산 올가서 보니 서울을 빼곡히 채운 아파트 단지들이 마치 담배갑을 엎어놓은 거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한참을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러고 서있다가 문득 내 기대어 있는 난간에 잠자리 한 마리가 앉아있는게 보인다. 잠자리를 잡으려고 조용히 다가선다. 손을 가만히 내밀어본다. 잠자리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휙 날아오르더니 바로 옆자리에 다시 내려앉는다. 먼저번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내가 바로 옆에와있는 것을 녀석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숨을 죽이고 손을 내민다.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미세한 미동도 주지 않으려고 아주 서서히 손을 뻗어간다. 하지만 잠자리는 또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다. 몇 번을 박복하고 나서야 잠자리는 아예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어렸을 때는 맨 손으로도 제법 잘 잡았었는데.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이 오히려 그 때가 지금보다 더 요란하고 시끌벅적했었는데. 이제는 남을 속일 줄도 알고, 이것저것 계산할 줄도 알고, 나를 숨길줄도 아는데, 이상하게 잠자리한테는 쉽게 들켜버린다. 있는 그래도 시끌벅적 요란했던 어린시절보다도 더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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